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 파운드리 수요에 비해 생산능력이 좀처럼 늘지 않으면서, 일부 품목을 300㎜ 라인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200㎜ 라인은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더 이상 새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데다, 중고장비 매물도 씨가 말랐다.

파운드리 업체들은 300㎜ 라인으로 전환하는 팹리스들을 위해 생산원가를 조정해주는 등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TSMC, 300㎜ 전환 업체에 할인”

반도체 웨이퍼./사진=ENGINEERS GARAGE
반도체 웨이퍼./사진=ENGINEERS GARAGE

최근 파운드리 업계 한 소식통은 "대만 TSMC나 UMC 등에서 300㎜로의 라인 전환 시 일부 가격을 할인해 주고 있다"며 “300㎜ 공정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을 해소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반도체 장비업체 대표도 “파운드리 업계가 소품종 대량 생산이 가능한 제품을 중심으로 300㎜ 공정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며 “이 방법 외에는 현재는 200㎜ 공급 부족 현상을 해소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 업계의 공정전환 유도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200㎜ 라인 공급부족 때문이다. 이미지 센서 등 200㎜ 웨이퍼에서 만들어지는 시스템 반도체 수요는 늘고 있지만 공급은 많지 않다. 200㎜ 파운드리 생산능력은 중국 SMIC가 미국 상무부로부터 장비, 부품 조달 관련 제재를 받으면서 더욱 부족해지고 있다(KIPOST 2020년 12월 19일자 <美, SMIC 제재 공식화 "10nm 이하 생산 기술 접근 차단">참조). 

200㎜에서 300㎜로의 라인 전환에 우선 검토되는 품목은 PMIC(전력관리반도체)⋅MCU(마이크로컨트롤러) 등 대량 생산이 가능한 제품군이다. 300㎜ 웨이퍼는 200㎜에 비해 면적이 약 2.2배 넓다. 생산라인 자동화나 공정제어 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양의 반도체를 한번에 생산하는데 유리하다. 

그렇다고 당장 모든 제품의 공정전환은 어렵다. 비용 문제 때문이다. 300㎜ 웨이퍼 생산단가는 200㎜와 같거나 더 높다. 물량이 많지 않다면 200㎜가 비용적으로 유리하다. 이전 개발비, 개발 기간, 리소스 투입 비용 등 공정전환 비용도 부담이다. 

한 디자인하우스 업체 임원은 "300㎜에 맞게 포토마스크를 새로 제작할 경우 이전 개발비만 몇 십억 단위로 올라간다"며 "파운드리 업체들이 금액적인 메리트(이점)를 주더라도 300㎜로 전환은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200㎜ 웨이퍼와 300㎜ 웨이퍼의 비교
200㎜ 웨이퍼와 300㎜ 웨이퍼의 비교

기술적 문제도 있다. 최신 미세공정이 필요 없는 제품들은 300㎜ 웨이퍼가 아예 지원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300㎜ 웨이퍼가 보편화돼 있지 않을 때 등장한 180나노미터(nm)이상 기술은 200㎜ 웨이퍼 공정 규격에만 맞게 셋팅돼 있다. 

현재 TSMC가 제공하는 300㎜ 라인에서 가장 선폭이 긴 공정이 180nm다. 그보다 오래된 기술을 이용한다면 200㎜ 라인 외에 대안은 없다. 300㎜ 공정전환 자체가 불가능한 셈이다. 

파운드리 업체들의 공정전환 유도가 어느 정도 공급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지만 완전한 해답은 안 되는 이유다. 업계 전문가는 "기술적이든 비용절감이든 300㎜로 전환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야 전환가능할 것"이라며 "비용을 상쇄해주는 장치가 있다 해도 300㎜로의 전환은 비용, 개발기간 등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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