인수시 삼성전자와 직거래
경영참여 위해 투자한 12개사 중 이익난 곳은 1개
인수 후 사업 조정 진통은 부담

1세대 디자인하우스로 꼽히는 알파홀딩스(옛 알파칩스) 매각이 임박하면서 한동안 부침을 거듭했던 시스템반도체 설계 사업이 새 주인을 만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알파홀딩스는 삼성전자 DSP(디자인솔루션파트너) 소속 8개사 중 하나지만,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발 인력들이 대서 유출된 탓에 사업적으로 다소 위축된 상태다. 

알파홀딩스를 인수하면 당장 DSP 비즈니스를 영위할 수 있는 건 매력적이지만 앞서 투자해 놓은 다양한 사업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가 관건이다. 

DSP 소속 디자인하우스들. /자료=삼성전자
DSP 소속 디자인하우스들. /자료=삼성전자

 

알파홀딩스 LOI 접수 마감…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예정

 

알파홀딩스는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복수의 SI(전략적투자자) 및 FI(재무적투자자)로부터 최대주주 지분에 대한 LOI(인수의향서)를 접수했다. 이달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내달 매각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최종적으로 너댓곳이 LOI를 제출해 예비입찰자로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알파홀딩스는 DSP 소속의 1세대 디자인하우스다. 파운드리⋅디자인하우스⋅팹리스 간 역할분담도 모호하던 지난 2002년 설립됐다. 2010년 IPO(기업공개)에도 성공하면서 회사가 자리를 잡았다. 

현재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건 멀티미디어칩(ISP)인데, 이는 삼성전자 시스템LSI로부터 개발의뢰를 받아 제품으로 출하하는 구조다. 따라서 알파홀딩스를 인수하면 삼성전자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사업부와 당장 거래를 틀 수 있다. 지난해 4월 이후 주식거래가 정지된 상태이지만, 인수 후 재무적으로 안정화되면 상장회사로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앞서 알파홀딩스가 두 번에 걸쳐 매각되면서 벌어놓은 여러 신사업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는 관건이다. 지난 2014년 창업자인 김기환 전 대표는 회사를 알파크래프트에 매각했고, 알파크래프트는 또 다시 프리미어바이오(현 알파에쿼티파트너스)에 회사를 매각하면서 알파홀딩스는 부침을 겪기 시작했다. 그즈음 프리미어바이오는 사업다각화를 추구하기 위해 회사 이름을 알파칩스에서 알파홀딩스로 변경했다. 

/자료=테스스폿
/자료=테스스폿

이후 다양한 회사에 지분을 넣었는데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출자한 회사만 17개다. 이 중에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투자한 회사는 12개다. 알파홀딩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회사 중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흑자였던 법인은 (주)에이티에스 한 곳 뿐이다. 출자한 회사들 당기순손실을 모두 합치면 914억원에 이른다. 

따라서 회사를 인수한 후 자생력이 낮은 사업들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는 매각 대상으로서 알파홀딩스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지난 2020년 전후 극심했던 시스템반도체 설계 인력난이 현재는 해소 국면이라는 점도 알파홀딩스 매각 성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앞서 세미파이브⋅에이디테크놀러지를 주축으로 다수 디자인하우스들 M&A가 성사됐던 건, 반도체 설계 인력 공급이 제한적인 탓에 몸집을 불릴 방안이 M&A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2020년 팬데믹 직후 팹리스 업계도 인력 수요를 늘리면서 시스템반도체 설계 인력난이 극심했다. 

다만 2023년 이후 IT 경기가 잦아들고 디자인하우스들도 적정 인력을 갖추면서 M&A를 통해 인력을 확보할 필요성은 낮아졌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알파홀딩스가 보유한 고객 포트폴리오와 설계 인력들이 업계서 나쁘지 않은 평판을 받고 있지만, 이를 위해 알파홀딩스 회사 전체를 인수하는 건 부담스러운 거래”라고 말했다.

 

BOE 8.6세대 설비 수주한 한송네오텍 매각은 재추진

 

한편 알파홀딩스는 최대주주 지분매각과는 별개로 한송네오텍 매각 작업을 재추진하고 있다. 알파홀딩스는 알파피앤아이⋅알파에너웍스와 공동으로 한송네오텍 지분 27.03%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공개매각을 추진했으나 매각 대상을 선정하지 못했다. 인수가에 대한 눈높이 차 때문이다. 당시 한송네오텍은 구주 및 신주를 합쳐 약 300억원의 매각가를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송네오텍이 생산한 FMM 인장기. /사진=한송네오텍
한송네오텍이 생산한 FMM 인장기. /사진=한송네오텍

이후 변수가 생겼다. 한송네오텍은 지난 5월 중국 BOE로부터 8.6세대(2290㎜ X 2620㎜) OLED용 FMM(파인메탈마스크) 인장장비를 수주했다(KIPOST 2024년 5월 21일자 <BOE, FMM 인장장비 공급사로 한송네오텍 낙점 '또 이변'> 참조). 인장장비는 FMM을 구성하는 ‘스틱'을 팽팽하게 잡아당긴 뒤 용접하는데 쓰는 설비다. 인장 강도와 스틱 정렬 오차에 따라 OLED 픽셀 위치가 변하기 때문에 공정 전반의 수율에 영향을 미친다. 8.6세대 OLED용 인장장비 첫 수출 타이틀은 국내서 한송네오텍이 거머쥐었다. 

이에 알파홀딩스는 이달들어 한송네오텍 지분 매각을 재추진하고 있다. 3월에는 이렇다 할 사업전망을 보여주지 못했다가 5월 BOE 수주를 따내면서 새로운 원매자가 나타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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