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위원회서 투자 업체 선정 예정
소부장 업체들 "정부, 선택과 집중해야"

지난 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K-배터리 발전 전략’을 통해 배터리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를 위한 'R&D 혁신 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와 정부⋅민간이 손을 잡고 자금 지원이 필요한 중소 업체의 활동을 지원하게 된다. 배터리 소부장 업체들은 이러한 정부의 계획을 환영하면서도 이전과는 다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산업부, 내달 중 혁신펀드 운용사 선정 절차 돌입 

LG에너지솔루션의 원통형 배터리.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의 원통형 배터리. /사진=LG에너지솔루션

K-배터리 발전 전략 소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전자전기과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내달 중 혁신펀드 운용사 선정 절차에 돌입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기술국과 일정을 협의 중"이라며 "빠르면 다음 달 펀드 운용사 선정 공고가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산업부는 소부장 혁신 펀드의 밑그림만 그려놓은 상태다. 산업부의 R&D 자금 전담은행인 기업은행과 신한은행이 300억원, 배터리 3사가 200억원을 출자하고 이후 선정된 펀드 운용사가 민간에서 300억원을 모집해 총 8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민간 배터리 전문가로 구성된 공동 전문 위원회가 기술적 요소와 수익성 등을 고려해 향후 투자 업체를 선발한다. 

정부는 전체 기금 가운데 50~60% 정도를 소부장 R&D 지원에 투자할 계획이다. 배터리 소부장 업체들은 대다수가 비상장 업체들이므로 증자 참여 등 지분 투자 방식이 아닌 R&D 자금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8일 배포된 산업부 보도자료에는 투자 대상을 선정하는 전문 위원회에 배터리 3사가 참여한다고 적시돼 있으나 형평성 등을 고려해 투자 업체 선발시에는 대기업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 나머지 40%의 자금은 펀드 특성을 고려해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 투자된다. 

산업부는 한국전지협회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마친 상태다. 산업부 관계자는 당시 "소부장 기업들 반응이 좋았다"며 "다만 펀드 형태다 보니 운영 수익이 나야 하는 부분이 있으나 그럼에도 소부장 R&D 지원이라는 목적에 맞게 운영될 것"이라고 전했다. 

배터리 슬러리(Slurry). /사진=Erich Machines
배터리 슬러리(Slurry). /사진=Erich Machines

 

소부장 업체들 펀드 조성 '환영'...다만 "필요한 곳에 지원돼야"

국내 중소 배터리 소부장 업체들은 당연히 정부의 혁신 펀드 조성 사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그동안의 국책 과제 지원 관행에서 벗어나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업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새롭게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100% 실리콘 음극재를 개발 중인 한국메탈실리콘의 한상무 연구센터장은 "소부장 업체들을 위한 자금 지원 사업들은 이미 많이 있다"고 말하며 "규제나 이자 부담, 상환 기간 등을 조금 더 소부장 취지에 맞게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업체는 특히 소재 양산을 위한 설비 마련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메탈실리콘은 현재 실리콘 음극재 양산을 위한 설비 종류·규모를 모두 결정했으나 실제적인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설비 구축 등 대규모 자금 필요시 소부장 업체들은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나 대부분이 자금 규모가 크지 않아 빠르게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

한국메탈실리콘 측은 정부가 시기적으로 적절한 타이밍에 K-배터리 발전 전략을 내놓은 것이라 평가했다. 다만 기존의 정부가 업체들과 금융권을 연계해주는 것을 넘어서 자체 평가 위원회를 구성해 기술적으로 투자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이다. 한 센터장은 "특히나 소재 쪽은 향후 10년 간 기술적 로드맵이 어느 정도 나온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실리콘 음극재. /사진=Group 14 Technologies
실리콘 음극재. /사진=Group 14 Technologies

CNT(탄소나노튜브) 전문 업체인 그라튜브 김상옥 CTO(최고기술책임자)는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는 특히 실리콘 음극재 쪽에 정부 지원이 집중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배터리 소재 쪽에서 양극재는 에코프로비엠 등을 비롯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기술이 어느 정도 성숙 단계에 도달해 있다. 그러나 음극재는 양극재 대비 기술 개발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상황이다. 최근에는 실리콘 비중을 높이는 방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라튜브는 그동안 실효성 없이 자금만 투입된 정부 지원 사업들의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CTO는 "도전재 분야는 2000년대 초반부터 연구 개발이 활발해졌고 이 분야에만 큰 규모의 정부 자금이 투입되었으나 현재 그 기술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국책과제 형태 등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은 업체들이 정작 그 기술을 양산에 적절히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기마다 업체들만 바뀌는 형태로 비슷한 지원 사업이 중복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배터리 리사이클링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성일하이텍 역시 설비 확충에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형덕 성일하이텍 이사는 "현재 시장 전체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시설 자금이 저희로서는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이 업체는 R&D 분야에서는 산업부·환경부 등을 통해 정부 과제를 수행 중이다. 설비 마련은 자체적으로 투자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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