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밴 이어 오클리와도 협업
스마트폰 산업의 구글 위치 노리나

‘AI 글래스’ 사업에서 메타의 전략이 구글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 모델을 따라가고 있다. 스스로 다양한 하드웨어를 내놓는 대신 핵심 솔루션을 제공, 여러 제조사들을 생태계에 참여시키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전자 세트 업체들보다 패션 브랜드들을 규합한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오클리 스포츠 선글래스 '스페라'.
오클리 스포츠 선글래스 '스페라'.

 

메타, 레이밴 이어 오라클과도 AI 글래스 개발

 

경제 전문 통신사 블룸버그는 메타가 아이웨어 브랜드 오클리와 AI 글래스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메타가 지난 2021년 레이밴과 함께 선보인 ‘레이밴 메타’에 이은 두 번째 협업이다. 

메타는 오클리의 스포츠 선글래스 ‘스페라(Sphaera)’에 카메라⋅스피커⋅마이크⋅배터리 등을 탑재, AI 어시스턴트 기능을 구현할 것으로 알려졌다. 무게 경감이 중요한 스포츠 선글래스 특성상 따로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가 없어도 운동 중에 알림을 받거나 간단한 AI 어시스턴트 기능을 이용하는데는 문제 없다.

메타가 레이밴과 지난 2023년 내놓은 레이밴 메타 2세대 역시 디스플레이가 따로 탑재돼 있지는 않다. 이르면 올해 연말쯤 출시할 3세대 버전부터 LEDoS(LED on Silicon) 디스플레이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의 이 같은 전략은 스마트폰 사업 초기 구글의 안드로이드 OS 전략을 연상시킨다. 구글은 직접 스마트폰 제조에 나서는 대신, 삼성전자⋅LG전자⋅화웨이⋅샤오미 등 세트 제조사들에 OS를 오픈소스로 제공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Arm과의 협업을 통해 스마트폰에 적합한 저전력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코어 기술과 OS라는 강력한 연합 솔루션 만들어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진=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진=구글

세트 제조사들은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OS⋅AP를 구글⋅Arm에 의존하게 됐지만, 대신 막대한 R&D 없이도 스마트폰을 시장에 적기에 내놓을 수 있었다. 구글도 ‘픽셀’ 브랜드를 통해 직접 스마트폰을 판매하기는 한다. 다만 세트 업체들과 경쟁하는 수준까지 사업을 확장하지는 않는다. 지난 2023년을 기준으로 연간 판매량 1000만대를 갓 넘는 정도다.  

메타는 AI 어시스턴트를 구현하는데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LLM(거래언어모델)을 AI 글래스 출시 브랜드에 공급한다. 메타가 직접 개발한 LLM ‘라마(Llama)’는 현재도 오픈소스로 공개된 상태다. 레이밴⋅오클리 외에 다른 브랜드들도 메타 솔루션을 이용해 AI 글래스를 출시하면, 메타는 스마트폰 산업에서의 구글과 같은 위치에 오를 수 있게 된다. 

 

패션 브랜드 선호하는 메타

 

AI 글래스 출시 과정에서 메타가 전자 세트 업체들이 아닌 패션 브랜드들을 전략적으로 규합한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는 AI 글래스의 제품 포지셔닝을 전자제품이 아닌 패션 액세서리에 위치시키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레이밴은 일반 선글래스 시장에서, 오클리는 스포츠용 선글래스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진 브랜드다. 각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워낙 공고한 만큼, 기존 소비자를 적극 공략할 수 있다. 

레이밴 메타의 출고가는 299달러(약 43만원)부터인데, 이 정도면 기존 고가 선글래스 라인업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 약간의 추가비용으로 AI 어시스턴트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을 수월하게 유입시킬 수 있다. 특히 AI 글래스는 얼굴에 착용하기에 디자인 측면이 더욱 강조된다.

 

기존 전자 세트 업체들이 저마다 AI 글래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도 메타가 패션 브랜드들과 협업하는 이유로 풀이된다. 자체 브랜드의 AI 글래스 출시를 목전에 둔 회사들은 메타와의 협업에 나서서 얻을 실익이 없다. 

한 전자업계 전문가는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측면에서 메타에 적극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패션 브랜드들과의 협력이 메타 입장에서는 의사결정을 이끌어내기가 훨씬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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