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개 테크 기업들과 NDA 체결
배터리 절감하는 '멀티비트 PWM' 구동기술
"사피엔반도체 특허 넘어서지 못할 것"

지난해 1월 소셜미디어 스냅챗 운영사 스냅은 컴파운드포토닉스라는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그로부터 넉달 뒤 구글은 렉시엄을 M&A(인수합병)했다. 두 사건은 별개의 거래지만 목표가 같다. 바로 AR(증강현실)용 디스플레이 기술 확보다.

아직 AR 기기에 대한 컨셉트가 정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테크 기업들의 기술 선점 경쟁이 치열한 분야 중 하나가 AR용 디스플레이다. 구조상 외부광에 취약한 AR은 레도스(LED on Silicon)가 디스플레이 관점에서 대안 기술로 부각되는데, 아직 AR 기기에 탑재될 만큼 작은 레도스는 실물이 나온 바가 없다. 누가 먼저 적합한 솔루션을 내놓느냐에 따라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

사피엔반도체는 이 AR용 디스플레이 구동 기술 분야에서 주목받는 팹리스다. 

이명희 사피엔반도체 대표는 최근 KIPOST와 만나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프로젝트가 우리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며 “현재까지 NDA(비밀유지협약)를 체결한 기업만 35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사피엔반도체의 핵심 경쟁력은 멀티비트 기반의 PWM(Pulse Width Modulation) 구동 기술이다. 기존 OLED 구동에 쓰이는 PAM(Pulse Amplitude Modulation)이 아날로그 방식이라면, PWM은 LED 화소 밝기를 디지털 방식으로 컨트롤한다. 

예컨대 100L 크기의 물통에 50L 만큼의 물을 채운다고 가정해보자. 여기서 100L는 LED 1개의 최대 밝기, 50L는 특정 시점에 화면에서 필요한 밝기다. PWM은 수도꼭지를 열고 닫는 시간을 조절해 50L 만큼의 물을 채운다. PAM은 수도꼭지를 항상 ‘온(On)' 상태로 놓되, 물이 나오는 속도를 미세하게 조절해 50L를 채우는 방식이다. 

이명희 사피엔반도체 대표. /사진=사피엔반도체
이명희 사피엔반도체 대표. /사진=사피엔반도체

이는 LED 밝기를 컨트롤하는 매커니즘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PWM은 최대 100 만큼의 밝기를 낼 수 있는 LED가 50의 밝기를 내게 하기 위해 특정 시간 동안 온⋅오프를 반복한다. 워낙 짧은 시간 온⋅오프를 전환하기에 육안으로 깜빡임을 느끼지 못하고, 인간의 뇌는 누적된 밝기로만 인지한다. 

PWM이 PAM 대비 미세한 컨트롤이 가능하며, 특히 작은 전류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LED 구동에는 PWM이 더 적합하다. 

특히 사피엔반도체의 백플레인 설계는 화소 메모리(S램)에 구동 정보를 12비트까지 저장해 디스플레이 소비전력을 크게 줄여준다. 1비트씩 명령을 내려줄 필요 없이, 한 번에 12번의 동작을 기억했다가 화면을 구현한다. 이를 통해 검은색 화면을 기준으로 75%, 흰색 화면에서는 33% 전력을 저감할 수 있다. 배터리에 의존하는 모바일 기기에 꼭 필요한 특성이다.

이 대표는 “레도스(LED on Silicon)용 백플레인 하나를 개발하려면 30억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된다”며 “이를 전문으로 개발하는 팹리스들이 대부분 글로벌 빅테크 회사에 인수됐다”고 말했다. 다양한 고객사들을 위해 서드파티 개발을 맡을 수 있는 회사가 사피엔반도체 밖에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사피엔반도체는  최근 여러 회사들이 레도스 기술을 이용해 디스플레이를 생산해 볼 수 있게 28nm 기반의 표준형 제품도 내놨다. 본격적인 커스텀 레도스를 개발하기 전에 표준형 제품으로 빨리 R&D를 시작할 수 있다.

향후 레도스 시장이 본격 개화하면 대형 디스플레이 회사들이 관련 백플레인 기술을 내재화 해버리지 않을까.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회사 설립 이후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구동 관련 특허를 폭넓게 출원해두었다”며 “멀티비트 기반 PWM 구동 등 핵심 기술은 우리 특허를 우회하는 게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사피엔반도체가 출원한 특허는 총 140여건, 국내와 미국⋅유럽⋅중국 등에 매년 20여건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 

이명희 대표가 바라보는 레도스 디스플레이 시장의 폭발적 성장은 2025년 부터다. 그는 “현재 사피엔반도체가 글로벌 테크기업들과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이 2025년을 기점으로 양산화에 착수하게 된다”며 “스마트폰 등장과 맞먹는 산업적 변화를 동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