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개발자회의서 데모 시연
"오직 AI 기능 구현을 위한 폼팩터"
디스플레이는 '선택적(Optional)' 표현

지난 2013년 ‘구글 글래스’를 선보였던 구글이 다시금 이 시장에 도전한다.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AI(인공지능)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덕분에 웨어러블 기기 활용 범위가 훨씬 넓어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앞서 메타⋅애플 등 경쟁 빅테크 기업들도 글래스형 스마트 기기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1~2년 내 해당 시장에서 치열한 경합도 예상된다. 

구글이 스마트 글래스 출시 계획을 공식화했다. /사진=구글 I/O
구글이 스마트 글래스 출시 계획을 공식화했다. /사진=구글 I/O

 

구글, 스마트글래스 출시 공식화

 

구글은 2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개최한 연례개발자회의(I/O)를 통해 안경 형태의 스마트 글래스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한 ‘안드로이드 XR’을 구글이 개발하고, 하드웨어 개발은 삼성전자가, 디자인은 젠틀몬스터⋅워비파커 등 패션 브랜드들이 참여하는 형태다.

구글은 지난 2013년 최초의 스마트 글래스를 선보였는데 높은 가격(약 1500달러)에 비해 실제 활용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유일한 입력수단인 음성인식도 정확도가 떨어졌다. 구글은 구글 글래스를 2년여만에 단종했다. 시대를 너무 앞서갔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번에 구글이 I/O를 통해 공개한 스마트 글래스는 지난 2013년 공개한 제품과는 폼팩터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앞선 제품은 외부 돌출된 프리즘을 통해 간단한 정보를 디스플레이했는데, 이번에 공개된 제품은 디스플레이가 일체형으로 감춰져 있다. 덕분에 일반 시력 교정 안경과 외견상 큰 차이가 없다.

구글은 이를 ‘인-렌즈 디스플레이(In-lens Display)’라고 표현했다. 디스플레이를 숨기기 위해 안경 렌즈를 도파관(웨이브가이드)으로 활용하고, 프로젝션된 이미지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디스플레이는 오른쪽 렌즈에만 장착되며, 그마저도 하단부 좁은 영역에만 정보가 표시된다. 양쪽눈 넓은 영역에 디스플레이를 표시하면 전력소모가 커 배터리 사용 시간 단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샤람 이자디 구글 안드로이드 XR 부사장은 스마트 글래스 디스플레이가 ‘선택적(Optional)’이라고 밝혔다. 이것이 디스플레이가 있는 타입과 없는 타입으로 나눠서 출시된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디스플레이가 탈부착식이라는 의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지난해 메타가 선보였던 ‘오라이언’과 달리 ‘퍽(Puck)’ 같은 별도 연산 기기가 필요하지도 않다. 스마트폰과의 연결을 통해 부하가 큰 연산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공개한 스마트 글래스.
구글이 공개한 스마트 글래스.

폼팩터보다 더 주목받는 건 높아진 활용성이다. 자체 AI 모델인 제미나이와의 결합을 통해 ‘AI 에이전트’로서 스마트 글래스의 면모를 구현했다. 

멀티모달 모델인 제미나이는 이미지⋅텍스트⋅음성 등 여러 데이터들을 동시에 인식해 추론한다. 사용자의 음성 명령과 카메라를 통해 받아들이는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정확한 답을 내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앞서 구글 글래스에서는 음성인식을 통해 간단한 명령만을 수행할 수 있었지만, 데모 제품은 스마트폰에서 구현하는 모든 AI 기능들을 이용할 수 있다.

샤람 이자디 부사장은 “모든 AI 기능을 스마트폰을 꺼내보지 않고 활용할 수 있다”며 “오직 AI 기능을 위해 탄생한 폼팩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은 이날 스마트 글래스와 함께 HMD(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 형태의 VR 기기(프로젝트 무한)도 선보였는데, 이 역시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통해 올해 하반기 중 정식 출시된다. 다만 데모 시연한 스마트 글래스의 출시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빅테크 대부분 뛰어드는 스마트 글래스

 

스마트 글래스 원조격인 구글이 양산 출시 계획을 밝힘에 따라 향후 관련 시장을 놓고 빅테크들 간의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이미 메타는 ‘레이벤-메타’ 브랜드를 통해 스마트 글래스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고, 오는 2027년 디스플레이와 센서 성능을 대폭 강화한 오라이언을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 8일 블룸버그는 애플이 내년 하반기 스마트 글래스용 칩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내년 하반기 칩이 출하되면, 실제 제품 출시는 2027년 초쯤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가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파크 본사에서 열린 ‘커넥트 2024’에서 스마트 안경 ‘오라이언’을 착용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가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파크 본사에서 열린 ‘커넥트 2024’에서 스마트 안경 ‘오라이언’을 착용하고 있다.

빅테크들이 스마트 글래스 개발에 매진하는 건,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폼팩터의 기기가 필요해졌다고 판단해서다. AI 에이전트 기능을 실생활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입출력이 필요한데, 스마트폰은 매번 주머니에서 꺼내고 전원을 다시 켜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스마트폰용 모바일 OS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구글 입장에서는 하드웨어 개발이 늦어지면 OS 시장까지 잠식당할 수 있다. 모바일 OS가 없는 메타는 그동안 OS 기업들 전략에 휘둘리는 사례가 많았는데, 스마트 글래스 시장에서 자리 잡을 경우 플랫폼 독립이 가능하다.

한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구글이 2013년 구글 글래스를 처음 내놓을 때의 목표도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양 손을 자유롭게 만든다는 것이었다”며 “AI 기능이 더해지면서 더 이상 스마트폰이라는 세트에 의존하지 않는 에이전트 기능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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