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X 60㎜ 시장 겨냥
해외 업체는 85㎜급 테스트도 마쳐
"결코 빠른 수준 아니다"

삼성전기가 가로 세로 크기가 65㎜인 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 기판 샘플을 테스트하고 있다. FC-BGA는 서버용 CPU(중앙처리장치)를 2.5D 패키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정도다. 65㎜ X 65㎜는 가장 하이엔드급 제품에 사용하는 기판으로, 기존 50㎜ X 50㎜ 대비 단가가 높다.

BGA 기판. /사진=시에라서킷
BGA 기판. /사진=시에라서킷

삼성전기, 하이엔드급 FC-BGA 테스트

 

최근 FC-BGA 시장은 CPU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기종(Heterogeneous) 반도체를 동시에 패키지 하기 위해 점차 면적이 넓어지는 추세다. FC-BGA 위에 반도체를 옆으로 실장하는데, FC-BGA 면적이 넓을수록 더 많은 반도체를 한 패키지 안에 넣을 수 있다.

현재 가장 면적이 넓은 FC-BGA 기판은 60㎜ X 60㎜다. 일본 이비덴과 대만 UMTC(유니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서버용 FC-BGA로 주로 공급한다. 그동안 삼성전기가 공급해 온 FC-BGA 중 가장 큰 제품은 50㎜ X 50㎜ 정도였다. 한 반도체 후공정 업체 임원은 “최근 삼성전기가 65㎜ X 65㎜ 크기 FC-BGA 샘플을 테스트하고 있다”며 “60㎜ X 60㎜ 시장을 겨냥해 이보다 조금 더 큰 기판을 생산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의 2D 및 2.5D 패키지 비교. /자료=인텔
인텔의 2D 및 2.5D 패키지 비교. /자료=인텔

통상 전자부품은 경박단소하게 만들수록 난이도가 올라가지만, FC-BGA는 크게 만들기가 훨씬 어렵다. FC-BGA 내부를 구성하는 물질들의 열팽창계수가 상이해 패키지 과정에서 뒤틀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인텔⋅AMD⋅엔비디아 등 CPU⋅GPU 업계가 사용하는 FC-BGA는 20개층 안팎이다. 

20여개층에 금속 배선과 폴리머 소재 등이 섞여 있는 만큼, 열팽창했을 때 변형되는 정도가 조금씩 다르다. FC-BGA 크기가 작을 때는 이러한 뒤틀림(Warpage)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면적이 넓어지면 공정상 불량이 발생하기 쉽다. 예컨대 FC-BGA에 반도체 다이를 실장할 때 µm(마이크로미터) 단위 오차만 허용되는데, 뒤틀림이 심하면 제대로 정렬하는 게 불가능하다.

또 공정을 위해 부품을 진공으로 잡아주는 베큠척이 제대로 핸들링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최하단 솔더볼 컨택 불량이 발생할 여지도 크다. 이는 FC-BGA 뒤틀림으로 인해 생기는 무수한 불량 중 일부에 불과하다. 한 반도체 소재 업체 대표는 “과거 메모리 반도체용 FC-BGA는 크기가 15㎜ 안팎이라 뒤틀림 자체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며 “최근 이기종 반도체를 실장하는 ‘라지 바디(Large Body)’ FC-BGA에서는 공정상 병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UMTC, 이미 85㎜ X 85㎜도 테스트 완료

 

삼성전기가 이번에 65㎜ X 65㎜ 크기의 FC-BGA를 양산 테스트 한다고는 하지만, 이는 업계 추세로 따져볼 때 결코 빠른 속도는 아니다. 인텔과 밀접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일본 이비덴과 대만 UMTC는 이미 이보다 더 큰 FC-BGA 양산 테스트를 마쳤다. 

UMTC는 최근 85㎜ X 85㎜ 제품 샘플을 반도체 후공정 업체에 제공해 테스트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비덴은 서버용 FC-BGA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스마트폰용 FC-CSP(칩스케일패키지) 사업에서는 손을 뗐다. 그 만큼 라지 바디 FC-BGA 생산에 진력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오는 2023년까지 FC-BGA 크기가 150㎜ X 150㎜ 수준으로 급격히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인텔⋅AMD⋅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미세공정 외에 후공정에서 기술적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력과도 관련이 있다. 그동안 일반 PCB(인쇄회로기판) 위에 배선을 이용해 반도체들을 상호 연결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FC-BGA 위에서 인터포저를 통해 연결하는 2.5D 패키지가 일반화됐다. 

대만 유니마이크론. /사진=유니마이크론
대만 유니마이크론. /사진=유니마이크론

인터포저는 반도체들을 연결하는 배선층만 있고, 트랜지스터가 없는 반도체칩의 일종이다. 배선 외에 아무런 기능이 없는 ‘패시브 다이’로 분류된다. 이 같은 반도체 간 연결은 PCB 상에서 배선만으로 연결하던 방식에 비해 배선 밀도가 높다. 훨씬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인텔의 경우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미세공정에 비해 패키지 방면에서는 2.5D 기술을 통해 확실한 돌파구를 찾았다.

또 다른 반도체 후공정 업체 대표는 “이론상 3D 패키지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비싼 CPU 칩에 TSV(쓰루실리콘비아)를 위한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 등 단가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측면이 있다”며 “한동안 고성능 컴퓨팅을 위한 반도체는 FC-BGA를 이용한 2.5D 패키지가 대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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