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특허, BOE와 독점 사용계약
라이선스 영업 차질 빚으면서 사업 다각화
작년 매출 90% 이상 감소하며 파산 신청

중국 BOE의 미니⋅마이크로 LED 분야 핵심 파트너였던 미국 로히니가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 로히니는 BOE와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했으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96% 격감하는 등 자생력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앞서 애플이 오스람과 진행하던 ‘애플워치 울트라'용 마이크로 LED를 양산 프로젝트를 취소하면서 LED 디스플레이 분야에 좋지 않은 시그널이 누적되고 있다. 

로히니가 마이크로 LED를 전사해 만든 줄 형태의 조명. 바늘 귀에 꿰어질 정도로 얇게 만들 수 있다. /사진=로히니
로히니가 마이크로 LED를 전사해 만든 줄 형태의 조명. 바늘 귀에 꿰어질 정도로 얇게 만들 수 있다. /사진=로히니

 

BOE와 픽시 합작 설립한 로히니 파산

 

중국 FP디스플레이에 따르면 로히니는 최근 미국 파산법원에 ‘챕터7’에 따른 청산 절차를 신청했다. 챕터7은 기업이 보유한 자산을 매각해 채권자들에게 변제하는 제도다. 별도 회생 절차 없이 자산을 유동화 해 채무 변제에 모두 사용하기에 조만간 법인이 청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에 제출된 서류에 따르면 로히니의 부채는 약 500만달러(약 66억원), 자산은 4040만달러 정도다. 자산이 부채 대비 8배 많다. 그러나 이들 자산 대부분은 미니⋅마이크로 LED와 관련한 지적재산권이며, 그나마도 BOE와 독점 사용계약에 묶인 상태다. 이들 자산을 제값에 매각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지적재산권을 매입하는 측에서 보면 이를 사들인 후 외부 라이선스 등에 활용할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로히니 투자사이자 채권자인 코울스사 관계자는 “특정 고객사와의 독점 사용계약이 체결된 탓에 해외에서의 라이선스 영업활동이 자유롭지 않았다”고 말했다. 

파산 신청 전 로히니 역시 기존 라이선스 사업에 어려움이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이 회사 매출은 340만달러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3만달러까지 크게 감소했다. 회사는 사업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미니⋅마이크로 LED용 전사 장비를 직접 제작해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다만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은 오히려 자금난을 더 부추겼다고 코울스 관계자는 밝혔다. 

법인이 청산되는 과정에서 로히니가 보유한 합작사 지분이 어떻게 처리될 지도 관심사다. 로히니는 BOE와의 합작사 픽시 지분 35%와 대만 코자케이먼과의 합작사 루미니 지분 15.8%를 보유하고 있다. 픽시는 미니⋅마이크로 LED를 이용해 디스플레이를, 루미니는 마이크로 LED를 이용해 PC용 발광 키보드를 제작하는 회사다. 합작사 지분은 합작 파트너가 매입해주지 않으면 채권자 중 일부에 배분될 수 밖에 없다. 

 

암운 드리우는 LED 디스플레이 시장

 

시장이 다르기는 하지만 최근 애플이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상용화 프로젝트를 취소한데 이어 로히니 파산까지 겹치면서 LED 디스플레이 관련 산업 전반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로히니가 타깃했던 미니 LED를 적용한 LCD는 시장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니 LED LCD TV는 연간 500만대 가량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2억대의 TV가 팔리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침투율은 2.5% 정도에 그친다. 오는 2027년은 되어야 미니 LED LCD TV의 침투율이 1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니 LED가 적용된 LCD TV가 일반 LCD TV 대비 가격 경쟁력에서 열세기 때문이다. 65인치(4K 해상도) TV용 패널을 기준으로 일반 LCD TV 패널 가격이 평균 260달러 안팎인데 비해 미니 LED를 적용한 모델은 500달러를 훌쩍 넘어선다(LED 칩 1만개 탑재 기준). 두 배가 넘는 단가 차이가 나다 보니 완제품 가격이 비싸질 수 밖에 없다. 

미니 LED를 이용한 LCD TV는 패널 원가가 일반 LCD TV 대비 2배 이상이다.
미니 LED를 이용한 LCD TV는 패널 원가가 일반 LCD TV 대비 2배 이상이다.

워낙 많은 양의 LED가 BLU(백라이트유닛) 모듈 구성에 사용되는 탓에 원가를 절감하는 것도 용이하지 않다. 요즘처럼 TV 출하량이 위축된 상황에서는 세트 회사들이 원가 비싼 기술을 채택하기를 꺼리기에 시장 침투율이 높아지는데 한계가 뚜렷하다.  

미니 LED가 원가 측면에서 장벽을 깨지 못하고 있다면 마이크로 LED는 원가와 기술 모두에서 난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최근 애플이 애플워치 울트라용 마이크로 LED 상용화 프로젝트를 취소한 것도 원가는 물론, 해결되지 못한 전사⋅조립 공정의 어려움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KIPOST 2024년 3월 6일자 <수직형 LED에 대한 집착이 오스람-애플 발목 잡았나> 참조).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모바일 분야에서 LED를 개별 화소로 사용하는 디스플레이는 야외 시인성이 중요한 AR(증강현실) 기기 등에 제한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며 “주요 시장에 침투하기에는 기술적 장벽이 너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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