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힘 자국 가리기 위한 필름을 보호필름으로 착각
중소형 OLED 단기 악재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공개했던 첫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가 결국 출시 연기됐다. 투명 폴리이미드(PI)의 접힘 자국을 가리기 위해 부착했던 위상지연필름(Retarder Film)을, 사용자들이 무리하게 뜯어내면서 생긴 불량이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식 출시 사흘을 남기고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가 연기되면서 향후 폴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관련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갤럭시 폴드 OLED 화면에 불량이 발생한 모습. /사진=마크 저먼 트위터
갤럭시 폴드 OLED 화면에 불량이 발생한 모습. /사진=마크 저먼 트위터

일부 사용자들, 위상지연필름을 보호필름으로 착각

 

삼성전자는 23일 자사 뉴스룸을 통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갤럭시 폴드 출시를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며 “출시 시점은 수 주 내에 다시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갤럭시 폴드는 26일(현지시각) 미국 출시 사흘을 남기고 판매를 미룰 수 밖에 없게 됐다.

갤럭시 폴드 출시를 연기는 투명 PI 상단에 덧댄 위상지연필름을 사용자들이 ‘보호필름’으로 착각하면서 촉발됐다. 종전 바(Bar) 타입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외부에 붙은 필름처럼 사용 전에 간단히 제거하는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그러나 위상지연필름은 투명 PI의 접힘 자국을 시각적으로 가리기 위해 덧댄 것으로, 디스플레이 모듈의 일부다.

갤럭시 폴드에서 억지로 제거한 위상지연필름.
갤럭시 폴드에서 억지로 제거한 위상지연필름.

갤럭시 폴드가 일반에 공개되기 전 업계가 추정한 폴더블 스마트폰의 구조는 최상단(화면 가장 바깥쪽)에 실리콘 하드코팅이 위치한다. 실리콘 하드코팅은 플라스틱 소재인 투명 PI에 긁힘 방지 기능을 부여하고, 유리와 같은 매끈한 외관을 유지하게 한다.

그러나 실제 공개된 갤럭시 폴드의 구조는 그동안의 예상을 뛰어 넘었다. 실리콘 하드코팅 위에 필름 한 장이 추가된 것이다. 바로 위상지연필름이다. 위상지연필름은 빛이 들어오는 방향에 따라 매질을 통과하는 속도와 지향점을 틀어주는 성질을 가진 소재다. 갤럭시 폴드에는 투명 PI의 접힘 자국을 가리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OLED 디스플레이의 빛은 그대로 통과시키되, 화면이 꺼졌을때 필름이 굴절된 모양은 시각적으로 보이지 않게 처리하는 것이다.

투명 폴리이미드. 실제 폴더블 OLED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실리콘 코팅과 위상지연필름을 더해야 한다. /사진=SKC
투명 폴리이미드. 실제 폴더블 OLED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실리콘 코팅과 위상지연필름을 더해야 한다. /사진=SKC

업계 관계자는 “플라스틱인 투명 PI 성질상 접힘 자국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위상지연필름 사용은 삼성전자⋅디스플레이가 갤럭시 폴드 품질에 더욱 만전을 기하기 위해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위상지연필름이 마치 사용 전 떼어 내는 보호필름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모듈 일부라면 사용자가 억지로 떼어 내지 못하게 필름 끝이 베젤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야 이상적이다. 그러나 갤럭시 폴드의 위상지연필름은 투명접착필름(OCA)을 이용해 바깥쪽에 덧대어 붙였다. 이 떄문에 일부 사용자들이 위상지연필름을 무리하게 띁어냈다.

OLED는 수직 방향의 압축력에는 상대적으로 내구성이 강하다. 포스터치나 스타일러스펜을 통한 입력에도 끄떡 없다. 그러나 OLED는 바깥으로 잡아 당기는 인장력에는 취약하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갤럭시 폴드를 정식 출시하기 위해서는 위상지연필름을 임의로 제거하지 못하게 베젤 안쪽으로 숨기거나, 사용자 주의 사항을 더욱 부각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한두달 안에 필름 부착 위치를 바꾸는 등의 공정 변화를 완성하지는 못한다”며 “사용자들이 위상지연필름을 보호필름으로 착각하지 않도록 하는 추가 조치가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한 폴더블 OLED.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한 폴더블 OLED. /사진=삼성디스플레이

폴더블 OLED 산업에 단기 악재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 출시 연기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통해 수요 진작을 기대했던 OLED 산업에 단기 악재로 작용될 전망이다. 폼팩터(Form factor⋅형태)가 자유로운 플렉서블 OLED의 장점을 폴더블 스마트폰처럼 극명하게 보여주는 기기도 없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바 타입 스마트폰에서는 OLED와 LCD의 경쟁력 차가 극명하지 않다.

삼성전자가 첫 폴더블 스마트폰을 소형 태블릿 사이즈로 잡았다는 점도 향후 OLED 수요 진작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했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추가 투자 기대가 조심스레 부각되기도 했다.

다만 갤럭시 폴드 출시가 잠정 연기되면서 이 같은 전망도 당분간 시점을 미룰 수 밖에 없게 됐다. 갤럭시 폴드 올해 판매량 예상이 100만대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에 실제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나 산업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한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대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A4(옛 L7-1)이 아직 원활하게 가동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 폴더블 OLED의 성공은 추가 투자를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수요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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