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시장이 수년째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60인치 이상 대형 사이즈 시장만 나홀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에 비해 10세대급 LCD 투자에 소극적인 국내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60인치대 패널은 10.5세대(2940mm X 3370mm) 공장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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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이 'QLED TV'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이 같은 TV용 패널 시장 대형화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 동향에서도 드러난다. 삼성⋅LG디스플레이의 60인치 이상 TV용 패널 출하수는 2015년 400만대에서 지난해 800만대로 두배로 증가했다. 올해는 1200만대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60인치 이상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 점유율은 30%, 삼성디스플레이는 21%였다. 올해는 각각 33%와 23%로 성장할 것으로 예견됐다.12일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60인치 이상 TV용 패널이 전체 패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 기준 18%, 면적 기준 12%인 것으로 집계됐다. 각각 1년 전보다 5% 포인트, 3%포인트씩 늘어난 수준이다. 60인치 이상 TV용 패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는 2023년까지 매출 기준 27%, 면적 기준 21%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60인치 이상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자료=IHS마킷)

반면 50인치 이하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은 몸집을 줄이거나 아예 생산하지 않는 모델도 나오고 있다. 삼성⋅LG디스플레이는 2015년 2300만개까지 생산했던 46~49인치 패널을 올해 1900만대 정도만 생산할 계획이다. 40~43인치 패널은 2년 전 3900만개 출하했으나, 올해 2400만개만 출하된다. 중국 업체들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32인치 이하 TV 패널 시장에서 삼성⋅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사실상 철수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연간 2억6000만대~2억7000만대 수준에 묶여 있는 평판 TV 시장에서 60인치 이상 대형 모델 시장만 성장하는 모양새다.

이는 향후 10세대 이상 초대형 생산공장 투자에 대한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든다.

기판 사이즈가 가로 2940mm, 세로 3370mm인 10.5세대 기판은 65인치 TV용 패널 생산에 최적화됐다. 65인치 패널 8장을 생산하고도 버려지는 면적은 전체의 4%에 불과하다. 삼성⋅LG디스플레이의 8.5세대(2200mm X 2500mm) 기판에서도 65인치 패널을 생산할 수 있지만 65인치(3장)와 32인치(6장) 패널을 한 라인에서 동시에 만들어야 한다. 이 같은 다중모델생산(MMG) 방식은 수율 저하의 원인이다. 32인치 TV 시장은 갈수록 줄고 있어 채산성도 낮다.

박진한 IHS마킷 연구원은 “중국 10.5세대 공장은 내년에 양산을 시작한다”며 “2023년쯤에는 10.5세대 라인의 출하 비중이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의 78%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10.5세대 LCD 투자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은 LG디스플레이 본사가 있는 여의도 트윈타워. (사진=LG)

BOE⋅차이나스타옵토일렉트로닉스(CSOT) 등 중국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10.5세대 LCD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 업계는 비교적 소극적이다. LG디스플레이가 경기도 파주에 P10 공장을 짓고 노광장비 도입을 위해 일본 니콘과 논의를 마쳤으나 아직 정확한 스펙과 생산방식 등을 확정하지는 않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원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능력 증대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LCD 사업에 투자할 여력도 마땅치는 않다. 10.5세대 LCD 생산라인을 짓기 위해서는 월 9만장 생산능력을 갖추는데 7조원 정도가 들어간다. 절반만 투자해도 3조5000억원이 소요된다. 3조5000억원이면 6세대(1500mm X 1850mm)급 OLED 라인 2개(원판투입 월 3만장)를 갖출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60인치 이상 대형 TV 시장의 패권은 중국으로 넘어갔다”며 “중국 내 10.5세대 라인 양산이 시작되는 내년 상반기 이후 시장의 양상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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