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증착장비 반입...미온적인 삼성전자의 반응
QD(발색) + LED(발광) 합친 'QNED'가 대안으로

삼성디스플레이의 ‘QD디스플레이’가 기존 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와 더불어 퀀텀닷-마이크로LED(QNED) 방식까지 투 트랙으로 분화하고 있다. 

OLED에 대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의 태도가 여전히 부정적인 반면, 마이크로 LED는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KIPOST 2020년 1월 21일자 <삼성전자, 마이크로 LED에 힘 실었다...최용훈 그룹장, 부사장 승진> 참조).

한종희 삼성전자 VD사업부장(사장)이 마이크로 LED TV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VD사업부장(사장)이 마이크로 LED TV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8월 QD-OLED용 증착장비 반입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8월쯤 Q1 라인(옛 L8-1-1)에 QD-OLED용 증착장비 반입을 시작할 계획이다. 당초 6월로 예정됐던 작업이 두달여 연기됐다. 

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Q1 라인 증착 장비에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면서 일정이 다소 늦어진 탓이다. 원래 증착 장비 내에서 각종 소재에 열을 가해주는 모듈, 즉 ‘소스(도가니)’는 용도에 따라 생김새가 다르다.

유기물 증착에는 직육면체 필통 형태인 리니어 소스가, 무기물 증착에는 드럼통 형태의 포인트 소스가 사용된다. 소스에 재료를 담고 고열로 가열하면, 재료가 기화하면서 기판에 들러붙는 식이다. 

재료를 균일하게 증착시키고, 재료 사용량을 줄이는 데는 리니어 소스가 제격이다. 그러나 유기물 대비 높은 가열 온도가 필요한 무기물 증착에는 이를 사용할 수 없다. 삼성디스플레이에 앞서 TV용 OLED 라인을 가동한 LG디스플레이도 유기물은 리니어 소스로, 무기물은 포인트 소스로 증착한다.

이번에 삼성디스플레이는 Q1 라인에 유⋅무기물 가리지 않고 리니어 소스만을 적용할 계획이다. 유기물은 물론, 무기물 증착 효율도 높여 QD-OLED 생산원가를 낮춘다는 목표다. LG디스플레이 대비 뒤늦게 대면적 OLED 패널 생산에 나선다는 점에서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하다.

OLED 포인트 소스(왼쪽)와 리니어 소스의 차이. 증착 효율은 리니어 소스가 더 높지만, 포인트 소스가 더 높은 온도를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KIPOST
OLED 포인트 소스(왼쪽)와 리니어 소스의 차이. 증착 효율은 리니어 소스가 더 높지만, 포인트 소스가 더 높은 온도를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KIPOST

다만 8.5세대(2200㎜ X 2500㎜) 증착장비는 일본 캐논도키 역시 제작 경험이 전무하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처음 시도하는 신기술(무기물 리니어 소스)이 적용되는 만큼 반입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QD디스플레이 투자 결정에 장고를 거듭했던 삼성디스플레이가 파일럿 라인 구축에 이처럼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10.5세대(2940㎜ X 3370㎜) 라인 등 차세대 투자와 관련된 논의는 시작도 못하고 있다. 

BOE⋅CSOT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이미 2017년 말부터 65인치⋅75인치 패널 생산을 위해 10.5세대 LCD 라인을 양산 가동했다. QD-OLED가 TV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최소 10.5세대, 혹은 그 이상 대면적 패널 양산에 성공해야 하는 이유다.  

한 장비업체 대표는 “파일럿 라인 구축과 동시에 10.5세대 등 차세대 라인 투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봤으나, 전혀 그럴 만한 여유가 보이지 않는다”며 “주 고객사가 될 삼성전자의 애매한 태도도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수적으로 투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OLED TV 출시하는 일 없을 것”

한종희 삼성전자 VD사업부장(사장). /사진=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VD사업부장(사장). /사진=삼성전자

실제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QD-OLED 패널 투자에 나선 시기 전후로 OLED 패널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해왔다.

한종희 삼성전자 VD사업부장(사장)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북미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서 "올레드는 LG디스플레이 정도만 하고 나머지는 하는 곳이 없다"며 "삼성전자는 올레드 설비가 없다.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올레드는 영원히 안 한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삼성디스플레이의 QD디스플레이(QD-OLED) 투자에 대해서는 “수율과 가격, 품질 문제 등을 좀 더 다듬어야 한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으나, 차세대 주력 TV는 ‘마이크로 LED TV’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스탠스는 이미 조단위 투자에 돌입한 삼성디스플레이로서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시장에 대한 확신이 서도 기술적 난제가 도처에 널려 있는데, 제 1 고객사의 수요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전폭적인 투자는 어렵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히든카드 ‘QNED’

 

이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대안 기술 역시 마련해왔다. 바로 마이크로 LED를 이용한 QNED다. 

QNED의 기본 구조는 QD-OLED와 크게 다르지 않다. 측면에서 보면 가장 아래 박막트랜지스터(TFT), 가장 위에 적색과 녹색 색상을 구현하는 QD층이 위치해 있다. 다만 발광을 담당하는 영역이 OLED에서 마이크로 LED로 치환된다.

QNED 패널 개발은 곽진오 연구소장(부사장)이 이끌고 있으며, 이미 65인치와 이보다 더 작은 크기의 패널 역시 샘플로 제작해 본 것으로 전해졌다. TV 시장의 주력인 65인치를 샘플로 만들었다는 것은 이르면 2~3년 내 상용화 가능성까지 염두에 뒀다는 뜻이다.

QNED 패널의 구조. 청색 마이크로 LED가 빛을 내면, 전방의 QD층이 색변환을 시키는 방식이다. /KIPOST
QNED 패널의 구조. 청색 마이크로 LED가 빛을 내면, 전방의 QD층이 색변환을 시키는 방식이다. /KIPOST

한 장비업체 대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QNED를 단지 선행 개발 차원이 아닌 상용화를 유력시하며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QD-OLED는 과도기 기술이 될 운명”이라고 말했다.

발광층을 OLED가 아닌 LED로 바꿀 경우, 기술과 마케팅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우선 휘도(밝기)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는 OLED와 비교해 무기물로 이뤄진 LED는 비교적 이 한계에서 자유롭다. 이는 하이다이내믹레인지(HDR) 등 고화질 기술 구현에 유리하다. 삼성전자 VD사업부 역시 QD-OLED 패널의 밝기 문제를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의 밝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적⋅녹⋅청색 외에 백색 픽셀을 따로 두고 있다. 그러나 이는 밝은 화면에서 색순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적⋅녹⋅청색에 백색이 섞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곽진오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소장(부사장). /사진=삼성디스플레이
곽진오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소장(부사장).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마케팅 측면에서는 QNED가 그동안 VD사업부가 내세워 온 QD와 마이크로 LED를 가장 이상적으로 동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발색은 QD로, 발광은 마이크로 LED가 각각 담당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기술의 TV라는 점을 어필할 수 있다. LG 진영의 OLED TV를 평가절하 해 온 삼성전자로서는 QNED TV야 말로 궁극의 기술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피⋅칩 등 LED 제조는 물론, 전사⋅검사⋅리페어 등 많은 기술적 난제들을 삼성디스플레이가 어떻게 풀어낼 지가 관건”이라며 “구현할 수 있다면 삼성전자를 설득할 수 있는 최적의 제품”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