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31개사 포함해 블랙리스트 기업 총 35개로 확대

 

다음달 퇴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인 SMIC를 포함, 중국 대기업 4개를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퇴임 전 대중 강경 이미지를 더욱 확실히 각인시키는 한편 차기 행정부가 대중 정책 기조를 쉽게 바꾸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도 담긴 조치라는 평이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코로나 위기속에 트럼프 행정부 내내 고조돼 온 미중 갈등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려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지난 3일(현지 시간)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SMIC와 중국해양석유(CNOOC), 중국국제전자상무중심그룹(CIECC), 건설 기술 기업인 CCT 등 4곳을 규제 대상(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미 국방부는 이들 기업이 중국군 소유이거나 군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곳들이라고 해석했다. 이로써 미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은 모두 35개로 늘어났다.

이번 추가 블랙리스트에 상정된 SMIC는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의존도가 커 이미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었다. 미 상무부는 지난 9월 군사 목적으로 전용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미국 기업이 SMIC에 물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기 전에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 1999년 중국군이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기업을 블랙리스트로 작성하도록 의무화했지만 올 들어서야 이 작업이 진행됐다. 그 결과 차이나텔레콤·차이나모바일·하이크비전 등 31개 기업은 이미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달 행정명령 서명에 따라 블랙리스트에 포함되면 미국 투자자들의 투자가 제한된다. 미국 투자자들이 내년 11월부터 블랙리스트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을 금지한 것이다.

이와 함께 미 국무부는 중국 공산당원이나 직계 가족이 취득할 수 있는 미국 방문 비자인 B1·B2 비자의 유효기간 상한을 기존 10년에서 1개월로 단축하는 제한 규정을 추가로 도입했다. 이들이 방문 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횟수도 1회로 제한했다. 중국 내 공산당원은 9200만 명에 달하며 이들의 가족을 포함하면 약 2억7000만 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은 “중국 공산당의 악영향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은 자국 지도층을 겨냥한 이번 지침에 분노할 것”이라면서 “수년간 전개돼온 미국과 중국의 무역·기술 갈등이 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의 이번 조치에 따라 삼성전자가 반사 이익을 보게 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5위권의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 SMIC와 거래가 끊기면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들이 삼성전자나 대만 TSMC로 위탁 생산을 돌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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