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께 히타치메탈과 협의한 물량 상한선 도달
수급 안정 위해 새로운 공급사 찾아야 할 시점

LG디스플레이가 갈수록 높아지는 히타치메탈에 대한 의존도 탓에 고민에 빠졌다. 이 회사가 TV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봉지에 사용하는 인바(Invar) 시트는 히타치메탈이 100% 공급하는데, 생산량이 늘수록 수급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기 때문이다. 

인바 시트가 롤 형태로 감겨 있는 모습.  /사진=Bloom
인바 시트가 롤 형태로 감겨 있는 모습. /사진=Bloom

 

히타치메탈이 개런티한 물량 상한선은 연 1200만개

 

LG디스플레이가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TV용 OLED는 스마트폰용 OLED와는 봉지 소재가 다르다. 스마트폰용 OLED는 내구성보다 잘 휘어지는 탄성이 중요하기에 유⋅무기물을 번갈아 쌓아 올리는 박막봉지(TFE) 공법을 쓴다. TFE는 소재보다 이를 성막하는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큰 기술이다.

이에 비해 TV용 OLED는 굳이 휘어질 필요는 없고, 대신 10년 안팎의 내구성을 보장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 때문에 LG디스플레이는 TV용 봉지소재로 금속인 인바 시트를 사용한다. 인바는 철과 니켈의 합금으로, 극히 낮은 열팽창계수가 특징이다. TV가 켜져있는 동안 화면 앞뒤로 높은 열이 방출되는데, 봉지 소재가 열에 의해 변형되면 OLED 셀 자체가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열팽창계수가 낮은 인바가 TV용 OLED 봉지 소재로 채택된 이유다. 

문제는 세계적으로 고품질 인바를 공급할 수 있는 회사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직접적으로는 LG화학과 이녹스첨단소재로부터 인바 시트를 공급받고 있지만, 두 회사는 서플라이체인 상 후가공 업체일 뿐이다. 

LG디스플레이는 TV용 OLED 봉지 소재인 인바를 100% 히타치메탈에서 구매한다. /사진=히타치메탈
LG디스플레이는 TV용 OLED 봉지 소재인 인바를 100% 히타치메탈에서 구매한다. /사진=히타치메탈

인바 시트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회사는 세계적으로 일본 히타치메탈과 일본제철, 독일의 잽(Zapp) 정도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TV용 OLED 생산에 필요한 인바 시트를 100% 히타치메탈로부터 구매하고 있다. 

올해 LG디스플레이가 약 1000만대의 TV용 OLED 패널을 판매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바 공급에 있어 LG디스플레이와 히타치메탈 모두 서로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이 때문에 히타치메탈은 LG디스플레이로부터 일정 구매 물량을 개런티 받고, 전용 생산 슬롯을 할당했는데 이 한도가 연간 1200만개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면 내년께 히타치메탈이 LG디스플레이에 공급할 수 있는 인바 공급량은 한계에 달한다. 

LG디스플레이로서는 히타치메탈로 하여금 인바 시트 생산 슬롯을 늘려줄 것을 요청하거나, 히타치메탈 외 새로운 공급사를 물색해야 할 시점이다. 한 OLED 업계 전문가는 “히타치메탈로부터 구매하는 인바 물량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LG디스플레이도 대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히타치메탈에서 연간 1200만개를 넘는 인바를 공급받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지는 않다. 구매 물량을 협의하고, 생산 슬롯을 더 할당하면 된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으로 히타치메탈에 대한 LG디스플레이의 의존도를 더 높일 수 있다. 지난 2019년 일본의 첨단 소재 수출 제한 같은 사태가 다시 벌어진다면, 특정 공급사가 독점하는 소재 수급이 극도로 불안해 질 수 있다. 

포스코와 일본제철 합작사인 PNR 생산공장 전경. /사진=PNR
포스코와 일본제철 합작사인 PNR 생산공장 전경. /사진=PNR

같은 일본 회사라는 점에서 일본제철도 히타치메탈의 합리적 대안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더욱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은 전범기업으로서, 일제 강제 징용 피해 소송 당사자다. 

지난해 12월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강제 징용 피해자 이춘식씨 등 18명이 “일본제철의 한국 내 자산을 법원이 대신 팔아달라”며 낸 강제 매각 신청에 대해 특별현금화명령(매각 명령)을 내린 바 있다. 향후 자산 매각이 현실화 되는 과정에서 일본제철과의 정치적 갈등이 비화될 소지도 있다.

남는건 독일 잽인데, 잽 역시 히타치메탈에 버금가는 인바 생산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최근 OLED용 FMM(파인메탈마스크) 사업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LG이노텍도 잽으로부터 인바를 구매해 FMM으로 가공한다. 다만 LG디스플레이와 잽이 봉지용 인바 공급과 관련해 논의 중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 금속소재 전문가는 “난이도 측면에서 보면 FMM용 인바가 봉지용 인바 대비 생산이 더 까다롭다”며 “잽 정도의 기술력이라면 봉지용 인바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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