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이후 LCD와의 가격 격차 커질듯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한 LCD 기판. /LG디스플레이 제공


지난 10일 LG디스플레이가 천신만고 끝에 중국 정부로부터 광저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합작사 설립 허가를 획득했다. LG디스플레이는 비록 1년 넘게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었지만, 내년 하반기 양산 가동에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주목할 것은 합작법인의 OLED 양산 시점이 중국 LCD 업체들의 10.5세대(2940㎜ x 3370㎜) 라인이 물량을 쏟아내는 시점과 맞물린다는 점이다. OLED TV용 패널 시장을 LG디스플레이가 독점하고 있다지만, 이 역시 TV 시장에서 LCD와 엄연한 경쟁관계다. LCD 패널 가격이 하락하면, TV용 OLED 패널이 언제까지 고가정책을 유지할 수는 없다.


BOE, 내년 2분기에 B9 풀캐파


BOE는 올해 초 허페이 B9 공장에서 10.5세대 LCD 라인 양산 가동을 시작했다. 아직 기판 투입량이 월 3만장 정도로 시장에 주는 파급 효과는 크지 않다. 그러나 그 양은 매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9월이면 현재의 두 배인 월 6만장, 내년 1월에는 세 배인 9만장, 내년 5월에는 B9의 최대 생산능력인 월 12만장을 가득 채울 전망이다. 10.5세대 기판 1장에 65인치 패널 8대씩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월 100만개에 가까운 65인치 패널이 생산된다는 뜻이다.

차이나스타옵토일렉트로닉스(CSOT)의 10.5세대 LCD 라인인 T6 양산 가동도 임박했다. 현재 구축 중인 T6는 내년 7월쯤 양산 가동을 시작한다. BOE와 마찬가지로 월 3만장 규모로 양산을 시작하겠지만, 조기에 최대 생산능력인 월 9만장 수준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올해 TV 시장에서 60인치 이상 제품은 약 2000만대 정도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BOE와 CSOT의 10.5세대 라인을 65인치로 환산하면 연간 2000만대(21만장 x 8대 x 12개월)로 정확하게 일치한다. 사실상 두 회사의 생산능력만으로도 60인치대 이상 대형 TV 시장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BOE⋅CSOT가 새로운 10.5세대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고, 기존 8.5세대 라인들이 65인치 패널로 생산품목을 전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60인치 이상 대형 시장도 공급 과잉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수급 상황. 공급초과(Glut ratio) 비율이 10%를 넘어서면 과잉생산 상황으로 판단한다. /IHS마킷 제공



데이비드 셰 IHS마킷 연구원은 “2019년부터 2021년 사이에 중국에서 엄청난 물량의 10.5세대 패널이 쏟아져 나온다”며 “수요⋅공급 균형을 위해서는 5⋅6세대는 물론 일부 8세대 라인까지 셧다운을 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따라서 내년 하반기 양산에 들어가는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OLED 패널 라인은 이 같은 환경을 극복해야 한다.


LCD와의 가격 격차 더 줄여야


지난해 4분기 기준 55인치 OLED 패널과 LCD 패널의 평균가격 격차는 3배 이하(IHS마킷 추정)로 줄어들었다. 2015년 초만해도 4배 이상 벌어져 있었던 간극이 다소 좁혀진 것이다. TV 세트 업체 입장에서는 비록 OLED 패널 가격이 비싸기는 하지만, 시장에서 OLED TV가 LCD TV 대비 비싸게 팔리기 때문에 웃돈을 주고서라도 OLED 패널을 구매했다.

그러나 아무리 소비자들의 OLED TV 선호도가 높다고 해도 LCD 패널 가격이 내리면 OLED 패널 가격 역시 이를 따라갈 수 밖에 없다. 현재 TV 시장에서 65인치 OLED TV가 75인치 LCD TV 가격과 거의 동일하게 팔리는데, 그 격차가 더 벌어지면 소비자들이 OLED 대신 LCD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소비자들의 대형 인치대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이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관건은 LG디스플레이가 8.5세대 OLED 라인으로 중국 10.5세대 LCD 라인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65인치 패널이 8대씩 생산되는 10.5세대 라인과 달리, 8.5세대에서는 3장 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여러 사이즈를 동시에 생산하는 다중생산방식(MMG)을 적용하면 55인치 패널 2장을 추가로 얻을 수 있지만, LG디스플레이는 OLED 라인에 아직 MMG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MMG가 도입된다고 해도 10.5세대 라인의 생산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10.5세대 패널을 65인치로 자르면 총 8개를 생산할 수 있다. /KIPOST


따라서 올해 하반기 이후 60인치대 이상 대형 LCD 패널의 가격 하락폭은 OLED의 하락폭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많다. LG디스플레이로서는 마진폭을 줄이더라도 OLED 패널 가격을 인하하거나 생산원가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공법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의욕적으로 도입을 추진 중인 잉크젯 프린팅 공정은 아직 무라(Mura, 얼룩) 현상을 해결하지 못했다”며 “광저우 법인 설립은 호재이나 놓여진 환경이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