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사 대여섯개에서 단 두 개 남아
중국산 소싱 비중 커질듯...통상 분쟁시 리스크 높여

국내 PCB(인쇄회로기판) 산업이 반도체 패키지용 기판으로 쏠림 현상이 일어나면서 스마트폰용 HDI(주기판) 수급선은 갈수록 고갈되고 있다. 한때 대여섯개 업체가 난립했던 HDI는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이제는 공급사가 2개 밖에 남지 않았다. 

그나마 코리아써키트도 생산량을 줄일 예정이어서 향후 중국산 HDI 수급 비중이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갤럭시S21 울트라의 주기판에 각종 부품이 실장된 모습. /사진=iFixit
갤럭시S21 울트라의 주기판에 각종 부품이 실장된 모습. /사진=iFixit

HDI 공급사, 디에이피⋅코리아써키트만 남아

 

현재 국내서 스마트폰용 HDI를 공급하는 회사는 디에이피와 코리아써키트 두 곳 뿐이다. 그나마 코리아써키트는 최근 반도체 패키지 기판 투자를 늘리면서 HDI 생산량은 줄이고 있다. 원래 경기도 안산 1공장에서 HDI를 공급해왔는데, 2공장의 반도체 패키지용 기판 물량을 1공장으로 일부 이전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1공장은 HDI와 패키지 기판이 혼용 생산되고, HDI 생산능력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최근 1~2년 사이 LG이노텍⋅삼성전기⋅대덕전자⋅이수엑사보드 등이 HDI 사업에서 철수했고, 코리아써키트 마저 생산량을 줄이는 것이다. 이제 국내 순수 HDI 공급사는 디에이피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현우산업⋅테라닉스 등 HDI를 생산할만한 중견 PCB 업체들이 있지만, 이들 회사는 전장용 기판에 집중하고 있다. 

한 PCB 업체 임원은 “스마트폰용 HDI는 수익성은 낮은데 생각보다 개발비는 많이 들어간다”며 “국내에 고객사가 삼성전자 한 곳 뿐이라 사업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3078억원의 매출을 올린 디에이피의 영업이익은 76억원에 그쳤다. 이익률로 따지면 2% 남짓이다. 난립했던 국내 경쟁사가 대부분 철수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익률은 오히려 낮아졌다.

이처럼 HDI 공급사가 줄어드는 것은 삼성전자로서도 고민스런 대목이다. ODM(제조자개발생산) 물량을 제외해도 연간 최소 2억개 이상의 HDI를 직접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체가 난립했을 때는 고품질의 제품을 싸게 공급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럴 상황이 못된다. 

현재 ‘갤럭시S’ 시리즈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HDI는 12~14층에 이르는 애니레이어 제품이다. 애니레이어는 전층에 비아홀(Via Hole)이 적용되는 고난도 모델을 뜻한다. 삼성전자는 아직까지는 애니레이어 HDI 대부분을 국내 업체로부터 수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코리아써키트가 생산량을 계속 줄이면 향후 플래그십용 HDI도 중국에서의 구매 비중을 늘릴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아직 플래그십용 HDI를 대부분 국내서 구매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앞으로는 중국산 비중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사진=iFixit
삼성전자는 아직 플래그십용 HDI를 대부분 국내서 구매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앞으로는 중국산 비중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사진=iFixit

물론 중국산 HDI는 품질 수준에서 이제는 거의 국내와 대등해졌고, 가격면에서는 오히려 유리하다. 그러나 최근 미중 무역갈등처럼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돌출하는 상황에서는 해외 수급,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게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다. 국내 공급사가 극소수만 남게 되는 상황이라면, 중국 공급사들에 대한 협상력도 갈수록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이에 삼성전자는 부가가치가 높은 플래그십 물량을 국내에 우선 배분하는 등의 구매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상대적으로 반도체용 패키지 기판 사업 이익률이 워낙 좋다 보니 PCB 공급사들에게 유인책이 먹히지 않는 것이다.

삼성전자 MX사업부 구매팀 출신의 한 인사는 “삼성전자가 HDI 수급을 위해 한두개 중국 업체들과 접촉하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에 생산량을 유지할 것을 요청했으나 입김이 먹히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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