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CNF 업체들과 NDA 맺고 개발 진행 중
업체 간 협력이 핵심 키(key)로 작용할 듯

LG전자가 차세대 분리막 코팅 소재로 펄프 추출 소재인 셀룰로오스 나노 섬유(CNF, Cellulose Nano Fibers)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 CNF 업체들과 기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하고 연구개발(R&D)를 진행 중이다. 

CNF는 식물에 있는 셀룰로오스를 나노 사이즈로 해섬(defibration)한 물질이다. 종이의 원재료인 펄프의 70~80% 가량이 셀룰로오스로 이루어져 있다. 펄프를 나노화한 이후 불순물을 제거해 셀룰로오스를 잘게 찢으면 섬유 형태의 CNF가 만들어진다. 대부분 물 속에서 가공된다. 나무에서 비롯된 소재지만 강도를 의미하는 인장탄성계수가 강철이나 케블라(방탄소재)와 비슷하다.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모두 갖춰 최근 신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LG전자, 국내 업체들과 CNF 배터리 적용 방안 연구 중

셀룰로오스 나노 섬유
셀룰로오스 나노 섬유

15일 LG전자 관계자는 “CNF를 배터리 분리막 코팅 소재로 적용하기 위해 R&D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국내 CNF 제조사와 NDA를 체결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B2B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BS사업본부에서 배터리 분리막을 코팅, LG에너지솔루션에 공급한다.

배터리 분리막은 양·음극재 사이에서 전해질의 누수를 막아 합선(short) 및 화재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분리막에는 미세한 구멍들이 있어 전자가 이를 통해 양음극을 오가며 충방전이 이루어진다. 최근에는 더 얇은 소재를 통해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많은 배터리 업체들이 세라믹 코팅 등 추가적인 가공을 통해 분리막의 변형을 방지하고 수명을 늘리기 위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CNF를 분리막 코팅 소재로 사용할 경우 가장 큰 이점은 소재의 강도와 내열성이다. 국내 CNF 생산 업체인 A사 대표는 “분리막에 CNF를 적용하는 이유는 강도가 굉장히 세기 때문"이라며 "분리막의 강도를 높여 화재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리막은 전자가 양음극을 오가며 점차 구멍이 팽창되는 문제가 있는데 강한 내구성과 열적 특성을 가진 소재를 더할 경우 해당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배터리 분리막에 CNF를 적용하는 구상은 이미 5년여전부터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셀룰로오스를 적용한 분리막 기술 특허를 출원했다. 다만 최근 무림P&P, 한솔제지 등 관련 업체들의 기술력이 성장하고 생산 설비가 본격적으로 구축되기 시작하면서 해당 기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2018년도 파일럿 설비를 구축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기반을 마련해 온 결과"라고 말하며 "LG전자 같은 곳에서 이제 어느 정도 생산 체제를 갖췄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최근 산업 동향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분리막 코팅 소재 이외에도 최근 CNF를 음극재 바인더의 첨가제로 사용하는 기술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CNF, 배터리 적용까지 넘어야 할 과제 아직 많아

배터리 분리막을 살펴보는 SKIET 직원. /자료=SKIET
배터리 분리막을 살펴보는 SKIET 직원. /자료=SKIET

한편 CNF가 배터리 분리막 코팅용 소재로 사용되기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CNF가 코팅재로 쓰이기 위해서는 표면 개질을 변화시키는 추가적인 가공 작업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국내 업체 가운데 이를 기술적으로 구현할 만한 업체들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배터리 분리막 코팅 용도로 사용될 경우에는 안정성 등을 고려해 더욱 까다로운 기술적 역량이 요구된다. 현재 국내 CNF 관련 기술을 선도하는 업체로는 제지 전문 업체인 무림P&P, 한솔제지와 그외 씨엔엔티 정도가 있다. 화학 전문 업체 대비 CNF의 표면을 처리하는 화학적 노하우를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LG전자 또한 해당 기술을 자체적으로 구현할 만한 기술적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CNF 기술이 가장 발달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은 통상 배터리사와 화학 업체, 나노 셀룰로오스 전문 업체 등 3개 주체가 연합해 공동으로 연구 개발을 진행한다. 씨엔엔티 측은 "아직 우리나라는 그 정도 수준까지 올라가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화학연구원 역시 현재로서는 나노셀룰로오스 업체들로부터 표면 개질을 마친 CNF를 제공받는 정도다. 본격적인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업체 간 협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CNF 제조사 대표는 "CNF를 생산하는 것과 CNF 표면을 처리하는 것은 조금 다른 영역"이라고 강조하며 "현재 국내 생산 CNF는 응용 가능성과 강도 부문에서 아직까지 약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