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누설전류 제어 용이성 때문으로 관측
LG화학-LGD 10년 연구끝 이원화 성공
최종 공급 위해서는 LGD가 용인해야

삼성디스플레이가 LG화학으로부터 투 스택 탠덤 OLED용 p도판트 도입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p도판트는 HTL(정공수송층)에 극소량 도핑해 OLED 발광효율을 끌어올려주는 소재다.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SDI 자회사 노발레드가 개발한 p도판트만을 100% 활용해왔다. 

/사진=LG화학
/사진=LG화학

 

삼성디스플레이, LG화학 p도판트 도입하나

 

29일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2월 초를 전후해 LG화학으로부터 투 스택 탠덤용 p도판트 도입을 타진했다”며 “일부 샘플 물량도 삼성디스플레이에 건네졌다”고 말했다. 2월 초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아이패드용 OLED 초도물량을 생산하던 시기다. 이미 OLED 소자의 재료 세트가 확정된 상황에서 추가로 신규 재료 도입을 추진했다는 건 기존 재료 공급사 교체 가능성을 시사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사업을 시작한 이래 노발레드가 생산한 p도판트만 100% 활용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뿐만 아니라 다른 OLED 경쟁사들 역시 노발레드 재료만을 쓸 수 밖에 없었는데, 이 회사 외에는 p도판트를 양산할 수 있는 회사가 전무했던 탓이다. 

그러다 지난해 LG화학이 LG디스플레이와 공동으로 p도판트 개발에 성공, 업계 구도가 180도 달라졌다. LG디스플레이가 아이패드용 OLED 생산에 LG화학 p도판트를 양산 도입해 처음으로 이 시장이 이원화 된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삼성디스플레이마저 LG화학 p도판트 도입을 검토하면서 p도판트 주도권이 노발레드에서 LG화학으로 일거에 쏠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OLED 재료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구매 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싱글 스택 OLED(왼쪽)와 투 스택 탠덤 OLED. 발광층은 화소별로 구분돼 있지만, 공통층은 화소간 구분이 없다. 래터럴 리키지가 발생하기 좋은 구조다. /자료=키움증권
싱글 스택 OLED(왼쪽)와 투 스택 탠덤 OLED. 발광층은 화소별로 구분돼 있지만, 공통층은 화소간 구분이 없다. 래터럴 리키지가 발생하기 좋은 구조다. /자료=키움증권

삼성디스플레이가 노발레드 대신 LG화학 p도판트 도입을 검토하는 건 LG화학 제품이 ‘래터럴 리키지(수평누설전류)’ 제어 측면에서 더 효과적이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래터럴 리키지는 OLED 소자 내부에서 공통층을 타고 수평으로 흐르는 전류를 뜻한다. 

OLED 내에서 발광층은 화소별로 완벽하게 분리돼 있지만, 공통층은 화소 구분 없이 패널 전면에 증착된다. 이 때문에 수직 방향(화소 방향)으로 흘러야 할 전류가 공통층을 타고 인접 화소를 침범하는 경우가 생긴다. 래터럴 리키지가 심하면 의도치 않게 인접 화소를 ‘온(On)’ 시킬 수 있다. 녹색 화소가 켜져야 하는 시점에 바로 옆 청색 화소가 발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OLED 화면 내에서 얼룩처럼 보이는 ‘무라(Mura)’를 발생시킨다. 

기존 스마트폰용 싱글 스택 OLED 역시 수평누설전류가 발생하나 그 정도가 과하지 않다. 투 스택 탠덤 OLED는 싱글 스택 OLED 대비 공통층 수가 많은 탓에 수평누설전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더 높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노발레드와 LG화학의 p도판트는 전류 흐름을 제어하는 매커니즘이 완전히 다르다”며 “소재 증착량은 LG화학 제품이 많지만 수평누설전류를 제어하는기는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말했다.

 

양산 공급 위해서는 LG디스플레이가 승인해야

 

지금 당장 삼성디스플레이가 p도판트 공급사를 바꾼다는 의미는 아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미 노발레드 제품으로 아이패드용 OLED를 양산하는 만큼, 일단은 노발레드 p도판트가 포함된 유기재료 세트를 유지해야 한다. 재료 공급사를 교체한다면 스마트폰용 OLED 패널처럼 향후 모델 체인지가 일어나는 시점에 맞춰 LG화학 재료를 도입하게 되는 수순이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의 의지와는 별개로 LG화학이 p도판트를 삼성디스플레이에 양산 공급하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LG디스플레이의 승인이 필요하다. p도판트는 처음부터 LG화학이 LG디스플레이와 공동 개발했기에 관련 특허 역시 대부분 상호 바인딩(귀속) 돼 있다. 

LG디스플레이로서는 삼성디스플레이-LG화학 간 거래를 용인함으로써 당장 얻을 실익은 없다. 오히려 p도판트 경쟁력 부문에서 경쟁사 추격을 용인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따라서 조건 없이 p도판트 공급을 승인할 유인이 떨어진다.

p도판트 공급 가능 여부와 관련해 LG화학 관계자는 "영업과 관련된 사안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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