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선보인 독립형 AR 기기 '오라이언'
3장의 LEDoS 패널로 저전력 디스플레이 구현
'라마' 1B 등 경량화 AI 모델 온디바이스로 탑재할 듯
메타(옛 페이스북)가 전원 연결이 필요 없는 독립형 AR(증강현실) 기기 ‘오라이언'을 선보이면서 이를 어떤 기술들로 구현했는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눈길을 끈 디스플레이는 저전력 마이크로 LED를 이용한 LEDoS(LED on Silicon) 패널과 1개당 1만달러를 호가하는 도파관 조합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대량 양산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지만 AI(인공지능)와 결합한 AR 디바이스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전원 연결 필요 없는 독립형 AR 기기
지난 25일(현지시간) 메타가 ‘커넥트 2024’를 통해 선보인 오라이언의 가장 놀라운 점은 유선 전원 연결이 필요치 않다는 점이다. AR⋅VR 기기는 안경처럼 착용하는 기기 특성상 무게가 가벼워야 한다. 따라서 무거운 배터리를 내장하기 쉽지 않다. 애플이 지난해 출시한 ‘비전프로'에 3166mAh 크기의 외장형 배터리가 연결된 이유다.
아직 프로토타입이기는 하지만 오라이언에는 따로 연결하는 외장 배터리는 없다. 안경테보다 두꺼워보이는 기기 내에 작은 배터리가 내장됐는데, 이 정도 만으로 오라이언을 구동하는데 충분하다. 유선 연결이 없다면 시선을 상하좌우로 움직이기 편하고, 무엇보다 야외로 나가서 사용하는데도 덜 불편하다.
통상 모바일 기기에서 배터리 소모량이 가장 많은 부분이 디스플레이와 프로세서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라이언은 이 부분에서 해결책을 찾았다는 뜻이다.
우선 디스플레이는 LEDoS 패널 3장(적색⋅녹색⋅청색)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LEDoS는 실리콘 백플레인 위에 마이크로 LED 칩을 전사한 것으로 70도의 FOV(시야각)을 구현했다. LEDoS 패널은 중국 마이크로 LED 전문업체 JBD가 제작해 메타측에 공급했으며, LED를 사용하는 만큼 저전력 구동이 가능하다.
외부 시야가 완전히 막힌 상태에서 사용하는 애플 비전프로와 달리, 오라이언은 OST(Optical See Trough) 방식이다. LEDoS 화면은 물론 외부 시야가 훤히 노출돼 있다. 그만큼 태양광이나 실내 조명에 영향을 받기 쉬우므로 높은 휘도(밝기)를 구현해야 한다. 이 측면에서 LEDoS가 OLEDoS(OLED on Silicon) 대비 강점이 있다. OLEDoS는 유기물 기반으로 제작되는 만큼 높은 휘도로 장시간 사용하면 번인 우려가 발생한다. LEDoS 역시 번인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지만 OLEDoS 보다는 발광층의 내구성이 높다.
그동안 VR 기기 ‘퀘스트’에 LCD⋅OLED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 기술을 적용해 온 메타가 오라이온 공개와 함께 LEDoS 기술을 도입한 이유다.
이 LEDoS 패널은 SiC(실리콘카바이드) 소재의 도파관과 한 쌍을 이룬다. 도파관은 LEDoS에서 만든 화상을 손실 없이 AR 렌즈 위에 뿌려주기 위해 사용하는 부품이다. 사용자가 LEDoS 패널을 직접 눈앞에 놓고 보면 패널이 시야를 가릴 수 있으므로, 렌즈 위에 프로젝션 하는 방식으로 화상을 띄워주는 것이다.
SiC는 다이아몬드만큼 단단하고 유리보다 가벼우며, 보석으로 쓸 만큼 투명하게 가공할 수 있다. 다만 대량 양산하기가 쉽지 않아 생산 원가가 비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메타가 오라이언에 쓴 도파관 1개 가격만 1만달러(약 1320만원)를 호가한다. 향후 메타가 오라이언을 대량 양산하기 위해서는 도판관을 SiC 아닌 저가 소재로 바꾸거나 생산 원가를 낮추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프로세서는 ‘퍽'에 내장
디스플레이 전력 소비는 LEDoS로 해결한 오라이언은 프로세서의 전력은 ‘퍽'을 통해 해결했다. 퍽에는 두 개의 프로세서를 장착해 오라이언이 필요한 컴퓨팅 파워를 제공한다. 이 퍽에 자체 배터리를 내장하고 있기에 오라이언 내 배터리를 디스플레이를 구동하는데만 할애할 수 있다.
오라이언과 퍽은 무선 통신 기술로 연결되는데 향후 얼마나 끊김 현상과 지연시간 없이 구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한편 AI 모델 ‘라마(LLaMa)’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메타는 파라미터(매개변수) 110억개, 900억개에 달하는 중대형 모델 뿐만 아니라 1B⋅3B 모델도 적극 선보이고 있다. 이는 라파미터가 각각 10억개, 30억개에 불과한 소형 AI 모델이다.
메타가 경량화된 라마를 내놓는 건 이번에 선보인 오라이언 같은 AR 기기에 온디바이스로 탑재, 음성비서 처럼 활용하기 위해서다. 물론 파라미터 수가 많으면 AI 정확성이 높아지겠지만 이를 위해 큰 프로세서와 큰 배터리를 탑재하는 건 효율성이 떨어진다.
메타의 AR 기기 개발 방향은 저전력 하드웨어에 경량화 된 AI 모델을 내장, 스마트폰을 능가하는 휴대성을 갖추는 것이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안경 같은 폼팩터에 저전력, 고휘도 스펙을 만족하는 디스플레이 기술은 현재로서는 LEDoS가 유일하다”며 “전사 수율과 생산 원가 문제가 해결되면 AR 기기에 널리 보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