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퍼 메이저 회사가 소자 완제품까지 생산하는 구조
SiC 웨이퍼만 전문으로 생산하는 회사 드물어

지금의 SiC(실리콘카바이드, 탄화규소) 반도체 산업의 서플라이체인은 다소 기형적이다. 울프스피드⋅코히어런트⋅SiCrystal 3개 회사가 글로벌 SiC 웨이퍼 공급량의 80% 이상을 담당하면서, 자체적으로 에피웨이퍼나 반도체 소자까지 공급한다. SiC 웨이퍼를 가장 많이 매입하는 인피니언⋅ST마이크로⋅온세미 입장에서 울프스피드⋅코히어런트⋅SiCrystal은 협력사면서 경쟁사다. 

SiC 반도체 회사들이 쎄닉 같은, 자신들과 경쟁하지 않는 웨이퍼 전문 회사를 기다리는 이유다. 

SiC 웨이퍼를 이용해 생산한 반도체. /사진=EETimes
SiC 웨이퍼를 이용해 생산한 반도체. /사진=EETimes

 

쎄닉, 국내 유일 SiC 웨이퍼 회사 

 

쎄닉은 국내서 유일하게 SiC 후방산업에 포진한 회사다. SiC 반도체는 SiC 분말을 2200~2400℃에서 승화(기화)시켜 종유석 형태의 잉곳으로 만드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잉곳을 직경 4~8인치 원통모양(실린더)으로 다듬고, 원판 방향으로 잘라내면 웨이퍼가 완성된다. 이를 전력반도체 회사들이 구매해 팹에 투입한다.

쎄닉은 지난 2004년 SiC 웨이퍼 스타트업을 표방하며 설립된 크리스밴드가 전신이다. 창업 이후 20여년간 SiC 잉곳 및 웨이퍼 기술 개발에 열중했다. 중간에 SKC에 인수됐다가, 지난해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로 재차 M&A됐지만 사업 아이템이 바뀐 적은 없다. 최근 SiC를 주축으로 하는 WBG(와이드밴드갭) 반도체가 주목을 받으면서 창업 20여년 만에 양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이 회사는 충남 천안공장 내에 6인치 파일럿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SiC 웨이퍼는 국내외 SiC 반도체 회사로 샘플 공급돼 평가가 진행 중이다. 2023년 IPO(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이 유입되면 1차 설비투자에 나서 2024년 양산 체제로 전환한다. 

SiC 웨이퍼 및 반도체 시장 서플라이체인. /자료=업계 취합
SiC 웨이퍼 및 반도체 시장 서플라이체인. /자료=업계 취합

1차 설비투자 규모는 6인치 SiC 웨이퍼 생산량 기준 연간 6만장 가량이다. 현재 전력반도체용 6인치 SiC 웨이퍼 1장에 약 900달러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양산 라인에서 5400만달러(약 700억원) 매출까지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쎄닉은 양산 투자시 6인치 웨이퍼와 8인치 웨이퍼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PVT(물리적기상전송) 성장로를 들인다. 현재 SiC 웨이퍼 시장의 주류는 4~6인치지만 빠르면 2024년, 늦어도 이듬해에는 8인치 SiC 공정이 반도체 업계에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6인치 웨이퍼를 양산하다 향후 8인치 시장 개화에 맞춰 SiC 웨이퍼 생산비율을 조절하는 것이다. 

이는 8인치 생산설비로의 전환비용을 줄이고 향후 매출성장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8인치 SiC 웨이퍼의 ASP(평균판매단가)는 6인치 대비 2.5배 높다.

이처럼 유동적인 생산 기술은 이 회사가 PVT 성장로를 국내 업체 에스테크와 공동 개발했기에 가능하다. 원래 SiC 웨이퍼용 PVT는 일본⋅유럽 업체가 강세다. 

쎄닉과 에스테크가 공동 개발한 PVT 성장로는 냉각 방식도 차별화했다. 기존 대부분의 PVT 성장로는 내부 열로부터 챔버를 보호하기 위한 냉각장치가 수냉식이다. 석영으로 된 챔버가 2200~2400℃ 열에 녹지 않게 냉각수로 식혀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냉각수 통로가 자주 막힘으로써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김정규 쎄닉 CTO(최고기술책임자, 부사장)는 “신규 PVT 성장로는 팬을 이용하는 공랭식을 채택해 생산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RF용 SiC 웨이퍼도 진출할 것

 

쎄닉은 내부 평가를 통해 자사 파일럿 라인에서 생산된 제품이 울프스피드⋅코히어런트 등 선두 업체 제품과 유사한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고 설명한다. SiC 잉곳은 성장시키다 보면 수직으로 관통하는 빈공간(마이크로 파이프, MP)이 생기거나 작은 결함(디스로케이션, Dislocation)이 발생하는데, 이를 최소화하는 게 품질 향상의 관건이다. 김정규 부사장은 “고체를 기화시킨 후, 다시 고체화하는 PVT 성장법 특성상 다양한 형태의 불량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이제는 대부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전기차용 고전압 파워모듈. 최근 SiC 반도체 수요 증가는 전기차 시장 성장과 관련이 깊다. /사진=인피니언
전기차용 고전압 파워모듈. 최근 SiC 반도체 수요 증가는 전기차 시장 성장과 관련이 깊다. /사진=인피니언

쎄닉은 양산 체제 전환 후 전력반도체용 SiC 외에 RF(무선통신)용 고저항 SiC 웨이퍼 사업에도 진출한다. SiC를 RF용으로 쓰기 위해서는 상부에 GaN(갈륨나이트라이드, 질화갈륨) 층을 얹는다. 다만 SiC와 GaN의 격자상수(결정 안에서 원자 간 간격)가 다른 탓에 SiC를 전력반도체용(350μm)보다 두꺼운 500μm로 절단해야 한다. 웨이퍼 두께가 얇으면 SiC 웨이퍼가 이후 공정에서 휘어질 수 있다. 

SiC 웨이퍼를 이용한 RF용 반도체는 향후 6G(6세대) 이동통신 개발 과정에서 반드시 개발되어야 할 요소 기술로 꼽힌다. 대신 웨이퍼 두께가 전력반도체 대비 두껍고, 생산 기술도 까다로운 만큼 공급 단가 역시 2배 이상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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