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스피드, 2025년부터 8인치 SiC 양산
SK실트론도 2023년 8인치 투자 의사 결정
DB하이텍, 2028년 8인치로 직행

그동안 6인치 공정에 머물렀던 SiC(실리콘카바이드, 탄화규소) 반도체가 이르면 2025년부터 8인치로 업그레이드된다. 잉곳-웨이퍼-팹으로 이어지는 제조사들이 저마다 양산 채비에 나서면서 SiC 생태계가 8인치로 집중될 전망이다. 

웨이퍼 직경이 넓어지면 한 번에 생산할 수 있는 칩 수가 늘면서 제조 단가가 낮아지고,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 

로옴(ROHM)의 SiC 웨이퍼 및 전력반도체 완제품./사진=로옴
로옴(ROHM)의 SiC 웨이퍼 및 전력반도체 완제품./사진=로옴

 

웨이퍼 공급사들, 8인치 공급 채비

 

현재 SiC 반도체 공정의 주류는 4인치⋅6인치다. 메모리가 12인치, 시스템반도체가 8인치⋅12인치에 안착한 것과 비교하면 웨이퍼 직경이 작다. 

제품별로 한 해 수십조원 규모 시장을 형성하는 메모리⋅시스템반도체에 비하면 SiC가 적용된 전력반도체 시장은 크지 않았다. 시장조사업체 욜디벨롭먼트에 따르면 SiC 기반 전력반도체 시장은 올해 기준 1조1000억원 정도다. 그나마 최근 전기차 반도체용으로 SiC 채택율이 30%까지 높아지면서 이만큼 성장한 것이다. 

이처럼 기존 실리콘 기반 반도체 대비 시장이 작다 보니 웨이퍼 직경 확대에 대한 니즈를 크게 느끼지 못했고, 공급업체들의 R&D(연구개발) 여력도 한정적이었다. 그러나 SiC 반도체 시장이 2030년 12조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업체들의 8인치 공정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SiC 웨이퍼 공급량 1위인 울프스피드는 자체 생산라인 내에서 8인치 생산 공정을 검증하고 있다. 울프스피드가 양산에 사용하는 SiC 웨이퍼는 전량 6인치 제품이지만, 오는 2025년부터는 8인치 제품을 양산에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 6인치 웨이퍼 생산능력은 월 8300장인데, 8인치 웨이퍼 설비는 월 4만장 규모로 구축키로 했다. 

미국 울프스피드의 SiC 웨이퍼. /사진=울프스피드
미국 울프스피드의 SiC 웨이퍼. /사진=울프스피드

울프스피드 다음으로 SiC 생산량이 많은 투식스(Ⅱ-Ⅵ)도 2027년 양산을 목표로 8인치 웨이퍼 공정 투자를 진행한다. 생산능력은 울프스피드와 같은 월 4만장 수준이다. 이 회사는 현재 월 5800장 규모의 6인치 SiC 웨이퍼를 생산한다. 울프스피드⋅투식스 두 회사 모두 2020년 이전에 8인치 웨이퍼 개발은 완료했으나, 최근 관련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양산 투자에 나선 케이스다. 

SK실트론이 지난 2020년 인수한 SK실트론CSS(옛 듀폰 웨이퍼사업부) 역시 내년에 8인치 생산라인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이미 파운드리들을 위한 8인치 SiC 웨이퍼 샘플은 제공하고 있다. 

SKC의 SiC 웨이퍼 기술을 인수해 설립한 쎄닉도 오는 2024년을 목표로 8인치 SiC 웨이퍼 고객인증을 진행키로 했다. 이 회사는 현재 6인치 SiC 웨이퍼만을 공급하고 있으며, 내년 IPO(기업공개)로 유입된 자금을 8인치 제품 개발 및 양산에 투자할 계획이다. 6인치 웨이퍼까지는 일본 장비사 기술을 활용했으나, 8인치 SiC 웨이퍼 생산라인은 국내 에스텍과 공동 기술개발을 통해 국산화하기로 했다. 

구갑렬 쎄닉 대표는 “ST마이크로⋅온세미⋅로옴 등 전력반도체 주요 플레이어들이 잉곳⋅웨이퍼 업체를 인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내재화하고 있다”며 “그만큼 SiC 반도체 생태계에서 웨이퍼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들도 8인치 SiC 서비스 추진

 

후방산업의 투자 덕분에 그동안 8인치 SiC 공정을 구축하고 싶어도 웨이퍼 수급이 어려웠던 파운드리들도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전 세계 파운드리들 중 SiC 공정을 제공하는 곳은 중국 SMIC, 미국의 엑스팹(X Fab), 대만 에피실 정도다. 3개 회사 모두 지금은 4인치⋅6인치 공정만 제공하지만 향후 설비투자를 통해 8인치 공정도 제공할 계획이다. 

DB하이텍 상우캠퍼스. /사진=DB하이텍
DB하이텍 상우캠퍼스. /사진=DB하이텍

국내 파운드리 업체 DB하이텍은 아직 실리콘 웨이퍼 기반의 아날로그 반도체 파운드리를 지향하고 있다. 다만 2026년 양산 투자를 통해 SiC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특히 DB하이텍은 화합물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 늦게 진입하는 만큼, 4인치⋅6인치 공정은 건너 뛰고 8인치로 직행한다. 

양산 투자 라인은 충청북도 음성 상우캠퍼스(옛 팹2) 유휴부지를 활용할 계획이다. 심천만 DB하이텍 전략마케팅파트장(상무)은 “현재 상우캠퍼스 내에 절반 정도의 유휴부지가 있다”며 “2026년 투자해 2028년 7월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DB하이텍은 1차 양산 투자가 성공하면 2028년 2차 투자 계획도 단행키로 했다. 같은 화합물 반도체에 속하는 GaN(갈륨나이트라이드, 질화갈륨) 기반 전력반도체 파운드리 사업도 전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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