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금방식 차이에서 CMP 필요성 유무 나뉘어
향후 양산 과정에서는 바뀔수도

글래스 코어 기판 생산에 CMP(화학적기계연마) 공정을 도입하느냐를 놓고 삼성전기와 앱솔릭스의 전략이 차별화되고 있다. CMP는 원래 반도체 전공정에서 웨이퍼 표면 평탄화를 위해 사용하던 기술로, 최근 글래스 코어 기판 양산에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KIPOST 2024년 4월 25일자 <반도체용 글래스 코어 기판, CMP 공정 도입된다> 참조).

/사진=인텔
/사진=인텔

 

CMP 쓰는 삼성전기, 안 쓰는 앱솔릭스

 

글래스 코어 기판은 인텔이 2030년 이전 반도체 패키지에 적용하겠다고 천명한 차세대 기판이다. 기존 패키지 기판 중심부를 차지하던 ‘FR4’를 글래스로 대체하는 게 골자다. 아직 양산에 적용해 본 바는 없는 만큼 글래스 코어 기판을 만드는 기술도 확립되지 않았다. 다만 CMP 공정에 대한 필요성은 삼성전기를 중심으로 대두되고 있는 반면, 앱솔릭스는 CMP 공정 없이 바로 ABF(아지노모토빌드업필름) 빌드업 공정으로 넘어간다는 방침이다. 

한 패키지 기판 업계 전문가는 “삼성전기가 파일럿 라인 구축 단계부터 CMP 공정 도입을 논의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앱솔릭스는 CMP 없이 바로 회로 빌드업으로 넘어가기로 확정했다”고 말했다.

같은 제품을 놓고 두 회사의 공정 차이가 생기는 건 두 회사가 각각 상이한 도금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글래스 코어 기판에서 가장 중요한 글래스 코어는 글래스를 관통하는 수많은 TGV(Through Glass Via)를 뚫고, 그 내부를 구리 도금을 통해 전도성을 부여 한다. 이 TGV를 매개로 반도체 다이로부터 신호 입출력이 이뤄지는 만큼 TGV 잘 뚫고 구리로 잘 채우는 게 중요하다. 

TGV를 컨포멀 도금한 모습. /사진=코닝
TGV를 컨포멀 도금한 모습. /사진=코닝

우선 삼성전기가 택한 방식은 ‘풀필(Full Fill)’ 도금이다. 이는 TGV 홀 내부를 구리로 가득 채워 아래위 신호 전달하는 길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에 비해 앱솔릭스는 ‘컨포멀(Conformal⋅등각)’ 도금을 택했다. 컨포멀 도금은 홀 내부를 가득 채우지 않고 벽면을 코팅하듯 구리를 입히는 기술이다. 

이 가운데 CMP 공정이 필요한 방식은 전자다. 홀 내부를 구리로 가득 채우기 위해서는 도금 시간을 길게 유지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TGV 홀 입구 부분에는 과도금되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는 측면에서 보면 두더지가 땅을 파고 내려간 것 처럼 입구가 봉긋하게 솟아 있다. CMP는 이 과도금된 표면을 평탄화 하기 위해서 쓴다. 

이에 비해 컨포멀 도금은 홀 내부를 가득 채우지 않고 표면에만 도금하기에 TGV 홀 입구에 과도금 될 가능성이 낮다. CMP를 하지 않고도 상대적으로 표면이 평탄하다. 따라서 앱솔릭스가 컨포멀 도금 방식을 고수하는 이상 CMP 장비를 도입하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기가 폴필 도금 택한 이유는?

 

CMP 기술은 반도체 전공정에 사용하는 고가의 기술이며 아직 후공정 분야에서는 사용된 바 없다. 삼성전기가 공정 비용 상승을 무릅쓰고서라도 풀필 도금과 여기서 파생되는 CMP를 택한 건, 도금 용이성과 신뢰도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공정 중 CMP(화학적 기계연마, 평탄화)를 위한 CMP 패드. /사진=SKC
반도체 공정 중 CMP(화학적 기계연마, 평탄화)를 위한 CMP 패드. /사진=SKC

최근 글래스 코어 기판 업계에서 대두되는 생산 난제는 TGV 형성은 물론, 이를 단락(Void⋅빈공간) 없이 도금할 수 있느냐로 모이고 있다. 글래스 코어 기판에 요구되는 종횡비(홀 높이/홀 직경)는 10대 1 이상인데 이를 벽면에만 얇게 컨포멀 도금하는 게 현저히 까다로운 작업이다. 차라리 내부를 가득 채우는 게 단락을 최소화 하는데 유리하다.

또 설사 단락 없이 도금을 한다고 해도 글래스 소재와 구리와의 접합성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플라스틱의 일종인 기존 FR4만 해도 구리 도금과의 접합성이 뛰어난 게 장점인데, 매끈한 유리 표면에는 구리 도금이 잘 달라붙지 않는다. 글래스 코어 기판이 주로 서버용 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 기판 생산에 사용될 것을 감안하면 수년 이상의 내구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컨포멀 도금 보다는 풀필 도금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삼성전기⋅앱솔릭스 모두 아직 양산에 돌입하지 않았고 반도체 업체들의 양산 적용 시점까지 시간도 남아 있다”며 “두 회사 모두 생산 방식을 확정한 것이 아니므로 공정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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