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고 자성 없는 스테인리스스틸만 사용 가능
"경쟁사들 '역설계' 해보고 탄식"

폴더블 스마트폰은 화면이 잘 접히는 만큼, 잘 펴지는 것도 중요하다. 큰 화면을 사용하기 위해 펼쳤을 때 화면 가운데 부분이 덜 펼쳐져 굴곡이 생기면, 사용자경험(UX)을 망치기 때문이다. 잘 접기 위한 기능은 가운데 힌지(경첩)가 뒷받침하지만 판판하게 펴기 위한 힘은 스마트폰 안쪽 내부 힌지로부터 나온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 힌지, 혹은 스테인리스스틸 프레임은 삼성디스플레이 폴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경쟁력의 한 축이다. 

갤럭시 폴드 OLED 하판 아래에 붙어 있는 SUS 프레임. 20마이크로미터 두께 SUS 프레임 2장이 붙어 있다. /사진=아이픽스잇(iFixit)
갤럭시폴드 OLED 하판 아래에 붙어 있는 내부 힌지. 20마이크로미터 두께 내부 힌지 2장이 붙어 있다. /사진=아이픽스잇(iFixit)

얇고, 자성 없는 스테인리스스틸만 가능

 

지난해 삼성전자가 ‘갤럭시폴드’ 1세대 제품을 내놓았을 때, 경쟁사들이 제품을 분해해보고 가장 탄식했던 소재⋅부품 중 하나가 내부 힌지다.

내부 힌지는 스테인리스스틸을 20마이크로미터(μm) 두께로 깎고, 접히는 부분은 메시(그물) 형태로 가공한 부품이다. 갤럭시폴드에 장착된 OLED 뒷면에는 이 철판이 두 장씩 겹쳐 붙어 있다. 

내부 힌지는 외부 힌지와 반대로 OLED 패널을 잘 펴기 위한 지지대로 사용된다. OLED 앞⋅뒤를 감싸고 있는 폴리이미드(PI)는 플라스틱 계열 소재다. 유연하게 잘 구부려지지만, 반대로 탄성이 낮아 원래 형태로 잘 돌아가지는 않는다.

OLED 뒷면에 접착제를 발라 내부 힌지를 부착하면, 화면을 접었다 펼 때 철판이 펼쳐지는 힘에 의해 OLED까지 판판하게 펴진다. 만약 내부 힌지가 없다면 접혔던 OLED의 형태가 원래대로 재빠르게 돌아오기 힘들 것이다. 

외부 힌지와 내부 힌지는 서플라이체인이 다르다. 밖에 보이는 외부 힌지는 삼성전자가 KH바텍으로부터 공급받지만, 내부 힌지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파인테크닉스로부터 구매한다. 

내달 공개될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2'. /사진=삼성전자
내달 공개될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2'. /사진=삼성전자

내부 힌지는 외부 힌지에 비해 구조는 간단하나 가공하기는 무척 어렵다. 우선 최대한 얇고 디펙트(결함)가 없어야 하며, 자성도 없어야 한다. 

폴더블 OLED 내 소재들의 두께는 OLED 내구성을 좌우한다. 소재가 두꺼울수록 접힐때 가해지는 압축력⋅인장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파인테크닉스가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한 내부 힌지 두께는 1장 당 20μm였으나, 닛폰스틸이 BOE에 공급한 내부 힌지 두께는 30μm였다. 역시 두 장을 사용했으므로 내부 힌지 두께에서만 20μm 차이가 났던 셈이다. 

가운데 부분을 메시 형태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디펙트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 것도 난제다. 폴더블 OLED 내 소재는 20만번의 접혔다 펴는 과정을 견뎌 내야 하는데, 작은 디펙트라도 있다면 반복적으로 굽히는 과정에서 끊어질 가능성이 높다. 메시 부분이 끊어지면, OLED가 복원력을 잃거나 화면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

이와 동시에 스테인리스스틸 소재이면서 자성이 없어야 한다는 것도 내부 힌지 가공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내부 힌지가 화면 뒤를 받치고 있는 만큼, 자성이 있다면 터치 기능이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

갤럭시폴드의 외부 힌지. 외부 힌지는 화면을 잘 접기 위한 역할이다. /사진=삼성전자
갤럭시폴드의 외부 힌지. 외부 힌지는 화면을 잘 접기 위한 역할이다. /사진=삼성전자

스테인리스스틸은 조직 구조에 따라 오스테나이트계⋅마르텐사이트계⋅페라이트계로 나뉜다. 이 가운데 오스테나이트계가 자성이 없는 제품군이다. 문제는 단조⋅용접⋅절곡 등의 가공 과정에서 특정 부위가 마르텐사이트계로 변태하기 쉽다는 점이다. 마르텐사이트계로 변화한 부분은 자성을 띄게 되고, 이는 터치 기능에 오작동을 불러 온다.

또 오스테나이트계 스테인리스스틸은 가공경화(Strain Hardening)가 잘 일어나 절삭 가공도 쉽지 않다. 가공경화는 금속이나 고분자를 힘을 줘 가공할 때, 소재가 점점 단단해지는 현상을 뜻한다. 가공경화가 심해지면 원하는 형태로 가공하기 어렵다.

이 같은 난제들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부 힌지 소재로 스테인리스스틸과 함께 인바(Invar)도 고려했다. 인바는 철과 니켈 합금으로 열팽창이 거의 없는 소재다. 다만 인바 가격이 스테인리스스틸 대비 비싸다는 점에서 최종적으로 스테인리스스틸이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디스플레이 부품 업체 대표는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갤럭시폴드를 ‘리버스 엔지니어링(역설계)’하면서 가장 탄복했던 부분이 내부 힌지”라며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경쟁사들이 따라하기 불가능해 보일 만큼 기술 완성도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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