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사업부 내 인사이동도 감지
박길재 부사장 개발실 복귀, 최원준 부사장 QA로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이 삼성전자 부품사업(DS부문)을 이끌 수장으로 낙점됐다. 삼성전자가 집중 투자하고 있는 비메모리 부문에서 차기 리더를 배출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김기남 부회장에 이어 다시 한 번 메모리 출신이 지휘봉을 잡았다.

이번 정기 인사에서 삼성전자의 세트사업(IM⋅CE)이 하나로 통합된 것도 눈에 띈다.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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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남 부회장 2선 퇴진, 경계현 사장 복귀

 

삼성전자는 회장 승진 1명,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3명, 위촉업무 변경 3명 등 총 9명 규모의 2022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7일 발표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지점은 김기남 부회장의 퇴진과 경계현 사장의 삼성전자 복귀다. 김 부회장은 회장 승진과 함께 종합기술원으로 발령남으로써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경계현 삼성전자 신임 DS부문장. /사진=삼성전자
경계현 삼성전자 신임 DS부문장. /사진=삼성전자

올해 연말 인사에서 김 부회장 퇴진에 이어 예년 대비 큰 폭의 변화가 수반될 것이란 예상은 이미 파다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정 공방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진 이후 단행되는 첫 인사라는 이유에서다. 여전히 선두를 수성하고 있는 메모리 사업과 달리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조직 내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 때문에 이번에는 시스템반도체 출신 인사가 DS부문 지휘봉을 잡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지난 2017년 물러난 권오현 삼성전자 고문은 시스템반도체 분야 커리어가 주력이었으나, 김기남 부회장은 자타공인 메모리 전문가, 그 중에서도 D램 전문가로 분류된다. 정은승 삼성전자 DS부문 CTO(최고기술책임자)가 김기남 부회장 뒤를 이을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정 CTO는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장, 파운드리사업팀 제조센터장, 시스템LSI사업부 SoC팀장 등을 지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삼성전자 부품 사업을 이끌 수장으로 경계현 사장이 낙점됐다. 경 사장은 김기남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 커리어다. D램 설계팀을 시작으로 플래시설계팀장, 플래시개발실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삼성전기 대표이사로 발령나며 삼성전자에서 떠났지만 2년만에 친정으로 복귀했다. 삼성전자에서 삼성전기로 발령난 인사들 중 삼성전자 부문장으로 복귀한 사례는 경 사장이 유일하다. 

김기남 신임 삼성종합기술원 회장./사진=삼성전자
김기남 신임 삼성종합기술원 회장./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출신의 한 인사는 “이미 지난 인사에서 삼성전기로 밀려난 경 사장이 다시 삼성전자로 복귀했다는 점은 인사 전례를 뒤집는 것”이라면서도 “다시 한 번 메모리 사업 출신이 지휘봉을 잡았다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경계현 사장은 삼성전기 CEO(최고경영자)를 지내면서 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 기판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삼성전기는 현재 1조1000억원을 들여 베트남 공장에 대규모 FC-BGA 라인을 구축 중이다. 이는 삼성전기 창사 이래 단일 사업 최대 규모 투자다. 

FC-BGA에 대한 신규 투자 필요성은 이전부터 제기됐으나, 전임 이윤태 사장 시절 결단하지 못하다가 경 사장이 밀어 붙여 투자가 성사됐다. 이번 투자에는 미국 CPU 회사인 AMD의 자금도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 반도체 후공정 업체 임원은 “전임 이윤태 사장이나 경계현 사장 모두 FC-BGA 투자 필요성을 두고 수뇌부를 설득하는 데 애를 먹었다”며 “경 사장이 전임 이윤태 사장 보다는 정치력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차세대 주자 준비하는 무선사업부

 

삼성전자는 이번 정기인사와 함께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부문과 가전사업을 담당하는 CE부문을 하나로 합쳐 세트 부문을 만들었다. 초대 세트부문장은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이 부회장 승진하며 맡게 됐다. 삼성전자는 이번 세트부문 통합을 조직간 경계를 뛰어넘는 전사 차원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과 가전 간 경계를 없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인사와 별개로 무선사업부에서는 일부 인사 이동이 감지된다. 그동안 무선사업부 품질혁신센터장을 맡아온 박길재 부사장이 개발실로 복귀하고, 최원준 전략제품개발팀장은 품질혁신센터로 발령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사장은 한때 노태문 무선사업부장과 쌍벽을 이룬 스마트폰 개발 주역이다. 노태문 사장이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박길재 부사장은 보급형 제품 개발을 담당했다. 노태문 사장이 무선업부장에 오른 뒤로 박 부사장은 품질센터로 물러난 바 있다.

최원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 /사진=삼성전자
최원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 /사진=삼성전자

최 부사장은 무선사업부 안팎에서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인사다. 1970년생으로, 미국 통신칩 회사인 퀄컴 출신이다. 2016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차세대제품개발팀으로 합류했으며, 현재는 ‘갤럭시Z 시리즈’ 등 전략제품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에 품질혁신센터로의 발령은 커리어 확장 차원으로 받아들여진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출신의 한 인사는 “향후 조직 전체를 맡기 위해 개발 뿐만 아니라 품질 등 전반도 경험해 봐야 한다”며 “최 부사장은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만큼 여러 커리어를 맡아 보는 게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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