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전은 AR 디바이스의 변곡점
스마트폰 연결 없는 독립형 AR 출시 줄이어
LLM과 결합해 다양한 어시스턴트 기능

근래 ‘생성형 AI(인공지능)’ 기술 확산은 여전히 기존 디바이스 틀 안에서 어떻게 활용성을 높일 것인지에 머무른다. 제조사 관점에서 스마트폰⋅PC⋅노트북 등 이미 시장이 포화된 기기에 AI 기능을 접목시켜 추가 부가가치를 획득하려는 차원이다.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내에 갈수록 면적을 넓혀가는 NPU(신경망처리장치) 블록의 존재가 이를 방증한다. 

그러다 보니 AI 활용성 역시 현재 디바이스의 한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다만 다른 한편에서는 생성형 AI 기술 발전을 틈타 완전히 새로운 폼팩터의 출현을 예고한다. AI를 접목한 AR(증강현실) 글래스가 그 대표주자다.

로키드 글래스. /사진=로키드
로키드 글래스. /사진=로키드

 

AI 발전은 AR 디바이스의 변곡점

 

“하드웨어 측면에서 AR 글래스에 대한 준비는 3년 전에 거의 마무리됐다. 우리는 AR 글래스의 또 다른 측면인 생성형 AI 기술 발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중국 AR 글래스 스타트업 로키드 창업자 미사 주밍밍은 지난 18일 열린 ‘로키드 글래스’ 발표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주 CEO(최고경영자)는 중국 알리바바 출신으로 지난 2014년 로키드를 설립했다. 이날 이 회사가 발표한 제품이 이전 제품들과 차별화 되는 건, LLM(대규모언어모델)을 장착했다는 점이다. 구글이 지난 2014년 선보인 ‘구글 글래스’처럼 앞서도 AR 글래스가 없지 않았지만, LLM 기반 AI가 접목되며 다양한 어시스턴트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로키드 글래스는 스마트폰과는 완전히 독립된 기기인데 얼굴에 장착하는 글래스 부분의 무게는 49g 밖에 되지 않는다. 메타가 지난 9월 선보인 AR 글래스 ‘오라이언’의 무게(98g) 대비 절반 수준이다. 로키드는 이를 위해 디스플레이로 녹색 단일색상의 LEDoS(LED on Silicon)를 적용했다. 적색⋅녹색⋅청색 조합의 풀컬러를 포기하는 대신 작고 가벼운 폼팩터를 추구했다.

올해 공개된 LEDoS 기반 AR 글래스. /자료=LED인사이드
올해 공개된 LEDoS 기반 AR 글래스. /자료=LED인사이드

로키드는 이 제품을 내년 상반기 중 정식 출시할 계획이지만, 2499위안(약 48만원)이라는 출시 가격 외에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AR 글래스 개발은 삼성전자⋅애플 등 기존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꾸준히 진행해왔으나 최근들어 구체화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내년, 애플이 2027년을 목표로 AR 글래스를 개발 중이라는 보도가 외신을 통해 나온 바 있다.

KIPOST는 최근 출시를 예고한 AI 기반 AR 글래스들의 하드웨어 측면에서의 공통점을 짚어봤다.

 

① OST VS. VST

 

AR을 비롯한 HMD(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 기기가 전방 시야를 확보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로키드 글래스나 메타 오라이언처럼 투명 렌즈를 통해 직접 현실세계를 바라보는 것과, 애플 비전프로처럼 카메라로 촬영한 화상을 실제 현실처럼 마주하는 방식이다. 

비전프로처럼 카메라로 촬영된 화면을 내부로 띄워주는 방식을 'VST'라고 한다. /사진=애플
비전프로처럼 카메라로 촬영된 화면을 내부로 띄워주는 방식을 'VST'라고 한다. /사진=애플

전자를 ‘OST(Optical See Through)’, 후자를 ‘VST(Video See Through)’라고 한다. 애플은 VST 방식으로도 OST에 버금가는 현실감과 짧은 지연속도를 구현했다. 그러나 VST는 필연적으로 비싼 하드웨어 자원을 필요로 한다. 사용자를 둘러싼 환경을 카메라로 촬영해 이를 지연 없이 내부 디스플레이(OLEDoS)로 전달해야 하는 탓이다.

