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주기 깨고 반년여 만에 조기 등판
"AI 대응에 늦었던 점 자인하는 것"
하반기 '스냅드래곤 X 엘리트' 기기들과 경쟁

아이패드 최초의 OLED 디스플레이 탑재로 기대로 모았던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가 신규 애플실리콘 출시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애플이 1년 반을 유지해오던 SoC(시스템온칩) 출시 주기를 깨고, 불과 반년 만에 M4를 조기 등판시켰기 때문이다.

AI(인공지능) 분야에서 경쟁사에 더 이상 뒤쳐질 수 없다는 애플의 절박함이 드러난다. 

신형 '아이패드 프로'. /사진=애플
신형 '아이패드 프로'. /사진=애플

 

애플, M3 출시 반년 만에 M4 등판

 

애플은 7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렛 루즈(Let Lose)' 이벤트를 열고 신형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를 공개했다. 신형 아이패드는 국내서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가 각각 OLED를 최초로 공급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정작 이번 이벤트에서 더 눈길을 끌었던 포인트는 M4의 조기 출시다. 애플의 ‘M시리즈' 칩은 아이패드⋅맥북⋅아이맥 등 애플의 IT 제품에 탑재되는 AP다. 지난 2020년 11월 M1이 출시된 이래 M2(2022년 6월), M3(2023년 10월)가 1년 반 주기로 등장했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M4는 M3가 출시된 지 불과 반년 정도만에 조기 등판했다. 원래대로라면 신형 아이패드는 M4가 아닌 M3를 탑재하고 나왔어야 하지만, 애플은 M3를 건너 뛰고 M4로 직행하는 강수를 뒀다. 

애플이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M4를 이른 시점에 선보인 건, M3 만으로는 모바일 분야 경쟁사들과 AI 기술로 경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는 애플이 M4를 출시하며 NPU(신경망처리장치) 성능을 전작 대비 대폭 강화한데서 읽을 수 있다. 

기존 M1~M3에 탑재된 NPU는 각각 11TOPS(1초당 1조회 연산)⋅15.8TOPS⋅18TOPS씩의 연산 속도를 구현했다. M4에 탑재된 NPU의 연산속도는 M3 대비 두 배 이상 개선된 38TOPS다. 기존에는 세대간 NPU 성능 개선치가 10~40% 정도에 불과했으나, M4는 단숨에 큰 폭의 성능 개선을 구현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애플은 CPU(중앙처리장치)에 할당된 6개의 효율(Efficiency) 코어도 머신러닝 가속기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AI 성능 강조는 경쟁사 퀄컴을 의식한 측면이 다분하다. 퀄컴이 지난해 선보인 첫 Arm 기반 PC용 칩인 ‘스냅드래곤 X 엘리트'는 45TOPS 성능의 ‘헥사곤’ NPU가 탑재돼 있다. 스냅드래곤 X 엘리트를 탑재한 실물 기기들이 올해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어서 실제 성능은 두고 봐야 하겠으나, 일단 수치상 놓고 봐도 애플 M3는 물론 M4 역시 압도한다. 

심지어 스냅드래곤 X 엘리트는 M4 보다 한 세대 떨어지는 TSMC 4nm(나노미터) 공정으로 생산됐다. 퀄컴으로서는 공정 업그레이드에 따른 추가 성능 개선 여지를 남겨둔 상태에서도 이미 애플 M4에 앞서는 셈이다. 

스마트폰용 AP 시장에서 경쟁하던 퀄컴이 PC용 칩 시장으로 넘어오고, 특히 AI 성능으로 압도한 탓에 애플이 더 이상 M3로는 버틸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신형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에 M3를 고집했다면 하반기부터 출시될 스냅드래곤 X 엘리트 탑재 기기들과의 AI 성능 차이가 너무 크게 벌어진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M4의 조기 출시는 애플이 AI 기술 대응에 늦었다는 점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M4 출시로 ‘온디바이스AI’ 분야에서 애플의 전략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탠덤 OLED 이름은 ‘울트라 레티나 XDR’

 

신규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는 예상대로 애플의 IT용 기기로는 처음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나왔다. 아이패드용 OLED는 아이폰용과는 달리 발광층이 2개로 수직 적층된 ‘투 스택 탠덤 OLED’다. 애플은 이를 ‘울트라 레티나 XDR’로 명명했다. 

애플은 아이폰에 적용되던 LTPS(저온폴리실리콘) LCD를 처음 ‘레티나(망막)’ 디스플레이로 명명한 뒤, 아이폰용 OLED는 ‘슈퍼 레티나'와 ‘슈퍼 레티나 XDR’로 이름을 붙였다. 아이패드용 OLED 출시와 함께 ‘슈퍼'를 ‘울트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 것이다. 

디스플레이를 미니 LED 타입의 LCD에서 OLED로 교체한 덕분에 아이패드 무게도 13인치 기준 100g 이상 가벼워졌다. 

일반 OLED와 투 스택 탠덤 방식 비교. /자료=미래에셋
일반 OLED와 투 스택 탠덤 방식 비교. /자료=미래에셋

울트라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는 13인치 패널은 LG디스플레이가, 11인치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공동으로 공급한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올해 2~5월 중 생산된 아이패드 OLED 출하량 비중은 LG디스플레이가 65%로, 삼성디스플레이에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양사가 애플에 공급할 아이패드용 OLED 패널은 총 1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800만~900만대 안팎으로 눈높이가 낮아졌다. 글로벌 경기 불황에 중국에서 애플 기기에 대한 점유율도 낮아진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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