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시장에서 상호 의존적인 퀄컴⋅Arm
Arm "5년 내 윈도 PC 시장 50% 점유"
퀄컴⋅Arm 협력 없이는 불가능한 목표

하반기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엘리트'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PC가 본격 출하되면서 퀄컴⋅Arm이 2년째 끌어오고 있는 라이선스 관련 소송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퀄컴이 패소하면 최악의 경우 PC 출하가 중단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내놓는다. 

다만 퀄컴 없이는 Arm 역시 PC 시장 공략이 어렵다는 점에서 두 회사가 적당한 시점에 합의할 거란 전망이 더 우세하다. 

 

하반기, Arm 기반 노트북PC 봇물

 

올 하반기 PC 시장의 주요 이벤트는 Arm 기반 노트북PC 출시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삼성전자⋅레노버⋅HP⋅델 등 대부분의 PC 제조사가 20개 이상의 Arm 기반 노트북PC를 출시했거나, 출시할 계획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퀄컴이 지난해 말 선보인 스냅드래곤 X 엘리트를 AP로 탑재했다. 

스냅드래곤 X 엘리트는 퀄컴이 노트북PC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AP다. ‘온디바이스AI’ 기능을 위해 NPU(신경망처리장치) 성능에 방점을 찍었다. 스냅드래곤 X 엘리트에 내장된 ‘헥사곤' NPU는 45TOPS(1초에 1조번)의 연산 성능을 자랑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Arm과 퀄컴이 지난 2022년 이후 라이선스 관련 소송을 벌여오고 있다는 점을 들어, 최악의 경우 Arm 기반 노트북PC 판매가 중단될 거란 전망을 내놓는다. 앞서 로이터는 지난 10일(현지시간) Arm과 퀄컴 간 2년에 걸친 법적 분쟁이 AI PC 시대 진입을 방해하고 있으며, AI PC 시장 선점의 변수가 됐다고 보도했다.

양측의 소송은 2022년 퀄컴이 PC용 칩을 설계하는 누비아를 인수하며 촉발됐다. 퀄컴에 인수되기 전 누비아는 이미 Arm 라이선스를 이용해 프로세서를 설계하고 있었다. 퀄컴은 누비아가 Arm과 라이선스를 체결했으므로, 퀄컴-Arm 간에 새로운 라이선스를 체결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rm은 라이선스 사용 주체가 바뀐 만큼 퀄컴-Arm 간 신규 계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스냅드래곤 X 엘리트를 탑재한 삼성전자 '갤러시북4 엣지'. /사진=삼성전자
스냅드래곤 X 엘리트를 탑재한 삼성전자 '갤러시북4 엣지'. /사진=삼성전자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당 소송은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2년째 끌어오고 있다. 그러나 두 회사간 소송과 별개로 스냅드래곤 X 엘리트를 탑재해 노트북PC를 내놓는 세트 회사들의 입장은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PC 시장에서 두 회사가 상호 의존적인 탓에 소송이 끝까지 갈 가능성은 낮고, 중간에 적당한 선에서 신규 라이선스를 체결할 거라는 이유에서다.

한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퀄컴이 Arm 설계 없이 PC 시장에 진출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Arm 역시 퀄컴을 등에 업어야 PC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며 “설사 Arm이 승소한다고 해서 PC 판매가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퀄컴-Arm, 힘 합쳐야 인텔⋅AMD 아성에 도전 

 

퀄컴의 노트북PC 시장 진입은 인텔⋅AMD 천하였던 PC용 프로세서 시장에 드디어 유의미한 경쟁사가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노트북PC 시장에서 Arm 기반 프로세서는 애플이 자사 ‘맥북' 제품에 탑재하기 위해 설계한 ‘애플실리콘' 정도가 유일했다. 

인텔⋅AMD가 범용성 높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OS’를 기반으로 철옹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맥북은 ‘맥OS’를 선호하는 소수 사용자를 위한 제품이다. Arm이 애플에 기대 PC 시장을 공략하는데는 한계가 뚜렷하다. 지난 2022년을 기준으로 노트북PC 시장에서 Arm 프로세서 점유율은 13%에 불과했는데, 그나마도 세트 제품의 90% 이상은 맥북(프로⋅에어)이었다. 

최근 Arm은 5년 내 윈도 PC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퀄컴 같은 회사가 윈도OS에 최적화된 칩을 내놓지 않으면 불가능한 목표다.  

Arm 기반 노트북PC의 점유율 전망치는 기존에 2027년 기준 25% 정도였다. Arm는 5년 내 50% 점유를 공언했다.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Arm 기반 노트북PC의 점유율 전망치는 기존에 2027년 기준 25% 정도였다. Arm는 5년 내 50% 점유를 공언했다.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Arm은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경쟁사가 없고, 서버 시장은 ‘네오버스CSS’를 앞세워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 2022년까지 서버 시장에서 Arm 점유율은 1%에도 못미쳤으나, 지난해 기준으로 8% 안팎까지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자체 서버용 프로세서를 직접 설계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Arm 네오버스 플랫폼을 적극 도입하면서 향후 서버 시장에서 Arm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따라서 Arm에 남은 과제는 인텔⋅AMD가 버티고 있는 PC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윈도OS에 최적화된 칩을 내놓을 파트너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 다른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현 시점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득해 협력을 이끌어내고 기술적으로 최적화 할 수 있는 반도체 회사는 퀄컴 밖에 없다”며 “스냅드래곤 X 엘리트 칩 출하하지 못하면 Arm의 PC 시장 공략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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