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ED사업팀 '나노로드 LED' 샘플 생산
과거 MOCVD 대부분 매각, 신규 투자 필요할수도

삼성디스플레이가 ‘퀀텀닷 나노로드 LED(QNED)’ 디스플레이 개발에 착수하면서, 향후 삼성전자 LED사업팀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의 발광다이오드(LED) 사업은 한때 이건희 회장이 ‘5대 신수종사업’으로 꼽을 만큼 기대를 모았으나, 현재는 DS부문의 사업팀 조직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QNED 디스플레이 양산을 위해서는 기존 LED 공정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 어떤 형태로든 LED 사업팀에 중책이 주어질 전망이다. 

나노로드 LED가 전극위에 한 방향으로 배열된 모습. /사진=특허 1020190158217
나노로드 LED가 전극위에 한 방향으로 배열된 모습. 쌀알처럼 생긴 게 나노로드 LED다. /사진=특허 1020190158217

나노로드 LED 처음 선보인 건 알레디아

 

QNED 디스플레이 개발의 핵심 키는 나노로드 LED 양산과 배열(배향)에 있다. 종횡비가 긴 바늘 형태의 나노로드 LED는 아직 양산에 성공한 회사가 없기 때문에 공정 개발부터 진행돼야 한다. 

나노로드 LED 실물을 처음 소개한 회사는 2011년 설립된 프랑스 알레디아(Aledia)다. 알레디아는 8인치, 혹은 12인치 실리콘 웨이퍼 위에 질화갈륨(GaN)층을 성장시켜 가늘고 긴 형태의 LED를 개발했다. 실처럼 길다는 뜻에서 ‘와이어 LED(WireLED)’로 명명했으나, 그 개념은 나노로드 LED와 동일하다. 

알레디아는 인텔⋅이케아⋅발레오 등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해 지난해 두 번째 연구개발(R&D) 센터 설립에 돌입했다. 2년 내 양산체제를 갖추는 게 목표다. 한 국책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알레디아가 나노로드 LED 양산 가능성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아직 수명과 발광효율 측면에서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알레디아가 개발한 나노로드 LED. /사진=알레디아
알레디아가 개발한 나노로드 LED. /사진=알레디아

삼성디스플레이가 QNED에 적용할 나노로드 LED는 알레디아의 기술을 차용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웨이퍼 소재부터 다르다. 알레디아는 8인치⋅12인치 실리콘 웨이퍼를 기반으로 생산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사파이어 웨이퍼 기반 공정을 택할 전망이다. 사파이어 웨이퍼는 2인치⋅3인치⋅4인치⋅6인치, 그 중에서 4인치 공정이 주류다. 

알레디아 처럼 실리콘 웨이퍼를 사용하면 기판 크기가 커 한 번에 많은 양의 나노로드 LED를 생산할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 덕분에 8인치⋅12인치 실리콘 웨이퍼 생태계가 활성화 된 것도 장점이다. 싸고 원활하게 웨이퍼를 수급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GaN 소재 특성상 증착작업은 단결정인 사파이어 웨이퍼가 실리콘 웨이퍼에 비해 훨씬 수월하다. 웨이퍼를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GaN을 증착시킬 수 있는 사파이어에 비해 실리콘은 결정 구조에 따라 방향을 바꿔가면서 GaN을 증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상용화 된 LED는 아직도 대부분 사파이어 웨이퍼 위에서 만들어진다.

 

삼성전자 LED 사업팀, 다시 빛 볼까...샘플 개발중

 

삼성디스플레이가 나노로드 LED를 자체적으로 개발한다면, 가장 가까운 파트너는 삼성전자 LED 사업팀이다. 삼성전자 LED 사업팀은 한때 LED 생산을 위한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 150여대 안팎을 보유했으나 현재는 대부분 중국 등에 매각했다. 중국 싼안 등이 LED 사업에 대규모 투자하면서 원가 경쟁력을 상실한 탓이다. 

그래도 아직 기흥사업장에서 십수대 정도를 자체적으로 가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양산 보다는 R&D 성격에 가깝다. 삼성전자 LED 사업팀은 4인치 사파이어 웨이퍼 공정을 택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나노로드 LED는 LED사업팀에서도 2년 전부터 샘플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 발광효율이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멀티챔버 방식의 MOCVD. 에피웨이퍼 수율을 높이려면 싱글챔버 방식으로 바뀌어야 할 전망이다. /사진=비코
LED 생산설비인 MOCVD. 나노로드 LED 생산에도 사용된다. 사진은 MOCVD에 사파이어 웨이퍼가 올라간 모습. /사진=비코

이 때문에 향후 삼성디스플레이의 QNED 프로젝트가 양산 단계까지 진행된다면 삼성전자 LED 사업팀의 위상도 한층 격상될 수 있다. 한 디스플레이 업체 임원은 “QNED의 핵심이 나노로드 LED인 만큼, 삼성디스플레이는 해외 보다는 그룹 내부에서 나노로드 LED를 수급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LED 사업팀의 전신인 삼성LED는 이미 2010년 매출 1조3177억원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했으나, 이후 중국발 공급과잉에 직면하면서 부침을 거듭했다. 2012년 독립법인에서 삼성전자 DS부문으로 흡수된 후, 현재는 사업팀 조직으로 축소됐다. 정태경 부사장이 팀장을 맡고 있다. 정 부사장은 테스트앤드패키지 센터장을 역임한 반도체 후공정 전문가다. LED 사업팀 입장에서는 ‘굴러온 돌’인 셈이다.

지난해 LED 사업팀 매출은 약 1조원 안팎으로, 손익분기점(BEP)을 겨우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LED 사업팀은 작년 연말 초과이익성과금(OPI, 옛 PS)으로 부장급이 3%를 수령하면서 반도체 사업부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며 “이 때문에 조직 전반적으로 기운이 많이 빠져 있다”고 토로했다.

나노로드 LED가 전극위에 올라간 모습의 개념도. QNED 양산을 위해서는 나노로드 LED 개발과 전극 위 배열 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 /자료=1020190158217 특허
나노로드 LED가 전극위에 올라간 모습의 개념도. QNED 양산을 위해서는 나노로드 LED 개발과 전극 위 배열 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 /자료=특허 1020190158217

QNED가 양산 단계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신규 투자가 불가피하다. LED 사업팀이 최소한의 MOCVD만 남겨 놓은 만큼, 실제 TV 생산을 위해서는 새로 MOCVD를 발주해야 한다. 투자가 진행되면 재원과 인력이 보강되면서 조직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도 있다.

LED용 MOCVD 시장은 미국 비코, 독일 엑시트론이 양분하고 있다. 국내서 과거 주성엔지니어링, 원익IPS 등도 국산화를 위해 개발을 진행했으나 끝내 양산 라인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나노로드 LED 성장판으로 쓰이는 사파이어 기판은 마지막에 레이저를 이용해 탈락시키는데, 이를 위한 레이저리프트오프(LLO) 공정 장비도 필요하다. 아직 나노로드 LED 공정 자체가 개발 중인 상황이라, 또 다른 신규 장비들이 도입될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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