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터 신코 지분 공개매수
DNP⋅미쓰이화학도 신코 지배력 확보

JIC(일본투자공사)를 통해 반도체 주요 소재⋅부품회사 국유화를 추진하는 일본 정부의 행보가 노골화 되고 있다. 최근 PR(포토레지스트) 세계 1위 JSR 인수에 성공한데 이어 첨단 패키지 기판 제조사 신코전기공업(이하 신코)에 대한 지분 공개매수가 3분기 본격화된다. 

특히 신코 인수에는 반도체 코어 기판 사업화를 천명한 DNP(다이니폰프린팅)도 자금을 보태면서 향후 관련 분야에서 양사가 공동으로 독점력을 형성할지 주목된다. 

반도체용 패키지 기판. /사진=신코
반도체용 패키지 기판. /사진=신코

 

JIC, 8월부터 신코 공개매수 나설듯

 

일본 JIC와 DNP⋅미쓰이화학 등이 공동 출자한 투자 컨소시엄 ‘JICC-04’는 이르면 오는 8월 도쿄증시에 상장된 신코 지분 공개매수에 나선다. 현재 JICC-04가 보유한 신코 지분은 지난해 연말 후지쯔로부터 인수한 50.02%다. 나머지 지분은 공개매수를 통해 전량 확보할 계획이다. 

JICC-04, 크게 보면 JIC가 신코 지분 100%를 가져오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진 상장폐지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전 산업 요소요소에 대해 국유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앞서 JSR을 국유화하는 선례를 보여줬다. JIC는 곧 당국 승인을 거쳐 JSR을 상장폐지할 전망이다(KIPOST 2024년 4월 19일자 <JSR 인수 마친 JIC, 일본 반도체 소부장 인수합병 나서나> 참조). 

일본 정부는 반도체 팹 경쟁력에서 한국⋅대만에 뒤처진 상황에서 후방산업 만큼은 정부 그립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표가 확고하다. 그 방편이 지분 확보 후 상장폐지인 셈이다. 신코는 일본 이비덴, 대만 UMTC와 함께 하이엔드급 고밀도 패키지 기판 시장에서 선두권을 형성한 회사다. 

최근 2.5D 패키지를 통해 이종 반도체 간 대역폭을 확대하는 기술이 일반화되면서 대면적 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 수급이 중요해지고 있다. 

글래스 코어 기판의 수직면. 가운데 절구 형태의 원통이 TGV다. /사진=LPKF
글래스 코어 기판의 수직면. 가운데 절구 형태의 원통이 TGV다. /사진=LPKF

특히 신코는 반도체 업계 화두인 글래스 코어 기판 분야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글래스 코어 기판은 패키지 기판의 중심부를 이루는 코어를 ‘FR4’에서 글래스로 대체한 제품이다. 플라스틱 소재(FR4)를 쓴 기존 패키지 기판 대비 고밀도⋅대면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한 반도체 기판 산업 전문가는 “신코는 아직 글래스 코어 기판 개념이 통용되지 않던 시기부터 10년 이상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며 “최근 삼성전기⋅앱솔릭스가 겪고 있는 시행착오를 이미 경험했다”고 말했다.

 

TGV 투자하는 DNP, 미쓰이는 초극박 독점 기업

 

따라서 신코 인수에 참여한 DNP⋅미쓰이화학과 향후 어떠한 시너지를 내게 될 지도 주목된다. JICC-04가 신코 공개매수 후 지분 100%를 확보하면, DNP는 JICC-04를 통해 신코에 대한 지배력 15%를 가지게 된다. 미쓰이화학은 5%다. 

DNP는 이미 글래스 코어 기판 사업 진출을 천명한 상태여서 신코와의 시너지가 가시적이다. 글래스 코어 기판은 크게 보면 글래스 기판에 종횡비 높은 TGV(Through Glass Via)를 형성하는 공정과 회로를 빌드업 하는 공정으로 나뉜다. 

DNP는 고도의 식각 기술을 기반으로 TGV 공정 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TGV는 1차 레이저 식각, 2차 습식 식각을 거쳐 완성된다. DNP는 세계 최대 FMM(파인메탈마스크) 제조사로서 높은 습식 식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DNP가 TGV를 만들어 신코에 공급하면, 신코가 기판 앞뒤로 ABF(아지노모토빌드업필름)를 이용해 회로를 만드는 서플라이체인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미쓰이화학은 글래스 코어 기판은 아니지만 첨단 패키지 기판 제조에 폭넓게 쓰이는 극동박 시장을 95% 이상 독점한 회사다(KIPOST 2023년 12월 8일자 <mSAP 공정용 극동박, 전지박 회사들 신사업 될 수 있을까> 참조). 이 회사가 공급하는 1~3μm 두께 극동박은 ABF 공정에서 미세 회로 선폭을 형성하는데 쓴다. 

30μm 안팎의 선폭을 구현하는데는 기존 ‘텐팅(Tenting)’ 공법도 무난하지만, 그 미만으로는 mSAP(Modified Semi-Additive Process) 공법이 필수불가결하다. 이 mSAP 공정에 극동박이 사용된다.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회로용 극동박은 이보다 더 얇은 1~3마이크로미터 두께다. /사진=SK넥실리스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회로용 극동박은 이보다 더 얇은 1~3마이크로미터 두께다. /사진=SK넥실리스

향후 글래스 코어 기판이 고밀도 패키지 기판 생산에 동원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글래스 코어 기판 출하량 증가는 미쓰이화학의 극동박 수요를 견인하게 된다. 이 대목에서 미쓰이화학이 JICC⋅DNP와 공동으로 신코 지분을 인수한 이유를 추정할 수 있다. 

일본 기업들의 이 같은 세력 규합과 국유화는 자국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일본 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거나 고객사 위치에서는 다소 불편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당장 DNP만 해도 TGV 분야에서 신코와 독점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신코-DNP가 TGV 기판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현재 DNP와 TGV 공정 공급 계약을 논의 중인 패키지 기판 회사들은 협력사를 잃게 된다. OLED용 FMM 사업에서 이 같은 독점 공급 계약을 가장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회사가 DNP다. 

또 다른 반도체 기판 산업 전문가는 “DNP는 FMM 처럼 여러 기판 회사에 TGV 기판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신코와의 협력 수위가 높아지면 신코 외 고객사들은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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