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V만 전문으로 공급하는 회사들 속속 등장
기존 플라스틱 패키지 기판 산업에서는 없던 현상

반도체 패키지 기판 업계가 양산을 추진하고 있는 글래스 코어 기판 산업에 분업화가 촉진되고 있다. 특히 글래스 코어 기판 제조의 난관이라 할 수 있는 TGV(Through Glass Via) 공정은 기존에 글래스를 전문으로 다루던 회사들을 중심으로 전문 회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글래스 특성상 홀을 가공하고 핸들링하는데 기존 플라스틱 소재를 다루는 것과는 차별화된 경쟁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글래스에 비아홀을 뚫은 단면. /사진=LPKF 홈페이지
글래스에 비아홀을 뚫은 단면. /사진=LPKF 홈페이지

 

TGV 전문업체들 속속 등장

 

스마트폰용 곡면유리 전문업체 제이앤티씨는 글래스 코어 기판용 TGV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제이앤티씨는 오는 3분기 베트남 3공장에 TGV 데모라인을 구축하고, 이르면 2025년부터 베트남 4공장 부지를 활용해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회사측은 제이앤티씨의 CNC(컴퓨터수치제어) 및 레이저 기술, 제이앤티에스의 식각 기술, 코메트의 도금 기술, 제이앤티이의 장비 기술을 모두 활용해 TGV 공정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제이앤티에스⋅코메트⋅제이앤티이는 모두 제이앤티씨의 계열사다. TGV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술을 내재화 했다는 의미다. 

제이앤티씨는 그동안 모바일용 커버글래스 사업을 통해 성장했다.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박막유리를 가공하는데 특화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글래스 코어 기판용 TGV를 통해 반도체 사업에는 처음 진출한다. 

제이앤티씨처럼 글래스 코어 기판 생태계에서 TGV 전문 공급사를 표방하는 회사는 최근 자주 등장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설립된 에프앤에스전자 역시 글래스 코어 기판 회사에 TGV 공정만 전문으로 제공한다. 고객사가 원하는 스펙의 유리 원장에 구멍을 뚫고, 내부에 메탈라이제이션 처리까지 마무리해 고객사에 납품하는 구조다. 

제이앤티씨의 TGV 공정도. /자료=제이앤티씨
제이앤티씨의 TGV 공정도. /자료=제이앤티씨

메탈라이제이션은 홀 내부와 글래스 표면에 구리 도금을 하기 전 금속 박막을 입히는 과정이다. 전기가 통해야 도금이 일어나는데 글래스 자체는 부도체이기 때문이다. 에프앤에스전자는 현재 SKC 자회사인 앱솔릭스와 독점공급 계약을 맺고 TGV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앱솔릭스의 미국 코빙턴 공장이 완공되면 이 회사 인천 송도 공장에서 메탈라이제이션 공정까지 끝낸 기판을 미국으로 공급하게 된다. 

박막유리 가공회사인 중우엠텍 역시 TGV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우엠텍은 원래 스마트폰용 커버유리와 UTG(초박막유리) 등을 개발한 회사로, 유리 가공 기술을 이용해 TGV 사업에 나섰다. 에프앤에스전자와 달리 메탈라이제이션 이후 공정인 구리도금, CMP(평탄화) 공정까지 제공한다. 

고객사는 ABF(아지노모토빌드업필름)를 이용해 회로를 쌓아나가는 후반부 공정만 갖추면 바로 글래스 코어 기판을 생산할 수 있다. 중우엠텍은 현재 경기도 안산시 공장에 TGV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으며, 하반기 생산능력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TGV 생태계만 따로 성장하는 이유

 

TGV는 글래스를 수직 관통하는 ‘비아홀’을 생성하는 공정을 통칭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글래스에 레이저로 1차 건식 식각하는 공정 ▲1차 식각한 곳에 습식 식각을 통해 2차로 홀을 완성하는 공정 ▲홀 내벽과 코어 표면에 금속 박막을 입히는 메탈라이제이션 ▲금속 박막 위에 구리를 도금하는 공정 등으로 나눠진다. 

현재 반도체 후공정에 사용하는 패키지 기판은 코어 소재로 플라스틱의 일종인 ‘FR4’를 사용한다. FR4는 내구성이 강해 홀을 가공하기가 비교적 용이하다. 구리와의 접합성도 좋아서 홀을 만든 뒤 내부를 도금하는 것도 TGV 대비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따라서 기존 패키지 기판 공급망에서 비아홀 가공은 기판 업체가 내재화하는 게 통상적이다. 그러나 글래스는 패키지 기판 업계가 앞서 다루어 본 바 없는 소재다. 구멍을 뚫는 것도, 내부를 구리로 채우는 것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TGV 공정만 전문으로 공급하는 회사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글래스 코어 기판. /사진=SKC앱솔릭스
글래스 코어 기판. /사진=SKC앱솔릭스

국내서 글래스 코어 기판 사업에 뛰어든 SKC 앱솔릭스는 에프앤에스전자를 통해 TGV 공정을 외주화 하는 것으로 세팅 됐다. 삼성전기는 일단 TGV를 내재화하는 방향과 외주 전문업체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두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DNP(다이니폰프린팅)의 경우 자체적으로 TGV만 처리하고, 실제 회로를 빌드업 하는 공정은 지난해 인수하기로 한 신코덴키(신코전기)가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 역할을 나눠 분업화 하는 것이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향후 글래스 코어 기판 양산 적용비중이 높아지고 생산량이 늘면, TGV 기술을 내재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우선 초기에는 패키지 기판 회사들이 외부 전문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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