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RF-PCB 물량은 전문업체들로 이관
베트남 1⋅2 공장 모두 FC-BGA로 전환될 듯

삼성전기가 사업 철수를 결정한 RF-PCB(경연성-인쇄회로기판) 제조용 자재 발주를 중단했다. 베트남 RF-PCB 공장을 비우고 생산할 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 기판 라인 투자가 가속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가 RF-PCB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주요 고객사인 애플과 삼성전자향 물량은 국내 PCB 젼문업체들로 이관될 전망이다.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FC-BGA는 1⋅2공장 체제로 생산하다 1공장은 MLCC 라인으로 전환하면서 2공장에서만 생산한다.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FC-BGA는 1⋅2공장 체제로 생산하다 1공장은 MLCC 라인으로 전환하면서 2공장에서만 생산한다.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 RF-PCB용 자재 발주 중단

 

삼성전기는 11월까지 사용할 RF-PCB용 자재까지만 발주하고, 이후로는 생산을 종료할 것임을 협력사들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 베트남 2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RF-PCB는 다음달까지만 생산되며, 연말을 기해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한 삼성전기 협력사 영업담당자는 “이미 올해 3~4월부터 테이퍼링(물량 감축)을 진행하는 등 사업 철수 준비를 해왔다”며 “연말 이후로는 베트남 공장에 들어가는 자재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RF-PCB 사업 중단과 함께 베트남 공장을 FC-BGA 생산 라인으로 전환 투자한다. 삼성전기 베트남 공장은 1⋅2 공장으로 나뉜다. 1공장은 HDI(스마트폰용 주기판)와 RF-PCB 병행 생산 라인이고, 2공장은 RF-PCB 전용 라인이다. 삼성전기는 두 공장 모두를 비우고 FC-BGA 생산 설비를 들여 놓을 예정이다. 

삼성전기 베트남 FC-BGA 공장 구축에는 미국 CPU 업체인 AMD의 자금도 투입된다. /사진=AMD
삼성전기 베트남 FC-BGA 공장 구축에는 미국 CPU 업체인 AMD의 자금도 투입된다. /사진=AMD

내년에 1⋅2 공장 공간을 비우고 FC-BGA 장비들을 들여 놓은 뒤 내후년쯤 양산에 착수한다. 총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삼성전기는 자금 확보를 위해 CPU 업체인 AMD로부터 선수금도 수령할 것으로 알려졌다. FC-BGA는 CPU 업체들의 2.5D 패키지 적용이 늘면서 지난해부터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인텔⋅AMD 등 CPU 업체들로서는 선수금을 줘서라도 FC-BGA 물량을 미리 확보해야 하는 처지다.

한 반도체 업체 임원은 “삼성전기가 베트남 FC-BGA 라인을 AMD 향으로 운영하기로 했다”며 “삼성전기가 AMD 외에도 또 다른 1~2개 반도체 업체들과도 투자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 물량, 전문업체로 이관

 

삼성전기가 RF-PCB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삼성전기가 담당했던 RF-PCB 생산물량은 비에이치⋅영풍전자⋅인터플렉스 등 PCB 전문 업체들로 이관되는 수순이다.

그동안 삼성전기가 생산하던 RF-PCB는 애플향과 삼성전자향으로 나뉜다. 애플향의 경우 기존 비에이치와 영풍전자가 각각 물량을 나눠 받고, 삼성전자향은 여기에 인터플렉스도 공급망에 끼어 있다. 삼성전기는 애플향 제품의 30% 정도를 담당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번에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비에이치

2017년 출시된 애플의 첫 OLED 스마트폰 '아이폰X'. 첫 출시 당시에는 삼성전기⋅비에이치⋅인터플렉스가 RF-PCB를 공급했으나, 이후 인터플렉스가 빠지고 영풍전자가 합류했다. /사진=애플
2017년 출시된 애플의 첫 OLED 스마트폰 '아이폰X'. 첫 출시 당시에는 삼성전기⋅비에이치⋅인터플렉스가 RF-PCB를 공급했으나, 이후 인터플렉스가 빠지고 영풍전자가 합류했다. /사진=애플

영풍전자의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에이치는 애플향 물량의 50% 이상을 담당하게 되는 게 유력하다.  

지금은 삼성전자향 제품만 생산하는 인터플렉스도 애플이 첫 OLED 아이폰을 내놓던 2017년에는 애플향 제품도 공급했었다. 그러나 당시 인터플렉스가 공급한 RF-PCB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불량이 발생하면서 연말쯤 공급사 명단에서 탈락했다. 비에이치⋅영풍전자 두 회사, 특히 비에이치에 지나치게 많은 양의 물량이 몰리는 게 애플로서도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이 때문에 인터플렉스가 애플 공급망으로 복귀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한 PCB 업체 관계자는 “인터플렉스는 2017년 갑작스레 애플 협력사 명단에서 퇴출된 이후 설비 투자를 취소하면서 RF-PCB 장비 업체와 여태 소송을 벌여오고 있다”며 “강도 높은 관리를 지향하는 애플이 인터플렉스를 협력사로 재등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