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51:49로 협상 시작
김동관 대표가 100% 인수 밀어붙여
1차 목표는 삼성디스플레이 양산 공급

최근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에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한화솔루션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용 FMM(파인메탈마스크) 사업에 손을 뻗었다. 지난 10년 이상 FMM 연구개발을 진행한 더블유오에스(옛 웨이브일렉트로닉스 FMM 사업부문)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다. 

FMM은 스마트폰용 OLED 품질과 양산 수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재료지만, 아직 100% 일본 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품목이다.

한화그룹 사옥. /사진=한화
한화그룹 사옥. /사진=한화

한화, 51:49서 시작해 100% 인수로 마무리

 

지난달 29일 한화솔루션은 더블유오에스 지분 100%를 600억원에 인수했다. 더블유오에스는 지난 5월 웨이브일렉트로닉스(이하 웨이브)가 FMM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웨이브는 지난 2010년 FMM 개발을 시작했으며, 1000억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FMM 양산 투자를 위해 자금 유치를 추진해왔다.

이 때문에 웨이브가 더블유오에스를 분사할 때만 해도 웨이브가 지분 10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았다. 전략적 투자자나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해 지분을 나눌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웨이브가 한화솔루션에 최초 제안한 매각안은 한화솔루션이 더블유오에스 지분 51%를 갖고, 웨이브가 나머지 49%를 보유하는 그림이었다. FMM 양산 투자를 위해서는 한화솔루션의 추가 증자가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웨이브의 장기적 지분율 축소는 불가피하다. 그래도 10년 이상 FMM 기술을 개발해 온 상황에서 사업 전체를 포기하기에는 아쉬움이 컸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 /사진=한화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 /사진=한화

그러나 이에 대해 한화솔루션은 난색을 표했다. 절대적인 지분율 획득을 원했던 것이다. 이후 협상안은 7:3, 8:2 등 웨이브 지분율이 더 작아지는 방향으로 공회전하다 결국 한화솔루션이 더블유오에스 지분 100%를 인수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한화솔루션이 웨이브 FMM 사업 실사를 끝낸 게 지난 4월쯤이었는데, 이후 협상이 3개월 이상 지연되며 웨이브가 백기를 든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가 지분 100% 인수를 강력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관 대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애초 소량이나마 지분 유지를 원했던 웨이브가 100% 매각에 합의한 건 양산 투자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FMM 시설 투자에 최소 10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데, 웨이브 규모의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웨이브는 지난 2015년 이후 2017년 제외하고는 매년 적자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재무 상황이 나쁘지는 않았다. 지난해 연말을 기준으로 자산 602억원, 부채 490억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07억원 수준이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향후 양산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절대적인 지분 인수를 원했다”며 “협상 막바지에 김동관 대표가 지분 100% 인수가 아니면 딜을 포기하라고 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화솔루션은 더블유오에스 인수 과정에서 이적하게 된 직원들의 고용은 100% 보장하기로 했다.

 

한화솔루션, 1차 타깃은 삼성디스플레이

 

더블유오에스를 인수하며 FMM 사업에 진출한 한화솔루션의 1차 타깃은 삼성디스플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OLED용 FMM을 전량 일본 DNP(다이니폰프린팅)서 구매한다. 더블유오에스가 분사하기 전 웨이브가 삼성디스플레이와 FMM 국산화 작업을 진행했으나, 최종적으로 양산에 적용할 품질은 달성하지 못했다.

한화솔루션은 FMM 기술 개발을 마무리하고, 내년까지 양산체제를 완비한다는 목표다. 관련 사업 지휘봉은 황정욱 첨단소재부문 미래전략사업부장(사장)이 잡는다. 황 사장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차세대제품 개발팀장, 전략제품 개발1팀장 등을 역임했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소재⋅부품 사업 진출을 위해 삼성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다. 황 사장도 그 중 한명으로, 지난 4월 한화솔루션에 합류했다. 황 사장과 동시 영입된 장세영 케미칼부문 NxMD실 사업실장(부사장), 6월에 합류한 구경하 NxMD실 상무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 출신이다.

(사진 왼쪽부터) 황정욱 한화솔루션 첨단소재부문 미래전략사업부 총괄 사장, 장세형 케미칼부문 NxMD 사업실장 부사장, 구경하 케미칼부문 NxMD실 상무. 세 사람 모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출신이다. /사진=삼성전자
(사진 왼쪽부터) 황정욱 한화솔루션 첨단소재부문 미래전략사업부 총괄 사장, 장세형 케미칼부문 NxMD 사업실장 부사장, 구경하 케미칼부문 NxMD실 상무. 세 사람 모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출신이다. /사진=삼성전자

다만 한화솔루션이 자금력을 동원해 설비 투자에 나선다 하더라도 조기에 삼성디스플레이 공급망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회의적이다. 이미 삼성디스플레이 생산라인에서 양산적용 불가 판정을 받은 만큼, 획기적인 품질 개선이 없이는 승인이 힘들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웨이브의 전주도금 방식 FMM 생산법은 최근 배터리용 음극박(구리) 제조에 사용하는 것과 같은 기술이다. 도금 기술을 활용하는 만큼, DNP의 압연+식각 방식 대비 FMM을 얇게 만드는 것은 확실히 유리하다. 그러나 FMM이 도금된 음극 드럼에서 FMM을 떼어 낼 때 패턴이 뜯겨 나가기 쉽다. 니켈과 철의 합금인 인바(Invar)의 균질성을 유지하는 것도 난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디스플레이 소재 업체 대표는 “전주도금 방식의 FMM은 양산성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이미 판명됐다”며 “한화가 자금력을 동원하더라도 삼성디스플레이에 FMM을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 할 것”이라고 말했다.

풍원정밀이 생산한 FMM. /사진=FMM
풍원정밀이 생산한 FMM. /사진=F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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