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이어 삼성전자도 RCC로 전환 추진
RCC, 얇고 레이저 가공에 유리

그동안 PCB(인쇄회로기판) 산업에서 큰 변화가 없던 HDI(주기판) 업계가 RCC(레진코팅동박)로 눈을 돌리고 있다. 스마트폰 기술 트렌드를 이끄는 애플이 내년부터 RCC 기반 HDI를 도입하는데 이어 삼성전자 MX사업부 역시 RCC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HDI 생산에 쓰이는 CCL.
HDI 생산에 쓰이는 CCL.

 

애플 이어 삼성전자도 RCC 전환 추진

 

기존 HDI의 근간이 되는 CCL(동박적층판)은 프리프레그(Prepreg)를 여러장 쌓아서 만든다. 프리프레그는 유리섬유에 레진을 함침시킨 뒤 굳힌 원판이다. 콘크리트 반죽이 철근 사이사이 공간을 메우듯이, 레진이 유리섬유 빈공간을 채운 뒤 경화시키면 단단한 프리프레그가 된다. 프리프레그에 동박을 붙이고 여러장 쌓은 게 CCL이다. 

CCL은 싸고 내열성⋅내구성도 높기에 그동안 스마트폰용 HDI용 재료로 널리 쓰였다. HDI는 스마트폰 내에서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D램⋅낸드플래시 등 반도체가 올라가는 PCB다. 

이처럼 굳건하던 CCL의 위상에 변화가 생긴 건 애플⋅삼성전자가 CCL을 버리고 RCC 기반 HDI 도입을 검토하면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에 출시될 아이폰 신모델부터 HDI 소재를 RCC로 바꾼다. 그동안 애플은 HDI 제조를 위해 대만 EMC의 CCL을 구매했으나, 내년에는 일본 아지노모토로부터 RCC를 구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RCC 기반 HDI 채택을 준비 중이다. 특히 애플의 RCC 도입이 가시화하면서 삼성전자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한 스마트폰 산업 전문가는 “삼성전자도 RCC를 이용해 HDI를 만드는 방안을 수년간 검토해왔다”며 “최근 애플이 RCC 도입을 확정하자 삼성전자도 RCC로의 전환이 기정 사실화 됐다”고 설명했다.

HDI는 여러가지 반도체가 올라가는 바탕이 되는 PCB다. /사진=AT&S
HDI는 여러가지 반도체가 올라가는 바탕이 되는 PCB다. /사진=AT&S

RCC는 이름 그대로 동박에 레진을 코팅한 뒤 굳혀서 만드는 기판 소재다. 프리프레그를 쌓아 만든 CCL과 달리, 유리섬유 같은 중심을 이루는 코어 소재가 없다. 그만큼 얇고 가볍다. 프리프레그 두께는 10~20μm(마이크로미터)가 한계다. 그 이하로 내려가려면 RCC 같은 다른 솔루션이 필요하다.

특히 RCC는 프리프레그의 근간이 되는 유리섬유가 없다는 점 때문에 레이저 드릴링이 용이하다. 다층 기판은 비아홀을 통해 전류와 신호를 주고 받으며, 이를 뚫기 위해 레이저 드릴링이 필수다. 한 레이저 산업 전문가는 “유리섬유는 레이저로 구멍을 뚫는 과정에서 파편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DI 구조가 복잡해지고 비아홀 직경이 작아 지고 있는 트렌드를 감안하면 이 같은 단점은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이 밖에 5G(5세대) 등 고주파 영역에서의 통신 측면에서도 RCC가 CCL 대비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PCB 산업 전문가는 “전송손실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코어 소재 없이 레진만 있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며 “동박 위에 레진을 직접 코팅한 RCC가 통신 환경에 유리한 이유”라고 말했다.

HDI의 단면. 아래위층의 신호전달을 위해 여러개의 비아홀을 뚫어야 하는데, 레이저 드릴링에는 CCL보다 RCC가 유리하다.
HDI의 단면. 아래위층의 신호전달을 위해 여러개의 비아홀을 뚫어야 하는데, 레이저 드릴링에는 CCL보다 RCC가 유리하다.

 

디에이피⋅코리아써키트가 지원할 전망

 

삼성전자가 계획대로 스마트폰용 HDI 소재를 RCC로 바꾸자면 HDI 업계도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삼성전기⋅LG이노텍⋅대덕전자⋅이수페타시스를 포함해 대여섯개에 이르던 국내 HDI 업계는 이들 업체가 모두 관련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디에이피⋅코리아써키트 2개 회사만 남았다. 그나마도 코리아써키트는 2년 전 HDI 생산라인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반도체 패키지용 서브스트레이트 라인으로 전환했다. 

향후 디에이피와 코리아써키트의 남은 HDI 생산라인에서 RCC 기반 HDI 생산 라인을 꾸려야 한다. RCC는 CCL 대비 다양한 장점이 있지만, 내구성 측면에서는 신뢰도가 낮고 CCL과 물성도 다르다.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규 투자가 필요할 수 있다. 또 삼성전자는 CCL 대비 상대적으로 고가인 RCC 수급 방안도 확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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