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앤지하이테크, PVD 통한 PTFE FCCL 기술 확보
애플-삼성전자, RCC 기반 HDI로 전환 작업

최근 발전을 거듭하는 반도체용 패키지 기판(서브스트레이트) 산업과 달리, 일반 PCB(인쇄회로기판)용 소재 시장은 단기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산업이 성숙한 탓에 신규 업체 유입도 드물다. 

다만 모바일 기판은 완제품이 갈수록 경박단소화하고 고주파 통신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소재단에서 새로운 물질과 벤더들이 나오고 있다. 

FPCB를 PTFE 기반으로 바꾸면 스마트폰 안테나의 신호손실을 줄일 수 있다.
FPCB를 PTFE 기반으로 바꾸면 스마트폰 안테나의 신호손실을 줄일 수 있다.

 

도입은 시간문제 PTFE, 언제쯤 상용화하나

 

이동통신 규격이 4G에서 5G로 발전하던 시기, FCCL(연성동박적층판) 관점에서 가장 큰 변화는 절연층 소재가 PI(폴리이미드)에서 신규 재료로 대체됐다는 점이다. 애플은 PI 대신 LCP(액정폴리머)를, 안드로이드 진영은 MPI(모디파이드PI)를 낙점했다. 

현재 5G 스마트폰에 내장되는 FPCB(연성인쇄회로기판)는 LCP, 혹은 MPI 기반 FCCL을 가공해 만든 것이다. 두 소재는 기존 PI와 비교하면 유전손실계수(Df)가 낮아 신호손실이 적다. 5G처럼 고주파 대역을 활용하는 이동통신 기술을 위해서는 안테나를 구성하는 FPCB의 Df가 낮아야 한다. 

그러나 통신 업계가 ‘진짜 5G’로 분류하는 밀리미터파(mmWave) 대역에서 원활하게 신호를 주고 받기 위해서는 LCP⋅MPI 역시나 Df값이 높다. 이 때문에 등장한 소재가 PTFE(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 일명 ‘테플론(듀폰의 상표명)’이다. 

PTFE의 Df는 20~30GHz에서 0.0005 이하다. 현재 Df 0.002 수준인 LCP⋅MPI보다 더 낮다. 수분을 흡수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흡습율은 0.01% 이하로, LCP(0.02~0.04%) 대비 낮고 MPI(2.8%)는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격차가 크다. 스마트폰 업계는 시간의 문제일 뿐, 밀리미터파 서비스가 본격화하거나 6G 이동통신이 논의되는 시점에는 반드시 PTFE 기반 FCCL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PTFE 자체는 개발된 지 오래된 소재다. PTFE를 이용해 만든 각종 부품들. /사진=씰앤드디자인
PTFE 자체는 개발된 지 오래된 소재다. PTFE를 이용해 만든 각종 부품들. /사진=씰앤드디자인

문제는 가공성이다. PTFE에 동박을 붙여야 FCCL을 만들 수 있는데, PTFE는 어지간한 소재와는 잘 붙지 않는다. 처음에는 잘 붙었다가도 이후 FPCB로 제작돼 스마트폰에 장착된 상태에서 진행성 불량이 발생하기도 쉽다. 

이에 씨앤지하이테크는 PTFE에 PVD(물리증착) 기술 중 하나인 스퍼터링을 이용해 동 박막을 증착하는 방안을 고안했다. 스퍼터링 이전에 특수 표면처리를 하면 증착된 동 박막이 PTFE와 완전히 접합된다는 게 씨앤지하이테크의 설명이다. 이 회사는 이러한 공정으로 폭 250㎜, 520㎜, 길이 30m 규격의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다. 고가의 진공장비를 이용해 PTFE에 동 박막을 증착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단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CCL 업계 1위인 (주)두산 전자BG 역시 PTFE 기반 FCCL 상용화에 나섰다. (주)두산은 지난 2021년 안테나⋅커넥터 제조사 센서뷰의 ‘시리즈B’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다. 당시 (주)두산이 투자한 금액은 30억원 정도였는데, 지난 7월 센서뷰가 상장에 성공하면서 상당한 시세차익을 확보하게 됐다. 

(주)두산은 센서뷰의 PTFE 레시피를 활용해 FCCL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센서뷰
(주)두산은 센서뷰의 PTFE 레시피를 활용해 FCCL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센서뷰

(주)두산은 이 지분을 매각해 수익을 실현하기 보다 센서뷰가 가진 PTFE 기술력을 활용할 계획이다. 센서뷰는 저유전 소재를 적용한 안테나⋅커넥터 생산에 강점을 가진 회사인데, PTFE 가공성을 개선할 수 있는 레시피도 보유하고 있다. 향후 (주)두산이 PTFE 기반 FCCL을 양산하는 과정에서 센서뷰의 레시피도 가미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 상아프론테크, LCD용 광학필름 전문업체 상보 등도 PTFE FCCL를 통해 FCCL 사업에 처음 진출했다. 

 

애플부터 RCC 기반 HDI 도입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등 스마트폰 주요 반도체가 실장되는 HDI(주기판) 업계에서는 요즘 RCC(레진코팅동박)가 화두다. 애플이 HDI 소재를 프리프레그에서 RCC로 교체를 추진하는데 이어 삼성전자 역시 동일한 시도를 하고 있어서다(KIPOST 2023년 6월 28일자 <HDI 업계는 왜 RCC로 눈을 돌리나> 참조). 

RCC는 이름 그대로 동박에 절연층을 코팅해 만든 소재다. 유리섬유에 에폭시를 함침해 만드는 프리프레그와 비교하면 얇고, 홀 가공성이 좋다. 직경이 더 작은 비아홀을 만들 수 있다. 프리프레그는 10~20μm 두께가 한계인데, RCC는 그 이하도 가능하다. RCC로 HDI를 만들었을때 더 얇은 스마트폰을 만들거나, 절감된 공간을 배터리 등 다른 부품에 할애할 수 있다.

HDI는 여러가지 반도체가 올라가는 바탕이 되는 PCB다. /사진=AT&S
HDI는 여러가지 반도체가 올라가는 바탕이 되는 PCB다. /사진=AT&S

이에 애플에 CCL을 공급하던 대만 EMC(엘리트머티리얼)와 삼성전자 향 CCL을 공급하는 (주)두산 전자BG 모두 RCC를 이용해 제품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최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밝힌 것처럼 당장 내년에 애플이 RCC 소재를 HDI에 적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EMC 관계자는 “애플이 RCC를 HDI 소재로 대체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양산 시점은 빨라야 2025년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주)두산 관계자 역시 “RCC는 프리프레그와 물성이 차이가 커서 홀 가공, 핸들링 등 확보해야 하는 기술이 많다”며 “이를 감안하면 1~2년 내에 양산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RCC는 얇은 대신 유연성이 높은게 단점이다. 이는 표면에 패턴을 만들고, 구멍을 뚫는 과정에서 더 정밀한 핸들링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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