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OLED 패널 도입때도 터치는 자체조달
디스플레이 협력사 의존도 낮추고 원가 경쟁력 확보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준비 중인 애플이 폴더블 구현을 위한 핵심 소재별로 자체 공급망을 구축할 전망이다. 폴더블 OLED를 구성하는 모든 소재를 디스플레이 업체서 조달하면 타사 제품들과 차별화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자재를 스스로 수급함으로써 디스플레이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폴더블 OLED 제조 원가를 절감할 여지도 있다. 

/사진=쇼트
/사진=쇼트

 

애플, 첫 OLED 적용때처럼 일부 자재 자체 조달

 

애플은 이르면 2026년을 목표로 폴더블 기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폴더블 OLED와 그 주변 소재⋅부품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애플은 폴더블 OLED를 구성하는 다양한 소재들 중 일부는 디스플레이 업체를 거치지 않고 자체 수급하는 방안도 타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소재가 UTG(초박막유리)와 백플레이트다. 

UTG는 폴더블 OLED 상단에 부착하는 소재로, OLED 셀을 보호하면서 디스플레이 표면을 미려하게 만든다.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 공급망을 그대로 활용한다면 독일 쇼트가 생산한 유리원장을 도우인시스가 가공해 UTG로 생산하게 된다. 그러나 애플은 도우인시스 외에 중국 렌즈테크놀러지에 후가공을 맡기는 방안도 유력 검토하고 있다. 

렌즈테크놀러지는 토큰⋅카이마오⋅비엘 등과 함께 중국 내 대표적인 UTG 가공 업체다. 애플과는 이미 커버유리 분야에서 오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UTG 가공은 유리원장 여러장을 접합한 뒤 스마트폰 크기에 맞게 자르고, 다시 낱장으로 떼어 내는 공정으로 이뤄진다. 애플이 렌즈테크놀러지를 UTG 공급사로 선정하면 쇼트 외에 미국 코닝의 원장을 도입할 수도 있다. 

애플의 첫 OLED 아이폰인 '아이폰X'. 당시 애플은 터치솔루션을 일본 닛샤로부터 자체 조달한 바 있다. /사진=애플
애플의 첫 OLED 아이폰인 '아이폰X'. 당시 애플은 터치솔루션을 일본 닛샤로부터 자체 조달한 바 있다. /사진=애플

한 디스플레이 업계 전문가는 “애플이 폴더블 시장에 진입한다면 첫 해부터 2000만대 안팎은 생산해야 한다”며 “렌즈테크놀러지는 생산능력 대량 확보 측면에서 가장 적극 화답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렌즈테크놀러지⋅도우인시스 외에 유티아이의 VTG(Variable Thickness Glass) 역시 하나의 옵션으로 검토는 하고 있다. VTG는 UTG와 달리 유리 두께에 변화를 줘 탄력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UTG는 굽혀지는 부분이나 굽혀지지 않는 부분이나 두께가 30μm, 혹은 50μm(마이크로미터)로 일정하다.

VTG는 굽혀지는 부분은 얇고, 나머지 부분은 상대적으로 두껍다. 굽혀지는 부분의 탄성과 그 외 부분의 내구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 다만 VTG는 UTG 대비 기술적으로 구현이 어려운 탓에 당장 첫 세대 제품부터 도입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플레이트, 파인엠텍 외 자체 수급 전망

 

폴더블 OLED 뒷면에 부착하는 백플레이트 역시 애플이 자체 수급을 추진하고 있다. 백플레이트는 OLED를 굽혔다가 펼 때, 회복력을 보강하는 소재다. 백플레이트가 없으면 가운데 접힘자국이 더 깊게 패인다.

S펜 같은 펜터치가 필요한 제품에는 CFRP(탄소강화섬유플라스틱) 백플레이트가, 펜터치가 필요 없는 폴더블 OLED에는 SUS(스테인리스스틸) 소재의 백플레이트가 들어간다. 

삼성디스플레이 기준으로는 이 백플레이트를 파인엠텍이 대부분 공급하고 있지만, 애플은 자체 조달 방침을 디스플레이 업계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플레이트는 OLED 셀 생산을 마친 뒤 모듈 제작 과정에서 부착한다. 애플이 백플레이트를 구매해 디스플레이 업체에 전달하면 이를 부착하는 과정만 패널 업체가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 폴드 OLED 하판 아래에 붙어 있는 백플레이트. 1세대 제품에는 SUS 소재의 백플레이트가 적용됐다. /사진=아이픽스잇(iFixit)
갤럭시 폴드 OLED 하판 아래에 붙어 있는 백플레이트. 1세대 제품에는 SUS 소재의 백플레이트가 적용됐다. /사진=아이픽스잇(iFixit)

애플이 UTG⋅백플레이트 등을 자체 조달하는 건 디스플레이 협력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애플은 지난 2018년 ‘아이폰X(텐)’에 사상 처음 OLED 디스플레이를 도입하면서 터치패널을 일본 닛샤(니혼섀시)로부터 자체 조달한 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2017년부터 OLED 일체형 터치솔루션인 ‘와이옥타' 기술을 양산 중이었지만 굳이 공급망을 따로 구축한 것이다. 

당시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삼성 의존도를 낮추고 있던 애플로서는 OLED 진영으로의 투항이 마뜩잖은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터치패널 만큼은 자체 조달하는 강수를 둔 셈이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아직 폴더블 관련 공급망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양산 시점이 다가올수록 검증된 기존 공급업체로 복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