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마이크로 LED 개발팀 350여명 해체한 듯
지난주 마이크로 LED 프로젝트를 공식 종료한 오스람-애플이 수직형 LED 기술을 적용하려 했다가 양산 일정이 수차례 지연된 것으로 파악됐다. 수직형 LED는 p⋅n전극을 발광면 아래위로 분산 배치해 전극에 가려지는 발광면적을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이론상 LED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전사 이후 조립 과정의 복잡성이 높아지는 탓에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용 기술로는 적합하지 않다.
“오스람, 수직형 LED 칩 기술에 과도한 집착"
5일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오스람은 애플워치용 마이크로 LED 생산을 위해 수직형 칩 구조와 8인치 MOCVD(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 등 차별화 된 공정을 도입했다”며 “특히 효율을 높여주는 수직형 칩 구조에 천착하면서 전사 후 조립 수율을 확보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설명했다.
수직형 LED는 기존 수평형 LED와 달리 p전극과 n전극이 아래위로 분산 배치된 구조다. LED 발광 구조상 전극 면적 만큼 빛을 가리게 되는데, 전극 하나를 아래로 빼서 발광 면적을 넓힐 수 있다. 발광 면적이 넓어진다는 건 같은 전력으로 더 밝은 빛을 낸다는 의미다. 혹은 같은 밝기에서 저전력 구동이 가능하다.
이는 마이크로 LED 처럼 작은 면적에 수많은 칩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디스플레이에는 큰 이점을 줄 수 있다. 작은 화면에서 높은 해상도를 구현하려면 결국 개별 칩 사이즈가 줄어들어야 한다. 칩 크기가 줄면 그만큼 밝기에 손실이 오게 되는데, 이를 수직형 구조를 통해 보완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수직형 LED는 아래위로 각각 배치된 전극 위치 탓에 전사를 포함한 조립 공정 난이도를 크게 높인다.
사파이어 웨이퍼 위에서 만들어진 LED 칩은 TFT(박막트랜지스터) 위로 전사한 뒤에는 p전극과 n전극을 각각 TFT에 연결시켜 줘야 한다. 한쪽 전극이 반대쪽으로 나와 있으면 이를 연결하기 위해 추가 구조물을 픽셀(화소)마다 더해줘야 하는 것이다.
(+), (-) 전극이 한쪽에 몰린 직사각형 9V 건전지가 수평형 LED라면, 수직형 LED는 (+), (-) 전극이 양극단으로 나눠진 일반 원통형 건전지에 비유할 수 있다.
마이크로 LED는 가뜩이나 전사 공정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한데, 전극 연결을 위한 추가 구조물을 만드는 건 마이크로 LED 패널의 전체적인 수율을 더욱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오스람이 애플에 마이크로 LED를 공급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쿨림 공장을 투자하고도 여태 양산하지 못한 건 이 같은 기술적 요인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오스람이 2021년 쿨림 공장 투자 당시 밝혔던 양산 스케줄은 2024년, 바로 올해다. ‘애플워치 울트라3’ 출시 시점을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상용화 시점으로 잡은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오스람과의 프로젝트를 공식 취소함에 따라 설사 올해나 내년 중 애플워치 울트라3가 출시되더라도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가 탑재될 가능성은 없다.
애플, 2월 27일 마이크로 LED 관련팀 350여명 해체
애플과 오스람의 마이크로 LED 프로젝트 취소는 오스람의 공식 표현 그대로 ‘예기치 않게(unexpectedly)’ 일어났다. 애플에서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사업화팀 규모는 약 35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당 조직은 지난 2월 26일까지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다. 협력사와의 회의나 기자재 주문 등 일상 업무도 평소처럼 진행됐다.
그러다 바로 다음날 팀 전체가 해체됐는데 오스람이 애플로부터 해당 사실을 통보받은 것도 이 시점이었다. 오스람이 홈페이지를 통해 말레이시아 마이크로 LED 생산라인 손상처리 사실을 공개한 건 그로부터 이틀 뒤다.
실제 오스람은 마이크로 LED 프로젝트를 위해 2월에도 고위 임원들이 국내로 출장을 들어와 국내 기업들과 미팅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프로젝트가 취소될 가능성을 전혀 예견하지 못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마이크로 LED 개발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이 아니라면 ‘대표선수(LED 공급사)’를 바꿔 사업화를 추진하지 않겠느냐고 예상하기도 한다. 오스람이 담당한 분야가 LED 에피⋅칩 공정인데, 오스람이 아니더라도 대만⋅중국⋅일본에 에피⋅칩 회사는 즐비하다.
다만 현재로서는 애플이 단기에 마이크로 LED 양산에 나서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애플이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개발을 추진한 역사는 10년이 넘고, 관련 비용만 30억달러(약 4조원)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프로젝트를 취소하는데 그치지 않고 관련 사업화를 추진하던 조직 전체를 해체함으로써 당분간 양산 적용을 추진하기는 어렵다. 최근 프로젝트가 공식 종료된 ‘애플카'처럼 애플 제품에 영원히 탑재되지 못할 수도 있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만들기 어렵고 생산 단가(약 115달러 추정)가 비싼데다 OLED를 압도하는 성능의 우위가 없는 상태에서 마이크로 LED 양산을 다시 추진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실외용 AR(증강현실) 기기처럼 야외 시인성이 중요한 분야에만 제한적으로 마이크로 LED가 쓰일 것”으로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