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용 RF-PCB(경연성인쇄회로기판) 구조를 변경한다. 적층 단수를 5층에서 4층으로 내리고, 블랙홀 공정을 전면 도입해 RF-PCB 구매 원가를 절감할 계획이다. 

최근 삼성전기가 RF-PCB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여타 업체 수주 물량은 증가하겠지만, 수익성 개선치는 기대보다 다소 낮아질 전망이다.

애플, RF-PCB 단수 내리고 블랙홀 공정 도입

애플은 올 가을 출시하는 ‘아이폰14(가칭)’ 시리즈부터 RF-PCB 적층수를 기존 5층에서 전모델 4층으로 낮추기로 했다. 지난해 가을 출시된 ‘아이폰13’ 시리즈는 가장 적게 팔린 ‘미니’에만 4층 RF-PCB가 적용됐는데, 올해는 메인 모델부터 프로 라인까지 전체로 확대한다. 

RF-PCB는 각 부품과 스마트폰 주기판을 연결하는 역할이다. 애플 아이폰에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연결부에 RF-PCB가 사용된다. 

애플이 RF-PCB 적층수를 낮추는 것은 원가 절감 때문이다. RF-PCB 적층수를 줄이면 구조가 간단해지고, 결정적으로 화학동도금을 블랙홀 공정으로 대체할 수 있다. 블랙홀 공정은 적층 기판의 홀을 뚫은 후, 구멍 내벽에 전도성을 부여하기 위한 전도성 카본(혹은 그라파이트)을 코팅하는 과정이다. 

블랙홀 기술은 구리를 이용해 전도성을 입히는 무전해 화학동도금과 비교하면 설비투자비는 절반 정도에 불과하고, 운용비는 80% 정도로 낮다. 특히 전해수조 내에 화학약품을 섞어 전해가 일어나도록 준비하는 과정인 ‘건욕(建浴)’ 주기가 1년에 이른다. 화학동도금은 통상 3개월에 한 번씩 건욕해야 한다. 

이처럼 장점이 많은 기술임에도 그동안 아이폰용 RF-PCB 제조에 블랙홀 공정이 도입되지 못했던 건, 이 기술이 높은 종횡비(Aspect Ratio)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기판 구멍의 깊이가 깊을수록 전도성 카본이 제대로 코팅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통상 블랙홀 공정으로 만들수 있는 RF-PCB 최대 적층 높이는 4층이다. 4층까지는 블랙홀 공정으로도 RF-PCB 홀 내부 가공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5층 이상부터는 무전해 화학동도금 기술을 동원해야만 한다.

PCB 업체 임원은 “애플이 지난해 아이폰13 미니용 RF-PCB만 4층 형태 제품을 사용했는데, 올해 모델은 전 시리즈 4층 RF-PCB를 적용하기로 했다”며 “이 때문에 비에이치 등 RF-PCB 업체들이 과거 매각했던 블랙홀 공정 장비를 다시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마진율 하락은 불가피

다만 애플의 RF-PCB 단수를 내리면서 관련 업계의 수익성에는 일부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아이폰용 RF-PCB 시장은 비에이치가 50% 내외, 삼성전기가 30% 안팎, 영풍전자가 10% 정도씩 물량을 나눠가졌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말을 기점으로 삼성전기가 RF-PCB 시장에서 철수했다. 삼성전기 몫이던 30%는 올해부터 비에이치와 영풍전자로 나눠 배분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비에이치와 영풍전자가 7:3의 비율로 물량을 배분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두 회사 모두 기존 대비 공급량이 늘어날 전망이지만, 그에 따른 이익 증가 효과는 물량 증가량에 비례하지 않을 수 있다. 애플이 RF-PCB 단수를 내리면서 단가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한 PCB 업체 관계자는 “애플이 RF-PCB를 4층으로 만들면서 단가가 10~20% 정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