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비용 부담 탓에 4K가 한계
초프리미엄 타깃에 낮은 해상도는 아킬레스건

현재 TV 시장에서 가격순으로 가장 높은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모델은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 TV다. 삼성전자 110인치 모델을 기준으로 한 대 가격이 1억7000만원에 이른다. 이 정도면 1000만원쯤 하는 85인치 ‘네오 QLED’를 17대 살 수 있다. 

심지어 마이크로 LED TV의 해상도(4K, 3840 X 2160)는 네오 QLED TV (8K, 7680 X 4320)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중동 부호 등 초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하는 마이크로 LED TV는 왜 여태 4K 해상도에 머물러 있을까. 

해상도 차이에 따른 픽셀 수 변화. 한 단계 높아질수록 픽셀 수는 4배 늘어난다. /자료=삼성전자
해상도 차이에 따른 픽셀 수 변화. 한 단계 높아질수록 픽셀 수는 4배 늘어난다. /자료=삼성전자

 

업스케일링도 무용지물, 4K 마이크로 LED TV

 

시중에 8K 해상도로 즐길 영상이 충분한지 여부를 떠나, 상대적으로 낮은 해상도 문제는 향후 마이크로 LED TV가 대중화를 위해 넘어야 할 분명한 난관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거거익선(클수록 좋다)’과 ‘고고익선(높을수록 좋다)’은 진리다. 

삼성전자는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해 4K로 찍은 영상을 8K로 변환해주는 소프트웨어 기술(업스케일링)을 고급 TV 라인업에 적용하고 있다. 하드웨어 자체가 4K만 지원하는 마이크로 LED TV에서는 업스케일링도 무용지물이다. 

마이크로 LED TV가 1억원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아직 4K 해상도에 머물러 있는 건, 이 기술이 갖는 근원적 한계 때문이다. 마이크로 LED를 이용한 디스플레이는 적⋅녹⋅청색의 LED를 각 서브픽셀 자리에 심어줘야 하는데, 해상도가 높아질수록(4K→8K) 그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업스케일링 기술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4K 화면을 8K로 변환해준다. 그러나 이는 마이크로 LED TV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자료=삼성전자
업스케일링 기술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4K 화면을 8K로 변환해준다. 그러나 이는 마이크로 LED TV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자료=삼성전자

0.01% 불량률에 화소 1만개 불량

 

4K 해상도 패널은 가로 3840개, 세로 2160개의 픽셀이 촘촘하게 박혀 있다. 그리고 각 픽셀은 각각 적⋅녹⋅청색의 서브픽셀로 구성된다. 4K 해상도의 TV 위에는 총 2488만3200개, 약 2500만개의 서브픽셀이 자리하고 있다. 8K는 4K의 4배 해상도이므로, 화면 1개를 위해 총 1억개의 서브픽셀이 필요한 셈이다. 

이처럼 픽셀의 개수가 늘어나는 건, 기존 LCD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관점에서와는 차원이 다른 숙제를 안겨준다. LCD⋅OLED는 해상도가 높아지면 픽셀의 양을 늘리는 대신, 각 픽셀의 크기는 작게 만드는 방법으로 대응해왔다. 

픽셀 양이 4배로 늘면, 픽셀 크기는 4분의 1로 줄이면 된다. 같은 사이즈 안에 더 많은 픽셀이 들어가기 위해 픽셀의 가로⋅세로 길이는 줄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마이크로 LED는 이 같은 방식을 쓰기에는 비용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사파이어 기판 위에서 만들어진 LED를 TV 위에 옮겨 심는 과정을 ‘전사(Transfer)’라고 한다. 픽셀 수가 4배 늘면 산술적으로 봐도 전사 공정에 따른 부담이 4배 늘어난다. 

또 각 픽셀의 크기는 4분의 1로 줄어야 하는데, 지금도 수십μm(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한 LED 크기를 4분의 1로 줄이면 핸들링 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색종이를 정사각형으로 잘라 모자이크를 만든다고 가정했을 때, 더 작게 자를수록 만들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마이크로 LED 전사에는 레이저 기술이 사용된다. 각 화소에 맞는 LED를 레이저로 쏴서 떨어뜨려주는데, 여전히 공정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다. /사진=유니카르타
마이크로 LED 전사에는 레이저 기술이 사용된다. 각 화소에 맞는 LED를 레이저로 쏴서 떨어뜨려주는데, 여전히 공정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다. /사진=유니카르타

불량 화소를 수리(리페어)하는데 따르는 부담도 크게 늘어난다. 8K TV는 1억개 화소 중 0.01%만 불량이 발생해도 1만개의 불량 화소가 생긴다. 불량 화소 리페어에는 레이저 장비가 사용된다. 1만개의 불량화소를 일일이 맞춰서 LED를 탈락시키고, 새 LED를 심는 것 역시 시간과 비용 증가를 수반한다. 

물론 기존 LCD⋅OLED 역시 해상도가 증가할수록 장비 투자비용도 커지는 등 원가 상승 요인이 있다. 그러나 이들 제품은 완제품 가격에 이를 일부 전가할 수 있다. 시장에서 높은 해상도의 디스플레이일수록 당연히 더 비싸게 팔린다. 

그러나 마이크로 LED TV의 경우, 이미 초고가에 가격이 형성된 상태라 가격 전가가 불가능하다. 4K 제품이 1억7000만원이라면, 8K 제품은 최소 3억원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무리 초프리미엄 시장을 타깃한다고 해도 이 정도 가격이라면 양산 제품으로 생산하기는 불가능하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당시 VD사업부장)이 2020년 CES 개막을 앞두고 마이크로 LED TV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당시 VD사업부장)이 2020년 CES 개막을 앞두고 마이크로 LED TV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로서는 마이크로 LED TV 시장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가격을 더 내려야 할 참이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비용 부담 문제를 감안하면 마이크로 LED TV가 8K로 업그레이드 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수십배 가격의 TV를 팔면서 낮은 해상도의 한계를 어떻게 설득해낼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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