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써키트가 기존 HDI(스마트폰용 주기판) 라인에서 반도체 패키지용 기판을 혼용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수익성이 낮아진 HDI 생산량은 줄이고, 고부가가치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갤럭시S21의 HDI. HDI는 스마트폰 내부 부품들이 올라가는 PCB다. /사진=아이픽스잇
갤럭시S21의 HDI. HDI는 스마트폰 내부 부품들이 올라가는 PCB다. /사진=아이픽스잇

HDI 라인에서 반도체용 패키지 기판생산

 

코리아써키트는 경기도 안산 1⋅2공장에서 각종 PCB(인쇄회로기판)를 생산하고 있다. 1공장이 HDI를, 2공장이 반도체용 패키지 기판 생산을 담당한다. 최근 이 회사는 기존 2공장에서 담당하던 반도체용 패키지 기판 일부를 1공장으로 옮겨 혼용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코리아써키트의 패키지 기판은 CSP(칩스케이패키지)⋅BOC(보드온칩)⋅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 등이 있다. 이 중에 BOC가 1차 물량 이전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BOC는 DDR2 규격 이후 생산된 D램을 패키지 할 때 사용하는 기판이다. 반도체용 기판 중에서는 비교적 생산 난이도가 낮은 축에 속한다.

코리아써키트 관계자는 “1공장 HDI 설비들 중 어떤 것들을 반도체 패키지 기판 생산에 쓸 수 있을지를 추려내고 있는 중”이라며 “혼용 생산이 시작되면 HDI 생산 능력은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아써키트가 HDI 설비들을 반도체 패키지 기판 생산에 사용하는 것은 갈수록 수익성이 낮아지는 HDI 사업은 줄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HDI는 2010년 이후 스마트폰 시장 성장과 함께 대여섯개 이상 업체가 난립할 만큼 호황이었으나, 스마트폰 판매량이 정체되고 중국 업체들까지 가세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낮아졌다. 

반도체 패키지용 기판인 FC-BGA . /사진=대덕전자
반도체 패키지용 기판인 FC-BGA . /사진=대덕전자

이에 최근 1~2년 사이 LG이노텍을 시작으로 삼성전기⋅대덕전자⋅이수엑사보드 등이 관련 사업에서 철수했다. 현재 국내 업체 중 HDI 사업을 영위하는 곳은 코리아써키트와 디에이피 정도에 불과하다. 경쟁 구도 개편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았다.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때문이다. 

순수 HDI 업체인 디에이피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2235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7억원에 불과했다. 이익률로 따지면 1% 남짓인 셈이다. 

이에 코리아써키트는 다른 PCB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패키지 기판으로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9월 미국 통신칩업체 브로드컴과 6년짜리 FC-BGA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는가 하면, 11월에는 2000억원 규모의 신규 시설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당시 공시한 내용은 2공장에 들어올 FC-BGA용 시설투자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에 2공장에서 생산하던 BOC를 비롯한 일부 반도체용 패키지 기판을 1공장으로 옮겨 생산하는 것이다. 한 PCB 업체 관계자는 “HDI 장비들을 활용해 패키지 기판을 생산하는 것은 이미 대덕전자가 수행했던 방식”이라며 “이를 통해 투자 기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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