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 LG사이언스파크서 ‘디스플레이 설명회’ 열어

한동안 가격과 양산능력에 매몰됐던 디스플레이 시장이 다시 ‘기술경쟁’으로 옮겨 붙을 조짐이다. 지난 3~4년간 업계는 ‘어느 회사가 적기에, 더 빨리 투자하는가’, ‘누가 더 싸게 만들 수 있는가’에 집중했다. 물론 이는 여전히 시장의 중요한 화두다. 다만 올 들어 두달간 선보인 롤러블 디스플레이와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업계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강인병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 부사장)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삶을 바꾸는 혁신적인 폼팩터”라고 진단했다.

강인병 LG디스플레이 CTO가 OLED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LG디스플레이
강인병 LG디스플레이 CTO가 OLED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LG디스플레이

“65인치 8K OLED, 불가능하지 않다”

 

지난 두 달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는 디스플레이 측면에서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1월 미국 라스베이커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롤러블(두루마리처럼 말리는) TV를 선보이면서 큰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바로 한 달 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는 ‘경첩(힌지)폰’을 폴더블(접히는) 폰으로 내놓으면서 조롱에 가까운 수모를 겪었다.

강 부사장은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설명회’를 통해 “우리(LG디스플레이)도 오랜 기간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준비해왔다”며 “폴더블 OLED 출시 여부는 시장이 판가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시장이 개화할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신제품을 내놓을 수 없다는 의미다.

그는 “롤러블 TV용 OLED와 폴더블 OLED 등 신제품들은 기술 확보는 물론 시장도 원할 때 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들어 시장이 개화하고 있는 8K UHD 규격 디스플레이는 OLED가 최적의 솔루션이라고 강조했다. 8K UHD는 기존 초고화질(4K UHD) 대비 4배, 고화질(풀HD)과 비교하면 16배 해상도가 높은 디스플레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88인치 8K OLED를 선보였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 CES에 전시한 65인치 8K OLED TV용 패널.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지난 CES에 전시한 65인치 8K OLED TV용 패널. /사진=LG디스플레이

강 CTO는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화면을 구성하는 픽셀 사이즈가 작아지므로, 픽셀 하나하나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자발광 디스플레이인 OLED는 8K에 최적의 디스플레이”라고 말했다.

현재 LG디스플레이가 TV용 OLED 양산에 적용한 후면발광(Bottom Emission) 방식은 양산성은 뛰어나나 고화질 디스플레이의 소형화에는 불리하다. 전면발광(Top Emission) 방식 대비 ‘개구율(Aperture ratio)’이 낮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가 60~70인치대를 뛰어 넘고 바로 80인치대 8K OLED부터 출시한 것은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강 부사장은 “현재의 기술로도 65인치 8K OLED TV 패널을 만드는 것은 가능은 하다”며 “다만 8K까지 해상도가 높아지면, 70인치 이상 대형 패널에서 진정한 화질 개선을 체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8K UHD 시장의 주요 타깃은 70인치 이상 초대형 패널이라는 뜻이다. 현재 4K UHD 패널은 55와 65인치 패널이 대세다. 화질 경쟁 진화가 TV 패널 사이즈 확대를 자극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 부사장의 설명도 타당하다.

개구율의 개념. 왼쪽이 LG디스플레이가 적용하고 있는 배면발광 방식의 OLED다. 양산성은 높으나 개구율 측면에서는 불리하다. /KIPOST
개구율의 개념. 왼쪽이 LG디스플레이가 적용하고 있는 배면발광 방식의 OLED다. 양산성은 높으나 개구율 측면에서는 불리하다. /KIPOST

“MMG 공정, 중국 OLED 공장부터 도입”

 

최근 LG디스플레이가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멀티모델글래스(MMG) 생산 기술은 새로 짓고 있는 중국 광저우 OLED 공장에 우선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KIPOST 2019년 1월 29일자 “LG디스플레이, 캐논서 MMG용 노광장비 반입” 참조).

MMG는 1개의 8.5세대(2200㎜ X 2500㎜) OLED 라인에서 65인치 패널과 55인치 패널을 동시에 생산하는 기술이다. 버려졌던 패널 부분을 상품화 할 수 있어 이론상 최대 30% 생산능력이 증대된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국내 OLED 라인에서는 65인치 혹은 55인치 패널을 공장을 나눠 생산하고 있다.

강 부사장은 “양산 중인 국내 공장에 MMG 설비들을 설치하는 것 보다는 새로 깔리는 곳에 처음부터 MMG를 적용하는 게 효율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일본 캐논은 13대의 MMG용 노광장비를 오는 3분기까지 광저우 공장에 반입할 예정이다.

8.5세대 MMG 생산 예시. /자료=한국투자증권
8.5세대 MMG 생산 예시. /자료=한국투자증권

한편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패널 공장은 3분기(원판 투입 기준 월 6만장 수준) 양산을 시작한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생산량이 국내와 중국을 합쳐 월 13만장 수준으로 대폭 늘어난다. OLED 패널 완제품 기준으로는 2018년 290만대에서 올해 400만대까지 확대될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2018년 OLED TV 판매금액은 65억3000만달러를 차지했다. 작년 연간 성장률은 58%를 기록했다. 이처럼 글로벌 TV시장에서 OLED 판매가 급증하는 데는 LG전자 주도 이후 일본 소니(Sony), 도시바(Toshiba), 파나소닉(Panasonic), 유럽의 필립스(Philips), 뢰베(Loewe), 뱅앤올룹슨(B&O) 등 글로벌 TV업체들이 OLED 진영에 속속 합류, 지난해 총 15곳으로 늘어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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