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90여명 규모 그룹, 조직 늘릴까
삼성전자 1970년대생 부사장 배출

삼성전자에서 ‘더 월(The Wall)’ 개발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최용훈 VD사업부 개발팀 LED개발그룹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더 월은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를 하나하나의 픽셀(화소)로 만든 자발광 디스플레이다. 

삼성전자가 아직 차세대 대형 TV의 기술 방향성을 확정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승진 인사는 함의가 작지 않다.

삼성전자 마이크로 LED TV, '더 월'.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마이크로 LED TV, '더 월'. /사진=삼성전자

현재 90여명 조직, 규모 늘려 힘 싣나

 

삼성전자는 부사장 14명, 전무 42명, 상무 88명 등 총 162명이 포함된 2020년 정기 임원인사를 21일 발표했다. 이번에 부사장으로 승진한 인사들 중에는 최용훈 그룹장이 포함됐다. 

최 신임 부사장은 디스플레이 개발 전문가다. 더 월 개발 이전에는 ‘시네마 LED(오닉스)’ 개발도 이끌었다. 시네마 LED 역시 더 월과 마찬가지로 LED 하나하나를 픽셀로 만들어 영화관 화면을 구성한 제품이다. 

영화관 영사기 대신 사용하기 때문에 화면이 크고(10.3m X 5.4m), 픽셀을 구성하는 LED도 최장 3.3㎜ 간격으로 듬성듬성 떨어져 있다. 삼성전자가 북미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 전시한 더 월은 이 시네마 LED를 작게 압축해 만든 제품이다. 더 월의 픽셀 간 간격은 0.84㎜다. 시네마 LED를 4분의 1로 압축해야 더 월을 만들 수 있다. 

최용훈 삼성전자 부사장. /사진=삼성전자
최용훈 삼성전자 부사장. /사진=삼성전자

통상 고화질 디스플레이는 작게 만들기가 크게 만드는 것 보다 더 어렵다. 미세 공정 난이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개별 픽셀을 LED로 구성해야 하는 LED 디스플레이는 화면 크기가 작아질수록 핸들링해야 하는 LED 크기도 작아진다.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상용화가 아직 요원한 이유다. 

이번에 최용훈 그룹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는 것은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 현재 최 그룹장 산하 연구인력은 90여명 수준이다. 여타 부사장 산하 그룹들이 200여명의 인력 규모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정기 인사 이후 조직개편에서 인력이 충원될 가능성도 있다. 인력이 늘어난다는 것은 해당 조직에 힘을 싣는다는 것을 뜻한다.

아직 LCD TV를 대형 TV 라인업으로 밀고 있는 삼성전자는 차세대 기술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퀀텀닷(QD) 기술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합친 ‘QD디스플레이’ 양산 투자에 나섰지만, 정작 고객사인 VD사업부 반응은 시큰둥하다.

표면적으로는 QD디스플레이의 낮은 휘도(밝기) 문제를 지적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LG의 OLED 기술을 뒤늦게 따라가는 듯한 시장 구도를 부담스러워 한다.

따라서 마이크로 LED TV는 VD사업부에게 좋은 탈출구가 되어 줄 수 있다. OLED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술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고, 휘도 역시 OLED에 비하면 LED가 더 낫다. 

삼성전자 '시네마 LED(오닉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시네마 LED(오닉스)'. /사진=삼성전자

문제는 단가다. 픽셀 1개가 1개의 LED칩으로 구성되는 만큼 재료비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밖에 없다. 8K UHD TV 위에는 약 1억개의 화소가 올라간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마이크로 LED TV의 재료비만 4900달러(약 570만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 확립되지도 않은 공정비용까지 감안하면 1000만원 이하에 출시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용훈 부사장 승진은 그동안의 성과 보다는 앞으로의 성과 촉진에 더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70년대생 부사장...무선사업부 젊은 리더 전진배치

 

한편 삼성전자가 이날 단행한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1970년대생 부사장이 배출됐다. 연령·연차와 상관없이 성과와 능력에 따라 중용하는 '발탁 인사'도 24명을 기록했다.

전날 발표된 사장단 인사에서 50대 사장들을 전면에 배치한 데 이어 임원인사에서도 같은 기조를 이어가며 '젊은 삼성'으로의 변화를 꾀했다는 평가다. 

최원준 삼성전자 부사장. /사진=삼성전자
최원준 삼성전자 부사장. /사진=삼성전자

부사장 승진자 중 최연소인 최원준(50) 부사장은 모바일 단말·칩셋 개발 전문가다. 2005년 아미커스 와이어리스 테크놀로지를 창업하고, 퀄컴에도 몸담았다.

2016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5세대(5G) 이동통신 단말을 상용화하고, ‘갤럭시S10’과 ‘갤럭시노트10’ 개발을 이끌었다. 역대 최연소 부사장 타이틀은 전날 무선사업부장에 오른 노태문 사장이다. 노 사장은 지난 2012년 44세 나이에 부사장으로, 2018년 말 50세 때 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삼성전자측은 "경영 성과와 성장 잠재력을 겸비한 젊은 리더들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미래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을 두텁게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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