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NPU(신경망처리장치) 전문 팹리스 뉴블라가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통해 4nm(나노미터) 칩 생산에 나선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 DSP(디자인솔루션파트너) 소속 디자인하우스 중 한 곳을 설계 서비스 파트너로 지정할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뉴블라 외에 한화테크윈에서 분사한 비전넥스트도 자체 칩 생산을 추진하는 등 반도체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뉴블라, 삼성 파운드리에서 4nm NPU 생산

뉴블라는 한화임팩트가 지난 2021년 설립한 NPU 전문 팹리스다. 원래 한화임팩트 내 TF(태스크포스)로 운영되다 재작년 분사됐다. 

이 회사는 최근 세미파이브⋅가온칩스와 삼성전자 4nm 공정을 통해 NPU를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미파이브⋅가온칩스는 삼성전자 DSP 소속의 디자인하우스다. 뉴블라 같은 팹리스들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기 위해서는 APR(Automatic Placement & Routing)과 레이아웃 검증 등의 후반부 설계를 거쳐야 한다. 

이 업무를 맡는 회사들을 총칭 디자인하우스라고 하며, DSP 소속으로 8개 회사가 활동하고 있다. 뉴블라는 이 가운데 세미파이브⋅가온칩스 중 한 곳을 선정, 4nm NPU 생산을 시도할 계획이다. 4nm는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구조가 적용된 3nm 공정을 제외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가장 최신 공정이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팹리스로부터 수주하는 건 디자인하우스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디자인하우스의 매출 구조는 디자인하우스가 직접 수주하는 ‘DSP 매출’과, 삼성전자로부터 설계 프로젝트 일감을 받는 ‘용역 매출’로 나뉜다. 전자가 훨씬 부가가치가 높다.

이번 뉴블라의 NPU 칩 생산은 세미파이브⋅가온칩스 중 한 곳이 DSP 매출 형태로 수주하게 된다. 연내 디자인하우스를 선정하면 내년에 후반부 설계를 거쳐 내년 연말, 혹은 내후년 초쯤 NPU 생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흔히 ‘AI 반도체’로 불리는 NPU는 GPU(그래픽처리장치)처럼 병렬 연산에 특화된 반도체다. 원래 그래픽 처리를 위해 개발된 GPU와 달리, 처음부터 AI 학습 및 추론에 적합하게 설계됐다.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의 스마트폰에는 NPU가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내에 구현돼 있다. 데이터센터용 서버에는 NPU 칩이 AI 가속기 형태로 탑재되는 추세다.

이 밖에 자동차⋅로봇⋅CCTV 등 AI 기능 구현이 필요한 엣지 디바이스에 NPU가 탭재된다. GPU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독점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NPU는 아직 이렇다 할 강자가 등장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수많은 NPU 팹리스들이 ‘제 2의 엔비디아'를 목표로 신설되고 있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뉴블라는 지난해 설립 직후 첫 번째 샘플을 내놨고, 이 번이 두 번째 프로젝트”라며 “엣지단에 사용하는 NPU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사업 힘주는 한화그룹

원래 건설⋅중공업⋅유통 등 중후장대 사업에 주력했던 한화그룹은 최근 뉴블라 같은 신설회사를 앞세워 반도체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한화그룹 내에는 한화테크윈에서 분사한 비전넥스트가 CCTV용 NPU를 개발하고 있으며, 그룹 차원에서 GaN(갈륨나이트라이드) 기반 전력반도체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GaN 전력반도체는 아직 SiC(실리콘카바이드) 제품 대비 시장이 개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규 진입하는 기업들에게도 기회가 열려 있다. 미사일⋅레이더 같은 국방산업에 폭넓게 쓰여 한화그룹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뉴블라가 속한 한화임팩트 산하에는 ‘AI 솔루션' 업체인 그로들도 뉴블라와 비슷한 시기에 신설됐다. 그로들은 직접 반도체를 설계하지는 않지만 AI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고,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비즈니스를 기획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뉴블라⋅글로들에 투자한 한화임팩트는 한화에너지를 비롯한 한화 계열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한화임팩트는 김승연 회장의 아들 3형제(동관⋅동원⋅동선)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며 “후계승계 과정에서 뉴블라⋅그로들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 지도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