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자산 매각 조치 이뤄지는데는 6~8개월
2019년 소재수출 제한 사태 다시 일어날까 촉각

2019년 일본 아베 정부의 첨단 소재 수출 규제 사태를 촉발한 강제 징용 소송전이 다시 양국간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국내 법원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의 국내 자산 현금화를 위한 매각명령을 내리면서다.

항고 절차 종료 후 실제 자산이 매각되는데까지는 향후 6~8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한일간 외교갈등은 차기 정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와 일본제철 합작사인 PNR 생산공장 전경. /사진=PNR
포스코와 일본제철 합작사인 PNR 생산공장 전경. /사진=PNR

31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30일 대구지법 포항지원이 일본제철의 한국 내 자산 매각명령을 내린 것에 대해 “지극히 유감”이라고 논평했다.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양국 정부의 외교 교섭 상황에 근거해 적절히 대응하겠다"며 "이른바 한국인 옛 징용공 문제는 일한(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통해 마무리됐다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 공식 견해와 같다. 

일본 외무성도 이날 포항지원의 일본제철 자산매각 명령이 나오자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며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18년 우리나라 대법원은 강제 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시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각 1억원씩의 배상 판결을 확정했다. 그러나 일본제철은 물론, 같은 취지 소송에서 패소한 미쓰비시중공업도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원고측은 일본제철과 포스코의 한국내 합작법인 PNR 주식을 팔아 현금화 하는 절차를 밟아왔다. 전날 포항지원은 PNR 주식 19만4000주(액면가 약 9억7000만원)를 매각해 현금화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지난 9월에는 대전지방법원은 같은 취지로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자산매각 명령을 내렸는데, 회사는 즉각 항고했다. 일본제철 역시 항고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남은 절차는 항고와 재항고 뿐이다. 매각명령에 대해서는 두 차례 항고 기회가 있는데, 그 첫번째 절차로 넘어가는 것이다. 

재항고까지 기각되면 실제 자산 매각 절차에 돌입하고, 피고측 자산 경매 등의 절차가 이뤄진다. 매각 명령이 실질적으로 이행되는데는 앞으로 6~8개월 가량의 시일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징용 소송에 따른 한일 양국간 외교 갈등은 내년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넘어갈 소지가 크다. 

지난 2019년 일본 정부의 첨단소재 수출 제한 탓에 홍역을 치렀던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로서는 양국간 갈등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일본이 다시 한 번 소재 수출 제한이라는 강수를 둘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용 투명 PI. 플루오린폴리이미드는 투명 PI의 원소재다. /사진=SKC
스마트폰용 투명 PI. 플루오린폴리이미드는 투명 PI의 원소재다. /사진=SKC

당시 일본은 플루오린폴리이미드, EUV(극자외선) 노광공정용 포토레지스트, 초고순도 불화수소 등 3종에 대해 수출 제한 조치를 발효했다. 다만 당시 아베 정부의 조치는 국내 첨단 산업계의 국산화 욕구를 자극했고, 실제 일부 소재는 국산화에 성공하기도 했다. 부수적으로 중국 정부 역시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 국산화에 진력하고 있다. 

일본 정부로서는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실질적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자국 산업 피해만 커졌다는 자성론이 나오기도 했다. 따라서 내년에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자산 매각이 실제 이뤄지더라도 일본 정부가 동일한 형태의 대응에는 섣불리 나서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한 포토레지스트용 소재 업체 대표는 “2019년 이후 고객사로부터 포토레지스트용 폴리머 등 원소재를 국산화 할 것을 암묵적으로 요청 받았다”며 “실제 국산 업체나 일본 회사의 국내 공장을 통해 원자재를 수급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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