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률반경 불리하지만 광학 특성 좋고 공정 유리

디스플레이용 투명 PI. 아직 유리기판에 비하면 광학적으로 불리한 점이 많다. /사진=SK이노베이션
디스플레이용 투명 PI. 아직 유리기판에 비하면 광학적으로 불리한 점이 많다. /사진=SK이노베이션

LG디스플레이가 지난달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공개한 ‘롤러블(두루마리처럼 말리는)’ TV 양산에 씬글래스(Thin Glass) 기술을 사용한다. 씬글래스는 화학적 식각(에칭)법으로 기판유리 두께를 얇게 만든 것으로 LCD용 기판유리 ‘슬리밍(Slimming)’에 사용하는 기술이다.

투명폴리이미드(PI)도 롤러블 TV용 기판소재로 주목받고 있지만, 현재는 광학 특성이나 내열성에서 유리기판이 더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패널 완성 뒤 화학적 식각
 

LG디스플레이가 하반기 양산할 롤러블 TV는 ‘후면발광(Bottom Emission)’ 구조다. 후면발광 방식 디스플레이는 공정에 사용되는 가장 아래쪽 기판이 투명해야 한다. 각 화소의 빛이 하부 기판을 통과해서 시청자 눈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TV를 볼때를 기준으로 하면, 눈에 보이는 최외곽 유리판이 공정용 기판이다.

당초 업계서는 롤러블 TV용 기판으로 투명 PI를 염두에 뒀다. 투명하고, 잘 휘어지며, 공정온도(350℃ 안팎)에 가까운 내열성을 띄기 때문이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는 투명 PI 대신 일반 유리기판을 얇게 깎는 방식을 택했다. 딱딱한 유리기판도 두께 100마이크로미터(μm) 내외로 깎아내면 플라스틱처럼 휘는 성질을 가질 수 있다.

후면발광(왼쪽)과 전면발광(오른쪽) 방식의 OLED. /자료=LG디스플레이 블로그
후면발광(왼쪽)과 전면발광(오른쪽) 방식의 OLED. /자료=LG디스플레이 블로그

초박형 유리로 OLED를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다. 우선 일반 두꺼운 유리기판을 이용해 OLED TV 패널을 만든 뒤 완제품 상태에서 상판과 하판 바깥쪽을 깎아내는 방식이다. 공정 시작 전부터 유리기판을 깎아낸 후 OLED TV를 생산하는 방법도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전자의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OLED 공정은 고열고압이 가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부터 기판 두께를 얇게 깎아놓으면 충격에 깨지기 쉽기 때문이다. 일반 두꺼운 유리기판도 기판 고정장치인 척(Chuck)에 잡혀 이동하는 동안 금이가거나 깨지기도 한다.

다만 완제품을 만든 뒤 이를 깎아내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LCD 패널을 기준으로 보면, 1㎜ 두께의 유리를 0.15㎜까지 깎아낸다. 두께의 85%를 덜어내는 것이다. 이때 사용되는 식각액은 불산 함량이 50% 정도다. 유리기판을 깎아내는 과정에서 불량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65인치(4K) 롤러블 OLED TV용 패널 한대의 생산원가는 3029달러에 달한다. 일반 OLED TV 패널 원가(868달러) 대비 3.5배다. 특히 수율 저하에 따른 원가분이 1037달러로, 패널 가격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만큼 제조 과정에서 불량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롤러블 OLED TV 원가분석. /자료=IHS마킷
롤러블 OLED TV 원가분석. /자료=IHS마킷

광학특성, 내열온도도 유리기판 채택 이유
 

식각을 통해 유연성만 확보된다면 유리가 광학적 특성이나 내열온도 측면에서 투명 PI보다 유리하다. 공정 기판이 TV 시청자 눈에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놓이는 만큼, 투명하고 심미적으로 매끈해야 한다. 투명 PI 역시 투명도가 높으나 매끈한 디자인은 유리에 비할바가 아니다. 플라스틱 소재 특유의 빛 굴절 현상도 유리에 비해 가지는 단점이다.

비록 투명 PI가 옥사이드 박막트랜지스터(TFT) 공정 온도(350℃)에 가까운 내열성을 가졌다고는 하나, 아직 이를 완벽하게 버텨내기는 힘들다는 얘기도 나온다. 350℃에 잠깐 노출되는 것은 상관 없지만 공정이 진행되는 몇분을 버티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유리기판의 내열성은 이미 LCD와 OLED 산업에서 충분하게 검증됐다.

LCD 씬글래스 공정 사례. /KIPOST
LCD 씬글래스 공정 사례. /KIPOST

 

끝까지 유리기판 고집할 수 있을까
 

다만 LG디스플레이가 끝까지 유리기판을 이용해 롤러블 TV를 생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에 LG전자가 공개한 롤러블 TV는 곡률반경이 100R 정도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유리기판에 씬글래스 공정을 더해 생산할 수 있다. 대신 TV하단에 두툼한 직육면체 형태의 기구물이 필요하다. 패널을 큰 원통 형태로 말아 넣어야 하는 탓이다. 아직 완벽한 형태의 롤러블 TV는 아니다.

롤러블 TV는 패널이 말려 들어갈 큼직한 기구물이 필요하다. 이 기구물 크기를 줄이기 위해 다시 투명 PI 기판이 검토될 수 있다. /사진=LG전자
롤러블 TV는 패널이 말려 들어갈 큼직한 기구물이 필요하다. 이 기구물 크기를 줄이기 위해 다시 투명 PI 기판이 검토될 수 있다. /사진=LG전자

이 기구물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롤러블 TV 패널의 곡률반경을 작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구현하려면 유리기판을 투명 PI로 바꿔야 할 수도 있다. 비록 유리 대비 광학적으로 불리한 점은 있지만, 투명 PI 곡률반경은 1R까지 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투명 PI의 몇 가지 단점들을 해결하면 마치 프로젝터 스크린이 펼쳐지듯 천장의 좁은 공간에서 롤러블 TV가 등장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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