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LED 생산라인, 최대 1.3조원 손실처리
"고객과의 마이크로 LED 프로젝트 예기치 않게 취소"
독일 오스람이 말레이시아에 투자한 마이크로 LED 생산시설을 손실처리하는 한편, 마이크로 LED 사업전략을 재검토한다. 애플과 오스람은 ‘애플워치’용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생산을 위해 장기간 협력해왔다는 점에서 관련 프로젝트가 좌초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도입 좌절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는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오스람 “고객과의 마이크로 LED 프로젝트 취소”
오스람은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과의 마이크로 LED 관련 프로젝트가 예기치 않게 취소됨에 따라 회사의 마이크로 LED 관련 전략을 재평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말레이시아 쿨림에 건설한 8인치 LED 생산라인에 대해 처리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스람은 올해 1분기에만 마이크로 LED 관련 자산 및 영업권에 대해 6억~9억유로(8700억원~1조3000억원) 규모로 손상처리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21년에만 쿨림 공장에 8억5000만달러(약 1조1300억원)를 추가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은 도합 10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손상처리를 통해 쿨림 공장 투자 손실을 회계상에 대부분 반영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상 가까운 시일 내에 쿨림 공장이 자산으로써 활용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셈이다.
오스람은 이날 성명에서 마이크로 LED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고객이 어느 곳인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 회사가 애플과 관련 연구를 진행해 온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오스람은 지난 2020년 전자부품 회사 ams에 인수됐는데, 애플과의 마이크로 LED 공동 개발은 그보다 최소 4~5년 앞서 시작됐다.
오스람이 2021년 쿨림 공장에 대규모 추가 투자를 할 당시만 해도 2024년, 바로 올해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애플이 ‘애플워치 울트라’ 시리즈에 마이크로 LED를 적용하는 시점은 2026년으로 연기됐다가, 최근 나오는 보도에는 2027년으로 재차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이전부터 조단위 투자를 이어온 오스람으로서는 애가 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 공식적으로 관련 프로젝트가 취소됐고, 오스람도 마이크로 LED 사업 전략을 재평가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당분간 애플 기기에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가 탑재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양사가 오랜 기간 연구해온 마이크로 LED 개발과제를 중단키로 한 건 기술적 난제와 함께 단가적인 측면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애플워치 울트라에 탑재할 만한 크기(2.13인치)로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산원가가 115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10μm(마이크로미터)의 LED 칩, LTPO(저온폴리실리콘옥사이드) TFT를 이용해 325PPI(1인치 당 픽셀 수)를 구현했을 때를 가정한 계산이다.
그러나 비슷한 크기(2.0인치)의 애플워치용 디스플레이를 OLED로 만들면 생산비용이 38달러로 줄어든다. 불과 3분의 1 비용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업계는 실제 마이크로 LED 패널 생산에 들어가면 저조한 수율과 표준화 되지 않은 공정 탓에 실제 생산비용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오스람은 쿨림 공장에 독일 MOCVD(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 제조사 엑시트론의 8인치 생산설비를 도입했다. 이는 높은 마이크로 LED 제조 원가를 감안해 대구경 공정 구축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LED 역시 다른 화합물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4인치 및 6인치 공정이 현재까지의 주류다. 8인치 웨이퍼를 이용해 LED를 생산하면 4⋅6인치 웨이퍼 대비 생산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호재
아직 마이크로 LED 개발 중단에 대한 애플의 직간접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최근 ‘애플카’ 개발 중단 사실이 사내 공지를 통해 공식 확인된 바 있듯, 시차를 두고 마이크로 LED 프로젝트 유지 여부 역시 디스플레이 업계에 전파될 수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애플이 마이크로 LED 개발에 한 발 물러선다면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OLED를 통해 중소형과 대형 제품까지 폭넓게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이크로 LED 기술의 부상은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애플이 마이크로 LED를 애플워치 울트라에 성공적으로 적용할 경우, 애플워치 일반 모델과 아이폰, 아이패드로의 침투는 시간 문제다. 애플은 항상 틈새 제품을 통해 신기술을 먼저 도입한 후 대중 제품으로 확산시켜왔다. OLED, LTPO TFT 기술 모두 애플워치가 아이폰보다 먼저 도입됐다. 애플워치에서 막힌 마이크로 LED를 다른 애플리케이션으로 직행시킬 가능성은 없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전문가는 “마이크로 LED 생산원가 115달러는 6인치대 아이폰용 OLED 생산원가와 맞먹기에 애플워치에 탑재되기에는 너무 비싼 기술”이라며 “마이크로 LED가 당분간 애플 기기에 탑재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