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인치대 OLED 패널 생산 위해 부가적으로 40인치대 면취
최저가로 내려간 40인치대 LCD와 경쟁 벅찰듯

TV 시장의 거거익선(巨巨益善) 트렌드는 명확하다. 연간 판매되는 TV의 평균 사이즈는 이미 46인치까지 올라섰고, 프리미엄 제품군은 65인치 이상 대형 모델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많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삼성⋅LG디스플레이는 마냥 반갑지는 않다. LG디스플레이의 TV용 OLED는 물론, 삼성디스플레이가 구축 중인 QD디스플레이(QD-OLED) 라인도 8.5세대(2200㎜ X 2500㎜) 공정이기 때문이다. 

게이밍 TV 시장이 40인치대 OLED TV의 좋은 타깃이 될 수 있다. /사진=삼성전자
게이밍 TV 시장이 40인치대 OLED TV의 좋은 타깃이 될 수 있다. /사진=삼성전자

70인치대 위해 덤으로 만드는 40인치대 패널

 

삼성⋅LG디스플레이가 특히 고민스러운 부분은 70인치대 TV 시장에 대한 대응이다. 70인치대 패널을 생산하자면, 필연적으로 40인치대 패널이 추가 생산되기 때문이다. 

8.5세대 기판에서 75인치 패널 2장을 자르면, 남는 부분으로 49인치 패널 2장이 추가로 절삭된다. 77인치 패널 2장과 48인치 패널 2장으로 구성할 수도 있다. 

원래 8.5세대 기판 다중모델생산(MMG)은 65인치 패널 3장과 55인치 패널 2장으로 구성할 때 가장 이상적이다. 면취율(기판 원장에서 완제품으로 환원되는 비율)이 90% 이상이고, 65⋅55인치 둘 다 시장 수요가 견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TV 시장 사이즈 대형화에 따라 70인치대 제품을 만들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비록 자투리에 불과하지만, 남는 40인치대 패널을 어떻게 판매하느냐에 따라 라인 채산성이 좌우된다. 65인치와 함께 생산하는 55인치 패널은 그래도 아직 시장에서의 수요가 많은 반면, 48⋅49인치 OLED 패널 수요는 불투명하다. 

8.5세대 MMG 생산 예시. /자료=한국투자증권
원래 8.5세대 패널은 65인치와 55인치 패널을 동시 생산할 때 가장 면취율이 좋다. 그러나 70인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남는 면적으로 40인치대 제품 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자료=한국투자증권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에 건설한 TV용 OLED 라인이 지난해 원활하게 가동됐다면, 지금쯤 77⋅48인치 조합 패널이 쏟아져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양산 가동 시점이 이번 분기까지 밀리면서 40인치대 OLED 패널은 아직 본격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 제품이 풀리기 전이라는 뜻이다.

이 같은 고민은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디스플레이 라인은 올 연말 셋업 이후 내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QD디스플레이를 탑재한 TV 출시는 빨라도 내년 연말이다. 

이미 프리미엄 TV 시장은 65인치 제품도 별로 크지 않다는 반응인데, 내년 연말이라면 65인치 제품은 범용화가 불가피하다. 70인치대는 되어야 진정한 프리미엄 모델로 대접 받을 수 있다. 

이제혁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 상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QD-OLED의 프리미엄화를 위해 초기에는 60~70인치대 중심으로 출시했다가 시차를 두고 작은 사이즈 판매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QD-OLED 라인에서 부가적으로 생산될 40인치대 패널은 시기상 설자리조차 없을 가능성도 있다.

QD디스플레이(QD-OLED)의 수직구조. OLED층 가장 위에 TFE가 올라가고, 셀 전체는 두 장의 유리로 합착한다. /자료=DSCC
QD디스플레이(QD-OLED)의 수직구조. WOLED 대비 구조가 복잡하고 이제 막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탓에 완제품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다. /자료=DSCC

한 디스플레이 소재 업체 대표는 “QD-OLED는 공정 복잡도나 감가상각비 때문에 WOLED 대비 비쌀 수 밖에 없는 제품”이라며 “이처럼 비싼 패널을 겨우 40인치대로 잘라서 팔아야 하는 게 난제”라고 말했다.

 

일본⋅동유럽 시장 및 게이밍 TV 시장 노려야

 

일단 LG디스플레이는 40인치대 TV 수요가 높은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패널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테크트렌드 리포트 자료에 따르면 올해 일본 TV 시장 평균 사이즈는 40인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미 평균 50인치를 훌쩍 넘어버린 북미나 중국 시장과 비교하면 10인치 이상 작은 셈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초대형 TV에 대한 선호도가 강하지 않았다. 선진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전체 시장에서도 유독 TV 시장 대형화 추세가 더디다. 반면 소득 수준은 높기 때문에 프리미엄 TV에 대한 선호도는 높다. 크기가 작아도 화질이 월등하다면 승부해 볼 만 하다. LG전자⋅소니는 올해 중 48인치 OLED TV를 앞세워 일본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다만 대형화 진행 속도가 더딘 일본 TV 시장이라고 하더라도 높은 가격에 대한 저항은 숙제로 남는다. 현재 이보다 약간 큰 49인치 LCD TV(4K UHD) 온라인 최저가가 50만원 안팎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OLED TV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가별 평균 TV 사이즈 추이. 아래서 두 번째 그래프(분홍색)가 일본의 사례다. /자료=IFA
국가별 평균 TV 사이즈 추이. 아래서 두 번째 그래프(분홍색)가 일본의 사례다. /자료=IFA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이 추정한 48인치 OLED TV 패널 평균 단가는 1장당 250달러 안팎이다. 이미 패널 가격만 LCD TV 완제품의 절반에 이른다는 추정이다. 업계서는 LG전자 OLED TV 48인치 제품이 1500달러 안팎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500달러면 49인치 LCD TV와는 상대가 되지 않고, 기존 55인치 OLED TV와 비교해도 가격 메리트가 뚜렷하지 않다. 대형 TV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은 일본이라 하더라도 비슷한 가격이라면 49인치 보다는 55인치로 선호가 쏠릴 수 있다.

아직 낯선 시장이기는 하지만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게이밍 TV 수요를 노려볼 수도 있다. OLED의 빠른 응답속도와 명암비를 내세워 모니터보다 큰 화면으로 게임을 즐기려는 수요를 흡수하는 것이다. 

PC 연결을 위한 디스플레이포트(DP). 48인치 OLED TV에 지원한다면 게이밍 TV로서 잇점을 가질 수 있다. /사진=PCCcable.com
PC 연결을 위한 디스플레이포트(DP). 48인치 OLED TV에 지원한다면 게이밍 TV로서 잇점을 가질 수 있다. /사진=PCCcable.com

이 같은 수요를 더 진작하기 위해서는 HDMI 외에도 PC게임 입력을 위한 디스플레이포트(DP) 지원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디스플레이 업체보다는 세트 업체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최근 콘솔 게임기와 TV의 연결은 HDMI 케이블을 통해 이뤄지지만, 아직 PC와 디스플레이 연결은 DP가 대세다. 그동안 LG전자에서 출시한 OLED TV에는 DP를 지원한 적이 없다. 한 게임업체 개발자는 “PC 그래픽카드에 따라 HDMI 연결을 지원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때는 DP를 통해 연결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OLED TV가 DP를 지원한다면 게이머들에게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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