애플은 비전프로에 12개의 카메라와 5개의 센서, 시각정보 처리를 위한 전용 R1 칩을 탑재했는데 이들 자원의 상당수는 VST에 할애된다. 

이처럼 하드웨어가 비대해지면 생산 원가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전력 소모 측면에서도 불리하다. 배터리 용량도 늘어나야 한다. 비전프로의 무게게 600g에 달하는 이유다. 

스마트폰을 대체할 정도의 폼팩터로서 하루 종일 사용하기 위해서는 VST 보다는 OST를 통해 무게를 줄이고 생산 원가도 절감하는 게 유리하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VST가 아무리 완벽하다 해도 인간은 전방 시야가 막힌 상태에서는 본능적인 불안감과 답답함을 느낀다”며 “특정 용도가 아닌 스마트폰 처럼 생활을 같이 하는 기기에 VST 방식은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② 무선 VS. 유선

메타의 AR 기기 '오라이언'. 글래스는 '퍽'과 함께 사용해야 한다. /사진=메타
메타의 AR 기기 '오라이언'. 글래스는 '퍽'과 함께 사용해야 한다. /사진=메타

최근까지 중국 제조사들이 선보인 저가 AR 기기들의 공통점은 외부 유선 연결(주로 USB-C)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 화면을 단순히 ‘미러링’ 해주거나, 보조 배터리로 활용하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방식은 점차 무선 연결로 대체되는 추세다. 앞서 메타가 선보인 오라이언은 ‘퍽(Puck)’이라는 컴퓨팅 기기와 함께 사용하는데, 글래스와는 무선으로 연결된다. 글래스가 일부 미러링 역할을 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무선이어서 편리하다. 로키드 글래스 역시 이 회사가 내놓은 제품 중에는 처음 유선 연결을 없앴다. 완전한 독립형 기기다.

대신 유선 연결이 없으면 글래스가 자체 전원 만으로 버텨야 하고, 통신에 따른 전력 부하도 감당해야 하는 점이 숙제다. 글래스에 장착되는 모든 부품들이 저전력 설계를 기본으로 해야 하는 이유다.

 

③ LEDoS VS. LCoS

 

AR 글래스와 함께 부각되고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은 LEDoS다. LEDoS는 실리콘 웨이퍼 기반의 백플레인 위에 마이크로 LED를 이용해 디스플레이 화소를 구현한 기술이다. 메타 오라이언에는 적색⋅녹색⋅청색 풀컬러 LEDoS가, 로키드 글래스에는 녹색 단일색상의 LEDoS가 적용됐다. 두 제품 모두 중국 JBD가 LEDoS를 공급했다.

단일 색상 LEDoS는 번역, 길안내, 문자메시지 등 간단한 정보를 표시하기에는 충분하다.
단일 색상 LEDoS는 번역, 길안내, 문자메시지 등 간단한 정보를 표시하기에는 충분하다.

JBD의 LEDoS에는 국내 팹리스인 사피엔반도체의 PWM(Pulse Width Modulation) 방식 디스플레이 구동칩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LEDoS는 휘도, 전력 소모, 내구성 측면에서 기존 AR용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던 LCoS나 비전프로에 사용된 OLEDoS 대비 뛰어나다. 특히 OST 방식을 택한다면 야외 시인성을 감안해야 하기에 이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OST 방식에서 휘도가 낮으면 주변광의 방해를 받게 된다. 화상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휘도를 높이면 번인에 휘약해지기 십상이다. 

대신 기술이 검증되고 양산 업체가 다양한 LCoS⋅OLEDoS와 달리, LEDoS는 아직 서플라이체인이 제한적이다. 그 만큼 가격이 비싸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당장 풀컬러 LEDoS를 적용하면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초창기에는 단일 색상 LEDoS를 사용한 뒤, 생산량이 늘면 풀컬러를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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