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V용 마스크 제조설비, 오스트리아가 98% 점유
YMTC 3D 낸드도 오스트리아 설비 없이는 생산 못해

‘칩4(CHIP4)’ 동맹권인 미국⋅일본⋅대만⋅한국을 제외하면, 첨단 반도체 서플라이체인에서 가장 주목받는 나라는 네덜란드다.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ASML 본사가 있다는 이유로 반도체 패권 경쟁의 주요 카드로 네덜란드가 거론된다. 

그러나 미래 반도체 기술에서 네덜란드 이상으로 중요 위치를 차지할 나라로 또 다른 유럽 국가인 오스트리아가 부각되고 있다. 

반도체 웨이퍼. /사진=보쉬
반도체 웨이퍼. /사진=보쉬

오스트리아 IMS, EUV 마스크 제조장비 점유율 98%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세미애널리시스는 최근 블로그를 통해 오스트리아 IMS나노패브리케이션(이하 IMS)과 EV그룹을 미래 반도체 패권 경쟁을 좌우할 핵심 장비업체로 꼽았다.

IMS는 EUV 포토마스크 제조장비 시장의 98%를 점유하고 있다. 7nm(로직기준) 이하 미세공정에 사용하는 포토마스크는 대부분 IMS ‘멀티 빔 다이렉트라이팅(Multi-beam Direct Writing)’ 기술을 적용해 생산됐다고 볼 수 있다. TSMC⋅삼성전자⋅SK하이닉스⋅인텔 등 EUV 양산 공정을 구축한 반도체 회사 모두 IMS 장비로 생산한 포토마스크를 사용한다.

포토마스크는 반도체 회로 설계가 그려진 부품이다. EUV 빛이 포토마스크를 통과하면서 웨이퍼에 새길 패턴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포토마스크와 IMS의 제조장비가 없다면 ASML의 EUV 노광장비도 무용지물이다.

IMS의 포토마스크 제조장비. /자료=세미애널리시스
IMS의 포토마스크 제조장비. /자료=세미애널리시스

IMS의 경쟁사로 일본 뉴플레어(NuFlare, 도시바 자회사)가 있으나, 시장점유율이 대변하듯 EUV 시장에서 IMS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IMS의 가능성을 일찍이 간파한 인텔은 2009년 이 회사에 첫 지분투자를 단행한데 이어 2016년 아예 IMS를 인수했다. 

딜란 파텔 세미애널리시스 연구원은 “IMS 장비 공급이 막히면 전 세계 모든 EUV 라인들이 정지될 수 밖에 없다”며 “포토마스크는 소모품이기에 새로운 칩 디자인 외에 기존 제품을 생산하는데도 계속 신수요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YMTC, EV그룹 없이는 낸드플래시 생산 불가능

 

또 다른 오스트리아 회사인 EV그룹은 포토마스크 정렬장비, 나노임프린트 장비, 포토레지스트 랙, 웨이퍼 본딩 설비 등 다양한 분야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EV그룹이 첨단 반도체 분야 핵심 키로 부각된 건, 이 회사의 웨이퍼 본딩 기술력 때문이다. 

웨이퍼 본딩 분야에서 EV그룹 점유율은 82%며, 도쿄일렉트론 등 주요 경쟁사 점유율은 17%에 그친다. 특히 이미지센서 분야에서 EV그룹의 영향력은 독점적이다. 소니⋅삼성전자⋅옴니비전 등 주요 이미지센서 공급사 모두 EV그룹 장비를 도입했다. 최신 이미지센서는 픽셀 레이어 아래 D램과 로직반도체를 3단 적층해 생산하는데, 각 레이어를 정밀하게 이어 붙이는데 EV그룹 본딩 기술력이 동원된다.

YMTC의 엑시태킹 구조도. 가운데 빨간색 기둥이 두 웨이퍼를 접합한 부위다. /자료=YMTC
YMTC의 엑시태킹 구조도. 가운데 빨간색 기둥이 두 웨이퍼를 접합한 부위다. /자료=YMTC

같은 이유로 중국 낸드플래시 제조업체 YMTC의 ‘엑스태킹(Xtacking)’ 기술 구현에도 EV그룹 웨이퍼 본더가 빠지지 않는다. YMTC의 3D 낸드플래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과 달리, 주변부회로(Peri)를 외부 웨이퍼에 따로 만든다. 한 장의 웨이퍼에는 메모리 스택을, 또 다른 웨이퍼에는 주변부회로를 만들어 이어 붙이는 것이다. 

이는 한 장의 웨이퍼 위에 주변부회로를 먼저 만들고, 그 위에 메모리 스택을 연이어 쌓는 것 보다 낸드플래시 저장밀도를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KIPOST 2022년 8월 20일자 <"200단 이상 3D 낸드플래시, YMTC 칩이 가장 조밀"> 참조). 다만 SMIC를 통해 따로 제조한 주변부회로 웨이퍼를 메모리 웨이퍼와 정밀하게 이어 붙이는 게 고난이도 작업인데, YMTC는 이를 EV그룹의 웨이퍼 본더로 해결했다.

로이터통신⋅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YMTC는 다음달 출시될 ‘아이폰14’ 시리즈부터 낸드플래시 일부 물량을 애플에 공급할 계획이다. 그동안 중국 반도체는 잘해봐야 중국 내수용으로 치부됐으나, 애플이 사용주기기 시작한다면 최단기간에 선두권 업체를 위협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EUV 장비 내부 모습. /사진=ASML
EUV 장비 내부 모습. /사진=ASML

미국 행정부는 YMTC를 견제하기 위해 네덜란드 정부로 하여금 ASML에 KrF(불화크립톤) 노광장비 수출을 제한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ASML이나 네덜란드 정부가 협조해 주지 않는다면 오스트리아 EV그룹을 통해서도 YMTC의 추가 생산능력 확보를 막을 수는 있다.

한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IMS의 경우 인텔이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향후 수출 제한 협조를 얻어내는 게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이라며 “다만 EV그룹은 반도체 외에 다량의 배터리 생산설비를 중국에 공급하고 있어 미국 뜻에 따라주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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