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공정개발 후 2027년 양산 목표
11일 2500억원 규모 클린룸 투자 공시
신사업으로 SiC(실리콘카바이드) 전력반도체 생산을 추진 중인 DB하이텍이 8인치 파일럿 공정 셋업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내년 공정 개발을 통해 2027년 이후 양산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양산 라인 투자에 앞서 클린룸 확보를 위한 설비투자도 단행한다.
DB하이텍, 6인치 건너 뛰고 8인치 SiC 직행
11일 DB하이텍 관계자는 “충북 음성 상우팹에 구축 중인 8인치 SiC 파일럿 라인이 곧 가동에 들어간다”며 “내년 연말까지 공정 개발을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DB하이텍은 그동안 부산TP(테크노파크) 내 파워반도체상용화센터에서 6인치 SiC 공정을 개발해왔다. 여기서 SiC 생산 기술을 연말까지 사전 검증할 계획이다.
다만 최근 전력반도체 업계가 6인치를 넘어 8인치 공정으로 전환하는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해 파일럿 및 양산 설비는 8인치 공정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8인치 SiC 웨이퍼는 6인치 대비 1.78배 더 넓다. 동일한 공정 횟수로 얻을 수 있는 전력반도체 양이 그 만큼 많다. 그동안 8인치 파운드리 업체로 기술력을 키워온 만큼 일부 설비들을 혼용해 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DB하이텍은 8인치 SiC 공정 개발 추이에 맞춰 내년 상반기 중에는 고객사 디자인 수주에 나선다. 수주에 성공하면 2026년에 양산투자, 2027년에는 본격 양산에 돌입할 수 있다.
양산 라인 투자를 위한 클린룸 공간도 사전 확보한다. DB하이텍은 11일 2500억원을 투자해 충북 음성 상우팹(팹2)에 신규 클린룸을 구축한다고 공시했다. 이를 통해 8인치 Si(실리콘)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 공정을 위한 유휴 공간을 미리 확보하는 한편, SiC 장비 반입을 위한 공간도 마련키로 했다.
DB하이텍 파운드리 생산라인은 경기도 부천팹(팹1)과 상우팹으로 나뉘는데 부천팹은 이미 Si 8인치 공정으로 가득찼다. 향후 SiC 파일럿 라인과 양산 투자는 모두 상우팹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DB하이텍 관계자는 “투자가 완료되면 우선 전기차 충전시설과 OBC(온보드차저)에 들어가는 전력반도체부터 수주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인버터 시장에도 진출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8인치 공정 SiC 사업에 걸림돌이던 웨이퍼 수급 문제도 해소 단계다. 작년까지만 해도 8인치 SiC 웨이퍼는 한 장에 400만~500만원으로, 6인치(100만원 안팎) 대비 4~5배 비쌌다. 8인치 공정으로 한 번에 1.78배 많은 반도체를 산출할 수 있다고 해도 웨이퍼 가격에서 이 정도 차이가 나면 가격 경쟁력이 오히려 떨어진다.
내년부터는 미국 울프스피드는 물론 중국 산안광전이 8인치 SiC 웨이퍼를 출하할 예정이며, 국내 SiC 웨이퍼 전문업체 쎄닉도 이르면 내년부터 8인치 SiC 잉곳 및 웨이퍼를 생산한다. SK실트론이 지난 2020년 인수한 SK실트론CSS(옛 듀폰 웨이퍼사업부)도 내년 연말쯤 8인치 SiC 웨이퍼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극소수 파일럿 라인에서만 생산되던 SiC 웨이퍼 생산량이 늘면 내년부터는 가격도 합리적인 수준을 찾아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