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잉곳⋅웨이퍼 제조사 10여개 참여
울프스피드 외에 공급망 풍부해져
지난해까지 1장 당 5000달러(약 680만원)를 호가하던 8인치 SiC(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 가격이 올들어 하락 추세다. 미국 제조사 한 곳에 의존하던 샘플 물량이 늘어나고 중국 기업을 중심으로 생산에 대거 참여하면서다.
8인치 공정 전환 걸림돌로 지적된 SiC 샘플 웨이퍼 수급 문제가 해소 국면이다.
SiC 웨이퍼, 올해 30~40% 가격 내려
전력반도체용 소재로 각광받는 SiC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8인치 웨이퍼 한 장에 5000달러 안팎에 거래됐다. 샘플이나마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는 회사가 미국 울프스피드 한 곳 밖에 없었기에 이 정도 가격에도 조달이 잘 안되었다. 울프스피드는 8인치 SiC ‘A급’ 제품을 자사 SiC 팹에서 사용하고, 일부 물량만 시장에 풀었다.
8인치 SiC 웨이퍼는 현재 주력 공정인 6인치 대비 1.78배 많은 전력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 덕분에 전력반도체 생산 원가를 크게 낮춰줄 것으로 기대됐다. 중국 SiC 웨이퍼 제조사 탱크블루에 따르면 SiC 전력반도체 공정을 4인치에서 6인치로 업그레이드 할 때 칩 1개당 공정비용이 40%, 이를 다시 8인치로 개선하면 35% 추가로 줄어든다.
그러나 8인치 SiC 웨이퍼는 6인치 SiC 웨이퍼 대비 가격이 높고 조달도 잘 되지 않는 탓에 기업들이 쉽사리 R&D를 진행하기 쉽지 않았다. 현재 6인치 SiC 웨이퍼 가격은 1장당 1000달러, 대량 주문시 900달러 정도면 살 수 있다. 한 SiC 업계 전문가는 “그나마 2년 전까지 8인치 SiC는 부르는게 값이었고, 울프스피드의 최고급 제품은 1만달러부터 가격이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만 8인치 SiC 웨이퍼 수급난은 올해 하반기 들어 해소 국면이다. 제조사별로 다르지만 1장에 대략 3000달러 정도에 가격이 형성됐다. 작년 대비 30~40% 정도 단가가 내린 셈이다.
이는 울프스피드에 이어 미국 코히어런트⋅온세미, 중국 산안광전⋅탱크블루 등이 생산에 참여하면서 구매할 곳이 늘어난 덕분이다. 특히 중국 산안광전은 중국 충칭 지역에 70억위안(약 1조3200억원)을 투자해 대규모 SiC 잉곳⋅웨이퍼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이 공장은 지난 8월 완공돼 상업생산을 앞두고 있다. 아직 이 공장 내 일부만 시험 가동 중이지만, 설비를 가득 채우면 연간 48만장의 8인치 SiC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다.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SiC 웨이퍼 출하량은 170만장(6인치 기준) 정도다. 산안광전 신공장 생산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생산 속도 측면에서는 탱크블루가 산안광전을 앞선다. 탱크블루는 올해 초부터 소규모로 8인치 SiC 웨이퍼 출하를 시작했으며, 연말까지 계속 생산량을 늘려갈 계획이다.
중국에는 이들 두 회사 외에도 세미식크리스털(Semisic Crystal)⋅SICC⋅서밋크리스털 등 10여개 회사가 SiC 잉곳⋅웨이퍼 사업에 뛰어들었다. 또 다른 SiC 업계 전문가는 “중국에서 워낙 많은 양은 투자하다 보니 중국산 8인치 SiC 웨이퍼가 미국산 대비 저렴하다”며 “중국 기업의 8인치 SiC는 2500달러 이하에 구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14개의 SiC 신규 팹 건설
이처럼 8인치 SiC 수급난이 해소 추세로 접어들면서 8인치 SiC 공정 전환을 준비 중인 기업들 역시 한시름 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4개의 신규 SiC 팹 프로젝트가 추가됐으며, 이 가운데 12개가 공장 건설 단계다. 현재 건설 중인 팹들은 빠르면 2025년부터 양산을 시작한다. 신규 팹들은 대부분 장기적 관점에서 8인치 공정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온세미가 경기도 부천 팹을, 일본 롬이 후쿠오카현 지쿠고 팹을 내년부터 각각 8인치로 전환하기로 함에 따라 8인치 웨이퍼 대규모 수요가 발생할 전망이다.
일본 미쓰비시전기의 구마모토현 8인치 SiC 팹도 2025년 9월 완공돼 11월 양사에 돌입한다. 독일 보시가 독일 루틀링겐에 건설한 SiC 팹도 최근 8인치 공정을 일부 도입했으며, 미국 로즈빌 공장은 2026년 8인치 SiC 양산에 돌입하기로 했다.
파운드리업체 VIS(뱅가드인터내셔널)는 지난 9월 에피실에 24억8000만대만달러(약 1050억원)를 투자해 지분 13%를 취득했다. 두 회사는 합작을 통해 8인치 SiC 공정에 투자하기로 했으며, 양산 목표는 오는 2026년이다.
우리나라 8인치 파운드리 업체 DB하이텍은 현재 8인치 SiC 공정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있으며, 2026년 이후 양산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DB하이텍, 8인치 SiC 파일럿 라인 셋업 마무리 단계>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