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I⋅LCP 대비 밀리미터파 통신에 적합
가공성 나빠 아직 양산 적용은 못해

국내 중견 소재 업계가 신호 감쇄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차세대 소재 기반의 FCCL(연성동박적층필름) 양산에 나선다. FCCL은 FPCB(연성인쇄회로기판)를 만드는 원자재로, 절연층을 어떤 소재를 쓰느냐에 따라 이동통신 신호 전송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다. 

향후 5G(5세대) 밀리리터파 서비스가 확대되거나, 6G 이동통신 기술이 보급되기 위해서는 차세대 FCCL 제조 기술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FCCL. /사진=ISC
FCCL. /사진=ISC

 

차세대 FCCL 소재는 테플론

 

FCCL 업계가 차세대 이동통신 기기를 위한 소재로 가장 유력하게 꼽는 소재는 PTFE(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 일명 ‘테플론(듀폰의 상표명)’이다. PTFE는 현재 5G용 FCCL 소재로 쓰이는 MPI(모디파이드폴리이미드)나 LCP(액정폴리머) 대비 이동통신 신호를 손실 없이 통과시킨다. 

PTFE의 유전손실계수(Df)는 28GHz 및 40GHz에서 0.0004로, 각각 0.002 수준인 LCP 보다 더 낮다. MPI의 Df값은 0.0035 수준이다. Df값은 유전체에 교류전압을 인가했을 때, 전기 에너지가 열로 손실되는 정도를 뜻한다. 

흡습율은 0.01% 이하로, 흡습율이 낮기로 유명한 LCP(0.02~0.04%) 보다도 더 낮다. MPI의 흡습율은 2.8% 수준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PTFE 자체는 개발된 지 오래된 소재다. PTFE를 이용해 만든 각종 부품들. /사진=씰앤드디자인
PTFE 자체는 개발된 지 오래된 소재다. PTFE를 이용해 만든 각종 부품들. /사진=씰앤드디자인

이처럼 이동통신용 소재로 여러 장점을 가진 PTFE가 아직 FCCL 소재로 양산되고 있지 못한 것은 이 소재의 나쁜 가공성 때문이다. FCCL은 절연층에 동박을 앞뒤로 라미네이션(합착)해서 만드는데, PTFE와 동박이 잘 달라붙지 않는다. 이는 향후 FPCB를 만드는 과정에서 진행성 불량을 발생시킬 가능성을 높인다. 두산 전자BG 관계자는 “PTFE는 동박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소재와도 잘 결착되지 않아 가공하기가 매우 까다롭다”며 “이 때문에 아직 FCCL용 소재로 채택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애플은 5G용 FPCB 소재로 LCP를, 삼성전자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진영은 MPI를 채택하고 있다. 

FPCB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고온의 프레스 공정이 필요한 것도 PTFE의 단점이다. 기존 MPI나 LCP의 프레스 온도는 200℃ 초반인데, PTFE는 300℃ 공정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FPCB 업체 입장에서 보면 신규 설비투자가 필요하고, 공정 비용도 증가할 수 밖에 없다. 

 

PTFE 적용한 FCCL 양산 나서는 기업들

 

따라서 PTFE를 차세대 FCCL용 소재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상의 단점들을 넘어서야 한다. 

상아프론테크는 이르면 올해 말 인천 2공장에 PTFE 및 FCCL 생산설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멤피스’는 PTFE 기반의 FCCL로, 일반 PTFE 대비 가공성을 개선한 게 특징이다. 현재 몇몇 스마트폰 업체 및 PCB 회사와 멤피스 양산공급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상아프론테크는 그동안 수소연료전지용 멤브레인 소재, 배터리용 가스켓⋅인슐레이터 등을 공급해왔는데 내년에 멤피스를 양산하게 되면 FCCL 시장에 처음 진출하게 된다. 

상아프론테크의 멤피스. /사진=상아프론테크
상아프론테크의 멤피스. /사진=상아프론테크

디스플레이용 프리즘시트 전문업체 상보도 PTFE 기반의 FCCL 사업에 진출한다. 현재 경기도 김포 공장에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으며, 고객사들과 샘플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양산투자 과정에서 기존 롤투롤 공정의 프리즘시트 생산설비를 일부 개조해 FCCL 제조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상보는 그동안 프리즘시트 생산 과정에서 쌓은 합착 기술을 기반으로 PTFE의 가공성 난제를 극복한다는 목표다. 

이 밖에 CCSS(가스중앙공급장치) 업체인 씨앤지하이테크도 PTFE 기반 FCCL 사업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씨앤지하이테크 관계자는 “그동안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장비를 공급해왔으나 FCCL을 통해 소재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라며 “아직은 파일럿 규모의 생산 설비만을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FCCL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두산⋅이녹스첨단소재 등도 PTFE를 활용한 FCCL을 개발하고 있으나 아직 양산 체제를 구축하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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