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기업 투자 막겠다는 것
실효성 낮지만 제재 기조 강화는 '변수'

미국 국방부가 14일(현지시간) 중국 휴대전화 제조업체 샤오미를 포함한 9개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등재했다.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5월 미 상무부가 화웨이와 그 자회사들을 거래제한리스트(Entity list)에 올린 것과는 별개다.  

미 국방부 블랙리스트와 상무부 거래제한리스트는 언뜻 유사해 보이지만, 제재 방식과 국내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판이하다. 

샤오미 스마트폰 '미9'. /사진=샤오미
샤오미 스마트폰 '미9'. /사진=샤오미

상무부:거래제한 VS. 국방부:투자제한

미 상무부 제재 리스트는 미국과 우방국 기업들이 화웨이에 부품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거래제한리스트에 올라간 기업에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미국 상무부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반면 미 국방부 블랙리스트의 핵심은 명단에 등재된 기업에 투자를 제한하는 것이다. 기존 미국 투자자들은 오는 11월 11일까지 해당기업에 대한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미 국방부는 1999년 제정된 법률(the statutory requirement of Section 1237)에 근거해 블랙리스트를 마련했다. 

이석준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미 국방부의 블랙리스트는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해서 인민해방군에게 주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라며 "물론 미국인들이 중국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살 수는 있겠지만 투자를 막는다는 측면에서 화웨이 제재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 블랙리스트와 상무부 제재리스트 차이./자료=KIPOST
미 국방부 블랙리스트와 상무부 제재리스트 차이./자료=KIPOST

따라서 미 국방부 제재는 화웨이 스마트폰 사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던 미 상무부 제재와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 2019년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사였던 화웨이는 2020년 4위로 내려앉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1년에 화웨이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7위까지 밀려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기술을 활용해 제조한 반도체를 미국 승인 시에만 화웨이에만 공급할 수 있게 한 상무부 조치가 부품공급에 상당한 제약을 줬기 때문이다. 

반면 국방부의 블랙리스트 등재가 샤오미의 스마트폰 사업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 국적의 자본이 빠져 나간다고 해서 부품 수급이 차단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화웨이 제재 이후 애플⋅삼성전자⋅샤오미가 반사이익을 얻었는데, 샤오미의 블랙리스트 등재는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단기적으로 기업 주가에 영향을 미칠 뿐이다. 실제 15일 홍콩거래소에서 샤오미 주식은 전날 대비 10% 빠진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2020-2021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규모./자료=트렌드포스
2020-2021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규모./자료=트렌드포스

전병서 중국경제연구소 소장은 "행정명령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을 수 있고 처분 기한인 오는 11월까지 바이든이 얼마든지 블랙리스트 등재를 취소할 수도 있다"며 "물론 바로 제재수위를 낮추지는 않고 중국 태도에 따라 수많은 제재수단들을 협상카드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장의 제재효과는없더라도 소비자 심리적 위축 효과는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 정부가 제재 기조를 유지한다면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해 샤오미 스마트폰 구매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브랜드 이미지에 많은 영향을 받는 유럽시장에서의 영향이 점쳐진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시장은 심리적 요인, 브랜드 이미지가 구매에 많은 영향을 준다"며 "통상 휴대폰 교체주기가 2~3년인데 중간에 AS가 끊기거나, OS(운용체제) 업데이트가 안 될 것에 대한 민감도가 특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반사이익을 기대하더라도 그 효과는 샤오미와 수요층이 겹치는 중저가 상품들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 연구원은 "화웨이 제재의 경우도 바로 수요가 급감한 것은 아니었고 서서히 영향을 받았다"며 "영향을 받더라도 중저가 브랜드인 '갤럭시M'이나 '갤럭시A'시리즈 중에서도 1~5정도의 중저가 상품들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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